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7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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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5쪽 | 298g | 120*188*20mm |
ISBN13 | 9788957091364 |
ISBN10 | 895709136X |
발행일 | 2008년 07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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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5쪽 | 298g | 120*188*20mm |
ISBN13 | 9788957091364 |
ISBN10 | 895709136X |
1. 어디에서 2. 누가 어떤 이유로 3. 사느냐 죽느냐 4. 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5. 강에서 구출된 나르시스 6. 번개와 천둥의 간주곡 7. 그림자를 판 사나이 8. 지붕 위를 걷다 9. 단검의주인은 누구인가 10. 정의의 위대한 판결자 11. 지칠 줄 모르는 익시온 12. 판돈은 누가 챙길 것인가 13. 최후의 승자 14. 진실은 무엇인가 해설 - 진실과 거짓,빛과 그림자가 미로같이 얽힌 이야기 제수알도 부팔리노 연보 |
아주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을 만났다.. 묘한 이중성을 선물한 이 책.. <그날 밤의 거짓말>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고민하면서 세번을 고쳐 쓰다가 끝내 이런 형식을 선택하게 됐다.. 그 이중성에 대해 말해보자고..
책은 쉽게 술술 읽힌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이 결코 술술 넘어갈 수는 없게 하는 것이라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책은 추리 소설적 기법으로 풀어져 있고 이중 반전이라는 꽤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있다.. 나는 이중 반전이라는 함정이 있다는 것에 대해 책의 광고를 통해 미리 알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꽤 조심스럽게 그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했었다.. 놀랍게도 두가지 반전을 다 맞출 수 있어서 왠지 모를 뿌듯한 기쁨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고 책의 마지막 자락에서 작가가 주는 메세지의 무게에 눌려 금새 우울해져 버리기도 했다..
나는 그런 이중적인 이 책의 매력이 너무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주위 사람들에게는 선뜻 권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책의 설정부터 참 흥미진진하다..
책의 배경은 19세기 중엽, 시칠리아 왕국의 어느 외딴 섬의 감옥이다.. 여기 국왕 암살 음모에 가담한 죄로 잡혀온 4명의 죄수가 있다.. 이들은 다음날 새벽의 참수형을 기다리며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그들 조직의 우두머리를 참수형전에 한사람이라도 적어내면 누가 배신을 했는지는 비밀로 해둔 채, 모두를 풀어주겠다라는 것이다.. 밤을 맞이해서 초조해진 그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추억할만한 이야기를 하며 남은 4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그들의 방에는 '치칠로 수도사'라는 별명의 악명 높은 도둑이 있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된다.. 네명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그들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새벽으로 달리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관한 책인데, 정말 하룻밤 사이에 읽어버릴 정도로 술술 잘 읽혔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 속에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무거운 주제인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가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제안을 한 사령관은 삶과 죽음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일깨워주며 그들을 꼬신다.. 맘에 와 닿았던 그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저울의 양쪽 두 접시는 서로 비교 거리가 되지 않는다. 한쪽 접시에는 빛, 빛나는 젊음이 있다. 나는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존재할 거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존재의 바다에서 뒤섞이지 않고 좀 더 독특한 하나의 물방울이 될 수 있는 힘이 있다. 여인의 육체를 좀 더 껴안고, 꽃냄새를 맡고, 웃고 울 수 있는 힘이 있다. 언제든지 나는, 나는,나는............하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모든 것이 한쪽 접시 위에 올려져 있고, 산만큼 무겁다. 반면 다른 쪽 접시 위에는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숨결, 너희 모두의 어두운 조국이 있다. 그쪽 접시에서 평등이니 자유니 형제애니 하는 너희들의 말은 이제 너희들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말이 된 듯하다. 너희들은 그 말들을 생각할 정신, 그 말들을 쓸 손, 그 말들을 말할 입을 잃을 것이다.........."대단한 유혹이지 않은가.. 나의 죽음을 내 선택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니..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수 있을까.. 철학적일 수도 있는 이 분명한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죽음에 대한 생각부터,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서까지.. 그리고 자신을 버릴만한 신념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던만큼.. 그 밤을 가득 채웠던 4사람의 인생 이야기들..
과연 나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추억할 만하고 기억할만한 일로 어떤 일을 떠올릴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각기 너무나 다른 인생들이었지만, 그 속에는 그들이 왜 이 혁명단에 가담하게 되었는지의 계기가 담겨있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계기가 운명적인듯 거창하게 제목까지 붙여가며 이야기했지만, 책속에서 들어주던 등장 인물들까지 어이없어 하거나 우스꽝스럽다고 할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은 각색했는지 모를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런 우스꽝스런 인생 속에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담겨있었다!!라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고민,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고민, 존재의 불안정성에 의한 끊임없는 혼돈의 고민들이 그것이었다..
처음에는 작가가 삶과 죽음의 묘한 경계에서 죽음이냐 신념이냐를 사이에 둔 인간들의 심리 변화나 그들의 죽음이 대의명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를 주제로 말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의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그 네명이 공통으로 부르짖던 것은 가치에 대한 문제였다..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불쌍한 죄수 4명의 입을 통해서.. 그리고 마지막 살아남은 사령관의 편지를 통해서까지..
