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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으로 난 길

쪽빛으로 난 길

: 동아시아 쪽빛을 찾아 떠난 예술 기행

리뷰 총점9.6 리뷰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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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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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68g | 148*210*30mm
ISBN13 9788960902749
ISBN10 89609027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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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무명에 처음 푸른색이 스며들던 순간을 기억한다. 색도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올과 올 사이를 밀물처럼 파고들던 색의 움직임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올과 색소의 결합은 마치 흰색과 푸른색의 강렬한 소용돌이처럼 짜릿했다. 격한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도 보였다. 항아리 속을 떠돌던 푸른색은 천을 만나 비로소 온전한 자신의 자리를 얻었다.
--- pp.6~7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산의 파도로 넘치는 바다다. 길은 산 능선을 따라 굽이친다. 구절양장의 길은 산속 마을을 지나고 머리를 틀어 올린 여자가 쪽마루만 한 논바닥에 괭이를 박는다. 버스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뱀처럼 산허리를 감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한참을 돌아 올라선 산마루 앞에 다시 산을 감고 회오리치는 길이 나타난다. 지나온 길인지 나아갈 길인지도 알지 못하겠다. 현기증이 인다. 가파른 능선에 검은 마을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여러 번, 드디어 저 멀리 강물이 햇살 아래 반짝인다. 한 마리 커다란 은빛 뱀 같다. 두류 강(都柳江)이라고 했다. 드디어 먀오족의 땅으로 들어선 것이다.
--- p.26

“이 색과 빛은 어디서 온 거라니”
“보름달이 떠오른 웨량 산月亮山 밤하늘의 색!”
뜻밖의 대답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그것만큼 적당한 비유도 없지 싶었다. 보름달이 떠오른 밤하늘에는 색과 빛이 모두 있었다. 그걸 천 위로 옮겨 왔다는 말에는 어쩌면 나 같은 이방인은 짐작하기 어려운 이들만의 사연이 있을 법도 했다. 웨량 산은 며칠 전 지나온 두류 강 수계의 서쪽에 있었다. 그러니까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바사 마을의 먼 뒷산이기도 했다. 산 이름이 이미 ‘달빛 산’이었다. 짙푸른 쪽색 바탕에 여린 자주색을 얹고 그 위에 은은한 달빛을 입힌 것이 바로 양포였던 것이다. 짙고 푸른 밤하늘에 담긴 크고 밝은 보름달을 지상으로 옮겨 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 pp.48~49

고장절을 치르는 마을은 일종의 먀오족들의 연합체였다. 그 마을들이 돌아가며 13년마다 축제를 받았다. 조상을 기리는 제례이기도 했다. 의식은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소를 잡았고 찹쌀떡을 쪘고 그 위에 말린 물고기를 올렸다. 수소 뿔로 만든 잔에는 미주를 담았고 암소 뿔에는 단술을 담았다. 옆에 작은 나무 의자를 놓고 새로 지어 쪽으로 물들인 옷을 올려놓았다. 조상님께 바치는 것이다. 고장절이 열리면 외지로 나가 사는 사람들도 마을로 돌아왔다.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어둠이 내리면 마을 문을 닫아걸었다. 고장절 기간에는 누구도 마을을 나갈 수 없었다. 마을에서는 참가한 모든 사람에게 고루 음식을 나누었다. 특별히 소의 내장을 먹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조상을 생각했다.
--- p.66

조부는 한족이었지만 심종문에게도 먀오족의 피가 흘렀다. 이곳 펑황은 원래 이 지역의 토족 세력과 먀오족의 땅이었다. 조모는 먀오족이었고 토족 여인을 어머니로 둔 탓이었다. 이곳 펑황 사람들은 아직도 스스로를 후난 성이 아닌 샹시湘西 사람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후난 성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샹 강湘江의 서쪽 지역이라는 말이다. 이들에게서는 스스로를 강의 동쪽과는 다른 민족이라는, 그래서 전통도 문화도 다르다는 어떤 묘한 자부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게 심종문은 여러 다른 문화가 섞인 이 지역에서,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것을 토대로 소설 『변성』을 썼다. 소설의 배경을 묘사하는 부분에 그는 지극히 토속적이고 지역적인 정서를 담았다. 그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담는 데 공을 들였다. 그 묘사에서도 화포에 관련된 장면이 빠지지 않았다.
--- p.79

