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기어 들어가 헬렌을 끌어안자-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몸이 반쯤 얼었을 때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싹 달라붙어 몸을 녹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대에는 잔기 담요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정말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시골 수의사만큼 전기 담요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따뜻한 침대에서 끌려나와, 신진대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헛간에서 옷을 벗어부치면, 추위가 어떻게 그처럼 골수까지 파고들 수 있는지 놀랄 정도다.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침대로 돌아갔을 때다. 지친 몸은 잠을 갈망하건만, 얼음처럼 차가운 팔다리가 풀릴 때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결혼한 뒤에는 그런 일도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헬렌이 잠결에 몸을 뒤척여(헬렌은 남편이 밤중에 곁을 떠났다가 북극에서 불어오는 돌풍처럼 돌아오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에게 더 바싹 달라붙었다. 온기가 내 몸을 포근히 감싸는 것을 느끼고 나는 고마워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지난 두 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순식간에 비현실적인 세계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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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등에 손을 올려놓아도 양은 건강한 놈처럼 재빨리 달아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몇 걸음을 떼어놓을 뿐이었다. 작은 새끼가 어미 옆구리에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암양의 꼬리를 들어올리고 체온을 쟀다. 정상이었다. 새끼를 낳은 뒤에 흔히 걸리는 질병에 걸린 조짐은 전혀 없었다. 결핍성 질환도 없고, 분비물도 없고, 숨이 가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크게 잘못 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새끼를 진찰했다. 이 북쪽 지방에서는 이례적으로 일찍 태어난 새끼였다. 요크셔의 3월은 견디기 어렵다. 이 험난한 세상에 어린 생명이 내던져진 것은 부당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새끼양은 유난히 작았다. 그래... 너무 작아...그 사실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쌍둥이가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작을 리가 없어.
"영감님, 그 양동이를 이리 가져오세요!"
나는 소리쳤다.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양동이를풀밭 위에 놓은 순간,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양의 몸 속에 팔을 집어넣으려면 옷을 벗어야 한다. 수의사가 용감한 행동을 해도 훈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캄캄한 언덕 비탈에서 코트와 재킷을 벗고 부들부들 떨면서 셔츠 소매를 걷어올릴 때, 나는 마땅히 훈장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잡으세요."
나는 재빨리 비누로 팔을 씻은 다음,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여 암양의 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예상했던 대로 털난 작은 두개골에 손이 닿았다. 새끼는 코가 골반뼈 밑에 낀 채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다리는 뒤에 있었다. "새끼가 또 한마리 있군요. 태위가 잘못됐어요. 정상이라면 어제 오후에 저 녀석과 함께 나왔을 텐데."
나는 손가락으로 태아의 위치를 바로잡고, 작은 새끼를 조심스럽게 꺼내 풀밭에 내려놓았다. 오랫동안 산도에 끼여 있었기 때문에 살아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가운 땅바닥에 닿자 새끼의 팔다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얼른 가슴에 손을 대보니 갈비뼈가 오르내리는 게 느껴졌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보면 나는 늘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 그 흥분은 언제나 새롭고 따뜻하다. 나는 잠시 칼 같은 바람을 잊었다. 암양도 흥분한 듯 어둠 속에서 갓난 새끼를 코로 밀어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 즐거운 생각은 뒤에서 난 소리에 산산이 날아가버렸다.
"이런, 제기랄!" 해럴드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양동이를 걷어차서 엎어버렸지 뭐요."
"뭐라구요? 그럼 물이 다 쏟아졌단 말입니까?"
"한 방울도 안 남았소."
이건 큰일이다. 암양의 몸 속에 들어갔다 나온 내 팔은 점액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팔을 씻지 않고 재킷을 입을 수는 없었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해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헛간에 물이 좀 있을 거요." "그거 잘됐군요. 어쨌든 어미와 새끼를 거기로 데려가야 합니다." (...)
"이쪽이오!" 그가 외쳤다. 헛간에 도착하자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두꺼운 돌벽 뒤에 몸을 움츠렸다. 셔츠 바람으로 산책하기에 적당한 밤은 아니었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몸을 떨면서 노인을 바라보았다. 손전등 불빛이 너무 희미해서 노인의 형체만 겨우 보일 뿐,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해럴드는 목초지에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어 그것으로 무언가를 내리치고 있었다. 잠시 후에야 나는 그가 양들이 물을 마시는 물통 위에 허리를 굽히고 얼음을 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을 마치자 해럴드는 양동이를 물통 속에 집어넣었다가 나에게 건네주었다. "자, 물이 여기 있소." 그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이미 추위의 극한에 도달해서 더 이상 추워질 수는 없을 줄 알았는데, 얼음이 빙산처럼 둥둥 떠 있는 시커먼 물 속에 손을 집어넣은 순간 생각을 바꾸었다. 손전등이 마침내 꺼져버렸고, 나는 비누를 놓쳤다. 물 속에서 비누를 찾아 거품을 내려고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거품이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비누가 아니라 얼음 조각이었다. 나는 비누칠을 단념하고 수건으로 팔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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