나는 누구인가? 우리 인간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실제인가 가짜인가? 종이로 만든 허구, 신의 모습을 닮은 허상, 재로 만든 팬터마임 무대에 등장한 실재하지 않는 존재, 적의를 품은 마술사가 빨대로 불어대는 비눗방울?그렇다면 진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짜가 아무것도 없다면, 모든 것은 제로, 아무것도 나올 수 없는 제로입니다. 우리 모두 진위불명입니다.................제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돌아가려는 순간 제 존재의 헛됨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모두와 함께하는 고뇌라는 인상을 풍기기 위해서입니다..............제가 그동안 꿈을 꾼 건 아닐까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대의 커다란 막을 올리고 내리는 줄을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목까지 차오르고,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행복감이 가득 흘러넘치는 느낌입니다. 혹시 초인간적인 알파벳이 신비한 힘으로 인해, 제가 떨어질 어둠의 오메가가 영원한 빛의 알파가 되는 건 아닐까요? 잠시 후면 그걸 알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그 깨달음을 모르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돌아보며 자살을 앞둔 사령관.. 그 조차도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혼돈중에서도 또한 분명한 건 허무함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꿈같은 것.. 진위불명의 무엇.. 그리고 잠시 후면 알게 될 죽음이지만, 결국은 모르는 것과 같아져 버리는 허무함.. 그렇게 끝난 이 소설을 붙들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우울해져 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가 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허무감이 진짜로 엄습했던 때문이다.. 이게 바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이 꽤 괜찮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떤 누군가가 이걸 읽고 공감할 수 없다면 머릿속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로 끝나버릴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모든 그러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력있는 책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중 반전이라는 걸 염두해 두고 책 속에 감춰져 있는 단서를 찾아내서 어떤 결론이 반전이 될지를 예상해 보는 재미도 쏠쏠한 것이고, 살면서 한번쯤은 벽에 부딪힐 내 존재의 가치,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계기가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과 진실의 극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의 이야기들처럼 그 경계가 불분명할 수도 있다는 것과 삶과 죽음의 성격도 비슷할 수 있다는 것..등.. 와우~ 정말 너무 많은 생각들로 혼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아넣은 책 아닌가~ 책은 조그만데 꽤 묵직한 느낌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후 꼭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때는 조금 더 정리가 되려나.. ^ ^
이 책은 88년에 나온 책이다. 20년이 지난 후에 나는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이탈리아의 최고 문학상이라는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다는 데 이 작품이 나왔을 때 다른 경쟁작은 모두 자진 사퇴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뛰어난 작품과는 경쟁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책의 띠지와 소개글에 나와 있는 이 말은 허풍섞인 자랑처럼 들렸다. 나에게 제수알도 부팔리노라는 작가는 낯선 작가였고 다른 나라에서 상을 받았다는 작품 중에서 생각보다 나에게 와닿는 작품이 많지 않았던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나의 삐딱한 시선을 단번에 정위치로 바꾸어 버렸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충분히 명작이라고 할 만하다. 20세기의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한다고 말하는 것도 허풍 섞이지 않는 진실을 이야기한 것이라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독일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환상문학의 냄새가 난다. 거짓 역사 소설이면서 무대는 외딴 섬에 있는 감옥이다. 왕을 살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4명의 죄수가 사형을 언도 받는다. 이 외딴 섬에 있는 감옥에서 있다가 집행일 하루 전이 된다. 형무소장은 이들의 배후에 있는 누군가를 캐내려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집행일 하루 전이라 나오는 특식이 나오고 평소보다 좋은 대우를 해주지만 죄수들을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 깨끗한 침실을 주는데 같이 처형되는 한 사람과 같이 5명이 하룻밤을 보내게된다. 이 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하자고 이야기하고 한 명 씩 자신의 인생중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말하게 된다.
마지막에서 같이 처형되는 한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는 데 그는 바로 형무소장이었다. 그는 배후를 밝히기 위해 죄수들 사이에 잠입했던 것이다. 하룻밤의 잠입의 결과 그리고 행세했던 그 역할의 결과 이 형무소장은 많은 고민을 가지게 된다. 4명의 죄수는 자신의 인생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모두 거짓으로 이야기 했다. 형무소장은 이미 그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 모두 거짓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죄수들은 자신인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마지막에 이 형무소장은 무엇이 진실인가를 고민하며 결국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는다. 왕의 입장과 왕을 죽이려 했던 자들의 입장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목숨을 끊는다.
이 소설은 빛과 그림자와 진실과 거짓이 교차되어 회색빛을 띄는 작품이다.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 바닷물은 햇빛을 받아 찬란하다. 하지만 이 곳은 죄수들의 절망이 가득찬 형무소이다. 멋진 풍경이지만 나갈 수 없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화창하지만 언제 흐려지고 폭풍우가 불지 모른다. 형무소 안은 언제나 음침하고 우울하다. 나의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나의 거짓은 거짓이 아니다. 이 작품은 혼란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음악을 듣다보면 일정한 박자에 얼만큼 다채롭고 새로운 음들을 조화롭게 넣었는지가 음악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작품을 음악으로 친다면 엄청나게 많은 변박이들어가 있지만 그것이 듣기 싫지 않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재즈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읽고는 한참을 감탄을 했다. 이 정도면 명작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문장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이야기 또한 간결하고 지루하지 않으며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일본식의 간결함이 아니라 유럽식의 간결함이다. 유럽문학 특유의 묘사와 설명은 풍미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