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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서머타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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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5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1085036
ISBN10 890108503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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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텅 빈 수영장에서 혼자 수영하는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사내아이였다. 나보다 나이가 좀 위일까? 체격이 나보다는 훨씬 큰 것 같았다. 그러나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그 아이의 괴상한 수영 동작이었다. 얼마나 이상한 모습으로 허우적대던지…….
자유형, 버터플라이, 개헤엄, 그런 게 모두 뒤죽박죽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장난으로 그런다고 하기에는 아무리 봐도 너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 혹시 물에 빠진 거 아냐? 걱정이 드는 순간, 그는 일어나서 천천히 호흡을 고르더니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그렇게 헤엄을 쳤다.
조금씩 조금씩 그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나는 깨달았다. 그는 한쪽 팔만 움직여서 수영을 하고 있었던 거다. 오른팔, 오른팔뿐이다. 그래서 똑바로 오지 못하고 노 젓기가 서툰 배처럼 자꾸 옆으로 돌았던 거다. 그는 옆으로 돌아가는 몸으로 바로 내 옆 라인까지 왔다.
얼굴로 흘러내리는 물을 훔쳐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례할 정도로 뚫어지게 그를 바라보았다. 왼팔이 없었다. 없다는 말 외에는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어깨 아래쪽의 휑한 공간을 보는 순간,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당황해서 눈길을 외면하는데 온몸으로 화끈한 느낌이 지나갔다.
“미안, 저, 그러니까…….”
눈길을 떨어뜨린 채 뭐라고 사과를 하려고 해보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는 팔이 양쪽 다 있으면서도 오른쪽으로 기울더라.”
그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맑은 목소리로 그렇게 툭 한마디 던지더니, 수영장 구석으로 걸어가 커다란 타월로 몸을 감쌌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던 그의 왼쪽 어깨가 초록색 타월로 가려졌다.
“균형 감각이 없어서 그런 거야.”
큰 목소리로 말하며 내 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커다랗고 하얀 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뚝뚝 흘러넘쳤다. 나는 일종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빗발이 굵어졌다. 수영장 관리인이 날씨 때문에 일찍 문을 닫는다며 둘만 남은 우리를 ?아냈다. 탈의실에서 의수를 단 그는 옷을 다 갈아입고도 우물쭈물 그 자리에 남아있는 나에게 자기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아사오 고이치. 나보다 두 살이 위였다.
--- pp.22~24, '서머타임' 중에서

“집에까지 데리고 가면 되겠구나.”
C-3동 505호까지 꽃길을 이으면 되는 거야. 누군가가 이걸 보고 찾아온다면 당연히 우리 집, 이야마 가나의 집까지 오게 될 거다. 누가? 누구? 누굴까? 멋진 손님이면 좋겠는데. 5월의 멋진 손님이 찾아 올 거야.
나는 손에 닿는 대로 철쭉꽃을 훑어서 치맛자락에 담았다. 더 이상 색깔 따위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많이 따야 한다. 무조건 많은 양의 꽃잎이 필요했다. 길이 둘로 갈라지거나 옆으로 굽는 곳에 충분하게 표시하려면 꽃잎이 많이 있어야 했다.
--- pp.77~78, '5월의 꽃길' 중에서

“엄마는 아저씨가 좋다고 하더군요. 중요한 건 제가 아니라 엄마 아닙니까? 내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단 말이에요?”
“그래, 나는 너와 유코 둘 다와 함께 있고 싶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는 멍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다네다 씨라면 나 같은 아들은 절대 원하지 않을 거다. 아마 질색을 했을 테지.
다네다 씨는 웃었다. 아마도 웃을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따뜻함이 넘치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되었다. 그는 아직도 현관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어두컴컴한 현관에서 손가락이 하얗게 떠 보였다. 그 순간... 처음으로 어쩌면 엄마도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p.132~133, '9월의 비' 중에서

‘화이트 피아노’는 얼음이 아닌 눈의 소리였다.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에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던 눈물을 훔치며 나는 고이치를 떠올렸다.
피아니스트는 고이치. 그리고 나는 얼음 피아노 위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곁에서 함께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 나도 피아니스트.
“나도 첫사랑이 있거든. 2년 전에 헤어졌는데 그 후로 한 번도 못 만났어.”
‘다시 만나자.’
나를 오히려 절망으로 빠뜨렸던 그 말.
그렇지만 첫사랑 후배에게 냉대를 받은 센다 군이 진정으로 그렇게 말해 주었다.
“다시 만나야지.”
고이치는 진심으로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제야 처음으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 p.198, '화이트 피아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연년생 남매 슌과 가나 그리고 누나인 가나보다 한 살 많은 고이치의 우정과 사랑이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진 연작소설. 여름방학 혼자 동네 수영장을 찾은 슌은 왼팔이 없는 고이치와 우연히 만난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그날 처음 만난 고이치의 집에서 비를 피하며 오른손으로만 연주하는 「서머 타임」에 감동받은 슌, 그렇게 피아노를 매개로 그들의 우정이 시작된다. 슌의 누나 가나 역시 고이치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면서 난생처음 가슴이 설레는데…….
첫 번째 작품 「서머 타임」은 슌의 시점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름, 교통사고를 왼팔을 잃은 고이치와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6년만의 재회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작품 「5월의 꽃길」은 초등학교 1학년 가나의 시점에서 꽃이 만발하던 5월의 한순간을 그리고 있다. 세 번째 작품 「9월의 비」는 슌과 고이치가 만났던 시기에서 3년이 지난 시기로 고이치의 시점에서 엄마의 남자친구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 「화이트 피아노」는 서머 타임에서 몇 개월이 지난 겨울, 갑작스럽게 떠난 고이치의 편지를 받는 가나의 시점으로 피아노 조율사 센다 군과의 만남을 통해 고이치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슌, 가나, 고이치 세 사람은 여름 한 계절을 함께 보낸 인연으로 연결되어 서로 혹은 다른 사람과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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