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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에 물들다 2

색色에 물들다 2

: 침묵하다

리뷰 총점8.9 리뷰 7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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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08g | 150*220*30mm
ISBN13 9788992449335
ISBN10 89924493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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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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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임계재
숙명여자 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으며, 성균관 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현대 소설 전공). 현대문학에 관한 논문 수편과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 다수 있다. 옮긴 책으로는 경요의 『가을의 노래』, 『만나고 헤어지고』 등과 , 목도의 『소설 굴원』이 있다. 『중국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만화로 본 중국의 이해)』의 감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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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마 역시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한번 울고 나서는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벌거벗은 채로 계속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저를 죽이세요!”
나는 그녀 곁을 떠났다. 또 다른 촐마가 부엌 촐마에게 말했다.
“이러지 말아요. 도련님은 가뜩이나 신경 쓰실 일이 많은데 왜 이러는 거예요?”
촐마가 정신을 차린 모양이인지 이내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녀와의 인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바로 이날 현악기 줄처럼 ‘픽’ 끊어졌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 또는 어떤 일과의 인연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다. 좋다, 시녀 촐마! 나는 너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부엌으로 가라. 그리고 세공장이의 마누라로 잘 살아라.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넓은 초원으로 걸어 나갔다.
---‘촐마’ 중에서

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게 기댄 채 말했다. “당신은 내가 반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단 말이에요. 당신은 나를 정숙한 여자가 되게 할 수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당신의 여자가 됐으니…… 안고 싶으면 날 안아도 돼요.”
이 말은 내 마음을 미칠 듯 기쁘게도, 또 엄청나게 아프게도 했다. 나는 타나를 부서져라 껴안았다. 나의 운명을 껴안기나 하는 듯 힘이 들어갔다. 바로 이 순간 바보의 눈으로 본 세상이란 것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이렇다. 바라지 않으면 그 상태에서 완전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바라는 것을 손에 넣으면 완전한 전부를 다 얻는 것이 아니다. - ‘운명 그리고 사랑’ 중에서

다음날 아침, 라셔빠 투스의 가축 등에 보리가 실렸다. 나는 세 배의 가격도 요구하지 않았다. 헤어질 때 그가 말했다.
“당신은 우리 백성에게 먹을 것을 주셨고 그들이 다시는 얻어맞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게 뭔지 알기 때문에 라셔빠가 탄 말 엉덩이에 채찍을 휘둘렀다. 말은 그를 태우고 뛰어갔다. 나는 그의 뒤에서 외쳤다.
“보리가 모자라면 다시 와요. 마이치 가문이 변경에 지은 것은 보루가 아니라 장사하는 시장이니까요.”
그랬다, 지금 이것은 보루가 아니고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냇물 양쪽에 넓은 공터가 있으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장막을 치고 노점을 차릴 수 있는 것이다.
--- ‘변경 시장’ 중에서

“당신 얼굴이 바로 날 죽이려던 그 자객의 얼굴이야.”
술집 주인이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슬프고도 민망한 기색이 돌았다. “그 사람은 내 동생이오. 동생이 당신을 죽이겠다고 했는데 안 죽였군요. 내가 그랬지요. 우리 원수는 마이치 투스가라고.”
나는 내 술에 독약을 넣었느냐고 물었고 주인은 안 넣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만약 아버지와 형이 죽어 없어졌다면 나를 죽였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의 동생이 못 돌아오게 되면 나를 죽일 거냐고 물었다. 그는 다시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그때도 안 그럴 거요. 당신의 아버지와 형을 먼저 죽일 겁니다. 만약 내가 죽이기 전에 그들이 다 죽는다면 그때 내가 당신을 죽일 거요.”
그날 나는 우리 가문의 원수에게 원칙대로만 복수한다면 그를 모른 척하겠노라고 약속했다.
--- ‘오래된 원수’ 중에서

나는 말을 하지 않기로 갑자기 작정해버렸다.
내 친구 웡버이시는 다시, 그리고 영원히 혀를 잃었다. 그는 나 때문에 혀를 잃은 것이다. 이 하늘 아래에서 아무리 큰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웡버이시가 세 번째로 말을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망나니가 그의 혀를 뿌리째 뽑아냈다.
광장으로 나갔을 때, 하늘의 먹구름은 사라지고 햇빛이 다시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사관은 입에 지혈제를 머금은 채 홀로 호두나무 아래서 움직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땀을 흘리는 그를 나무 그늘 깊은 곳으로 옮겼다.
“말을 안 해도 좋아요. 나도 말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을 하지 않기로 하다’ 중에서

술 석 잔이 돌자 그제야 황추민에게 이번에는 뭘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몇 년 전 그는 마이치 가문에 양귀비와 신식 무기를 갖고 왔었다. 우리가 이 땅에 살아온 이래 중국 사람이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왔더라도 갈 때는 뭔가를 가져갔었다.
“나는 나 자신을 가져왔지. 도련님에게 몸을 의탁하려는 것이오.”
원래 자기가 살던 곳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노라고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공산당원이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공산당원의 친척쯤 되지요.”
“중국 사람은 다 똑같아서 나는 누가 붉은색인지 누가 흰색인지 구별을 못 하겠던 걸요.”
“그건 중국 사람들 일이요.”
“좋아요. 여기에 당신의 방 한 칸 정도는 남아 있을 겁니다.”
--- ‘먼 곳에서 온 손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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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태장계 만다라처럼 우주적인 진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한족에게 짓밟히게 되기까지 티베트 민족이 지켜온 역사와 문화,
오늘날 그들이 처한 아프고 슬픈 현실은 이 작품 속에서 고도의 문학적 장치를 통해 상징화되어 있다.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티베트, 그러나 그들의 에델바이스 같은 삶은 힘을 앞세운 역사의 파고 앞에 먼지처럼 쓸려가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돌고 도는 생명의 수레바퀴처럼 시퍼렇게 살아 빛나면서 읽는 이의 가슴에 경련 같은 전율을 일으켜 놓는다.
세계 어느 민족의 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설산화 꽃향 같은 문학적 향기를 뿜어낸다.

한승원 (소설가,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 등 수상)
아라이의 태연스런 표현과 어투 때문에 이 세기말적 이야기의 종결은 흡사 아직 완전히 내려지지 않은 무대 커튼 같다.
다이진화 (戴錦華,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
날카로운 언어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만담형식의 기교를 사용한 것이 두드러진다. 사물에 근접한 태도로 모든 예리한 암시와 재치있는 표현을 소박하지만 정교한 서사 속에 숨겨놓았다. 역사에 대한 뒤집기와 풍자의 진면목은 서정적인 만가의 호화스러움 속에서 감추려고 할수록 더욱 드러나고 있다.
쉬쿤 (徐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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