윈난 성(雲南省) 다리(大理)의 거리에는 이제 봄바람이 분다. 아직 잎을 달지 않은 가지에 매달린 분홍빛 꽃봉오리와 그새 참을성 없이 성급하게 잎을 열어버린 대책 없는 꽃들이 거리의 풍경을 바꾸어가는 중이다. 미세한 계절의 변화를 눈이 아닌 몸으로 먼저 알아듣는 자들이 있어서 청춘이라 부른다. 생의 충동은 나무나 사람이나 매일반이다. 어디선가 흡사 비명과 같은 웃음소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누군가는 달아나고 누군가는 쫓는다. 쫓는 자나 달아나는 자나 모두 몸도 발걸음도 가벼운 청춘들이다. 봄은 어디서나 젊음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생 최고의 날은 언제나 순간이고 오늘일 뿐 그 갈급함이 꽃이 되고 청춘으로 눈부시다. 그래서 봄이 온다. 다리든 어디든 봄이 오는 길목은 숨이 가쁘다.
--- p.88

‘강남’은 대략 창 강(長江)의 중하류 일대를 말한다. 저장 성(浙江省)과 안후이 성(安徽省) 그리고 장쑤 성(江蘇省)이 그 중심 지역이다. 현재의 상황과는 좀 다르지만 이 지역은 오래도록 중국 남부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의 중심지였다. 농토가 넓고 비옥해서 물산이 풍부했고 인구도 많았다. 도시화도 빨랐고 상업도 일찍부터 발달했다. 인염화포가 태어나고 발전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했던 셈이다. 그러한 물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교통이다. 상업지역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도로를 통해 생성되고 또 퇴락한다. 근대 이전 이곳 강남과 수도 베이징을 잇는 가장 중요한 길은 바로 ‘경항(京杭)대운하’라 부르는 인공의 수로였다. 운하를 따라 도시가 생겨났고 화포가 만들어졌다. 강남에서 화포의 무늬들은 비로소 적극적인 욕망의 형태로 나타났다.
--- p.209

루쉰은 문장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내겐 그의 미술과 관련된 행적이 아무래도 먼저였다. 그중 하나가 책이었다. 스스로도 그림에 소질이 있어 자신의 책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표지를 장식하던 서체와 그림이었다. 붓글씨 일색이던 서체와 그림은 루쉰으로 인해 현대 디자인적인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체뿐만 아니라 표지의 도안과 색에도 변화가 생긴다. 서체든 색이든 한결 경쾌하고 발랄해 도시적인 감성이 물씬 묻어났다.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감성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 pp.211~213

화이안을 지나는 강은 화이허(淮河)다. 북쪽의 황허와 남쪽의 창 강 사이에 화이허가 있다. 강남의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그 강이 화이허다. 화이허는 창 강과 황허 사이에서 조용하다. 창 강이나 황허처럼 가파르게 물길을 바꾸지도 않았다. 두 거대한 강 사이에 마치 넙치처럼 엎드려 있다. 화이허의 본류로 모여드는 지류의 물길은 살을 발라놓은 가시처럼 일정하고 규칙적이다. 그렇게 모여든 강물은 바다로 달리지 못하고 훙쩌 호(洪澤湖)에 모여 잠시 숨을 골랐다. 훙쩌 호는 말하자면 넙치의 위나 아가미처럼 보였다. 호수가 차올라 물은 길을 만들어야 했지만 거칠 것 없는 너른 평야에서 물은 방향을 잡지 못했다. 강물은 흐르지 못하고 뒷물에 밀려 들판으로 흩어졌다. 바다로 흐르지 못한 물은 흩어져 수로로 스미거나 운하의 물길에 보태져 강물로서의 생을 마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 화이허는 들판을 서성이고 있었다.
--- pp.24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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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순정을 가졌다는 것은 인생의 힘줄이 된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에 미친다는 것은 인생의 샘물이 된다. 이 아슬아슬한 세상에, 묵묵히 그가 걸어왔던 길은 비겁하게 세상 눈치나 보며 사는 나를 자주 부끄럽게 했다. 한 사람의 어떤 고집 앞에서 인간의 밑바닥들은 마침내 경의를 표하고 만다. 신상웅 작가는 사람이 쪽빛이더니, 쪽빛을 가지고 논다. 마음결이 곱더니 이제 그 결을 가지고 논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난 ‘화포와의 인연’들을 녹인 이 책은 꿈틀거리며 압도하는 인류의 오래된 기억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안속에서 지워져 없어진 ‘푸른 바다’를 이 한 권의 여행을 통해 마실 수 있다니 벌써부터 속이 특별해진다.
이병률 (시인, 여행작가)
내가 홍천의 산골에서 대패질을 하는 동안 그는 괴산의 고향 집에서 푸른 쪽물을 들였다. 날이 추워지면 어디론가 떠나 봄이 되어서야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다. 그의 길은 단순히 푸른색의 서사만을 좇지 않는다. 베트남 박하의 시장이든 대운하의 수로 위에서든 그가 사람과 색과 풍경을 만나는 장면을 보며 나는 ‘여행의 태도’를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사물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이정섭 (목수, 내촌목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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