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은유중 하나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에 나온다. 그 글에는 아주 작은 남자가 나오는데, 그 남자는 일시적으로 정상적인 크기를 갖게 된 공주를 사랑하여 공주의 작은 왕국이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따라 다닌다. 글 속에서 상자는 말 그대로 축소된 세상 자체이다. 우리는 (애석하게도) 일시적으로 정상적인 크기를 갖게 된 공주는 아니지만 (다행히도) 축소된 세상이란 개념을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은 다른 무엇 아닌 축소된 세상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좀 잔인한 충동은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나비를 꽉 쥐고 수집통에 넣는 어린아이의 세상도 구경하고, 미국 전역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맛도 보고,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이 칼을 들고 부인을 쫓아다니는 장면도 목격하고, 찰스 램이 어머니를 살해한 정신질환자 누이와 난롯가에 앉아 셰익스피어를 읽는 장면도 가슴 저미며 보게 된다. 발자크가 하루 40시간씩 커피를 마시며 18시간씩 일하다가 위장에는 고통을 뇌에는 각성을 느꼈던 장면을 구경하면서는 괜히 내가 오늘 마셔버린 커피의 수량을 헤아리게도 된다. 발터 벤야민이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사는 것’이라고 한 말은 이 글의 저자인 앤 패디먼에게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어린시절 곤충 수집부터 시작해 커피, 아이스크림, 책에 이르기까지 평생 기본적으로 수집가의 속성을 띤 그녀의 글들은 수집, 애착, 열정, 관심과 그에 맞아 떨어지는 시의 적절한 독서야말로 일상과 세상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창의적이고 재미난 전략가이자 매력적인 수다쟁이를 탄생시킨다는 걸 보여준다.
빌 브라이슨이나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하고 따뜻한 정서에 끌렸던 사람들은 그녀의 글을 읽고 난 뒤에도 비슷한 기쁨을 느낄 것 같다. 호기심 넘치고 정서가 자유롭고 책과 세상의 교집합을 끝없이 찾아가는, 안정된 동시에 풍성한 영혼을 가진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일단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할 일은 모세혈관을 흐른 언어의 힘이 발바닥에 다다른 것처럼 우리의 관심과 열정을 해명해 줄 아군 같은 책을 A부터 Z까지 찾아가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은 우리를 배반하지 않고 자극과 같은 격려를 해줄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쾌락이다.
정혜윤,『침대와 책』『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작가, 방송 프로듀서
앤 패디먼은 정신없이 북적대는 군중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은신처를 만들어 준다. 그녀가 만들어 낸 그 은신처에서 과거는 생명력으로 깨어나고,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단어들은 나비들처럼 아름답게 파닥이며, 사상의 경쾌함, 나무랄 데 없이 완벽히 다듬어진 문장, 장난스러운 위트와 해박한 지식이 살아 숨 쉰다. (...) 스스로를 의욕에 넘치는 아마추어라 부르는 앤 패디먼은 언어로 된 성을 쌓아 공격성과 잔인함, 무료한 일상에 지친 독자들을 초대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즈〉 도나 시먼
맑고, 박학다식하며, 통찰력 있으며, 그러면서도 박력 있다. 앤 패디먼은 주제와 상관없이 그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모든 것을 전해주며 독자들을 더욱 목마르게 한다.
토머스 맬런, 작가 겸 평론가
놀라운 수필들이다. 힘들이지 않고 술술 써 내려간 문체는 우아하고 청명하다. 즐거운 주제도 있고, 무게감 있는 주제도 있으며, 때로는 즐거움과 무게감이 적절히 섞여 있다. 4쪽쯤 읽고 나자 앤 패디먼에게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
이언 프레이저, 작가
앤 패디먼의 수필은 잠들기 전 읽기 딱 좋은 책이다. 그녀는 커피, 곤충수집, 시골로의 이사, 불면증, 국기, 27년 전 래프팅 도중 일어난 친구의 죽음 등 그녀를 사로잡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앤 패디먼은 그녀의 우상인 찰스 램에 뒤 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입담꾼이다. 기품 넘치며, 언제나 주의 깊고, 여담을 즐기며, 세심하면서도, 명랑하다.
〈선데이타임즈〉 앨런 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