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늙음을 낡음으로 방치하지 않고 성숙한 창조로 탈바꿈시킨 시장들은 살아남아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스스로에게도 한 번쯤은 꼭 물어볼 일이다. 나는 늙어 가고 있는가? 낡아 가고 있는가? (59쪽)
단순히 보여 주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하게 하라, 그러면 고객은 그 브랜드에 충성하게 될 것이다. VMD도 이제 단순히 마네킹에 옷 몇 벌 입히는 것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고 놀라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 형식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쇼윈도들이 생기고 이를 고객들과 함께 즐겨야 한다. 사각 상자에 꽉 채워진 물건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명동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96~97쪽)
우리나라 시장은 먼저 장을 보고 그다음에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다. 놀이가 없는 것이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처럼 시장이 성공하려면 먼저 시장을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125쪽)
“우리는 옆 가게와 경쟁하지 않아요. 오직 스스로의 정직함과 경쟁할 뿐입니다.” 그 한마디는 나를 일깨우는 죽비 소리처럼 다가왔다. 경쟁 사회를 살면서 어떻게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쟁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상품에 대한 정직함이다. 사람을 살리는 식재료를 팔아야 시장이 살아난다. 이러한 식재료를 팔기 때문에 백 년의 세월을 이기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것이다.(165쪽)
모든 사람이 평범한 양파 피클을 담글 때 누군가는 양파 위에 표정을 만들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소 피클을 만들어 냈다. (…) 세상을 보는 관점이 나에게 있지 않고 그것을 먹는 사람, 사 가는 사람을 향해 있으면 혼이 담기고, 세상에서 유일한 명품이 탄생한다. 그 명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하여 그 미소 피클을 만든 상인은 ‘기능인’이 아니라 ‘장인’이 되는 것이다.
(175~176쪽)
형식 파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내가 보고 듣고 입고 먹는 것 중에서 찾으면 된다. 당연한 것,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것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 남다른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당연하지 않은 방법인 것이다. 이런 형태밖에 없을까? 다른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평범함을 벗어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방법이다.(225~226쪽)
전통시장은 편리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편리함만을 좇는다면 마트에 가면 되지, 굳이 전통시장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낡았지만 멋스럽고, 오래되었지만 촌스럽지 않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깊이 있고 소박한 맛이 영속적으로 흐르는 공간 말이다. (…) 시장은 이제,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닮으려는 노력을 멈추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나만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278~279쪽)
고객의 굳어진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를 기쁘게 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물건을 파는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나의 물건을 선택하는 고객의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 한 번쯤은 다르게 생각해 보라. 한 번쯤 입장을 뒤집어 생각해 보라. 그의 마음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306쪽)
--- 본문 중에서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는 것’은 겉모습만 치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본질을 느껴서 ‘좋다’라는 감탄사가 나오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거지?’ ‘나는 이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려는 거지?’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으면 어떤 비주얼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질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모든 것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프롤로그_좋은 물건을 만들었는데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중에서
그럼 스타벅스도 70 : 25 : 5의 비율을 따르고 있을까? 스타벅스를 떠올리면 짙은 초록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알고 보면 전체 색상의 5%밖에 되지 않는다. 놀랍지 않은가? 이것이 눈길을 사로잡는 주제 색상의 위력이다. 주제 색상을 돕는 보조 색상은 짙은 갈색을 쓰고 있는데, 그 비율은 25%다. 그리고 나머지 70%를 기본 색상인 따뜻한 느낌의 아이보리색이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기본 색상인 흰색이 70%, 보조 색상인 검은색이 25%, 주제 색상인 노란색이 5%를 차지한다. 이 경우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이마트의 색상은 노란색이다.
---「2장_마법을 부리는 어울림의 비율 70 : 25 : 5」중에서
갤러리아 백화점의 식품관 ‘고메이 494’도 셀카 촬영을 좋아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다. 이 식품관에는 유명한 맛집들이 모여 있는데, 식사를 하는 공간과 식재료를 쇼핑하는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고메이 494는 애초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명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조명 담당자가 직접 셀카를 찍어가며 얼굴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색온도를 찾아냈다고 하니, ‘셀카 명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고메이 494는 다른 어떤 백화점 식품관보다 각종 SNS에 더 많이 포스팅되었고, 매출도 오픈 후 2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4장_아름다워지는 빛의 색온도 3500K」중에서
76cm 효과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조명이 낮아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명 아래로 몸을 기울인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음식을 먹게 된다. 더 큰 친밀감을 느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오고간 많은 이야기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매우 행복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76cm의 높이의 조명이 손님들에게 추억까지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추억은 다시 가게를 찾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6장_45° 각도와 76cm 높이의 마법」중에서
고객은 왼쪽을 많이 볼까, 오른쪽을 많이 볼까. 인간의 시선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왼쪽에는 눈길을 뺏을 수 있는 광고 이미지나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상품을 두고, 오른쪽에는 기본 상품이나 평범한 색상의 상품을 두는 게 좋다.
---「8장_물건을 갖고 싶게 만드는 16cm의 비밀」중에서
인간의 심리는 언제나 비교를 원한다. 내가 고른 상품이 최선의 선택임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품과의 비교가 필수적이다. 원칙 없이 아무렇게나 진열되어 있으면, 무엇과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선뜻 상품을 고를 수 없다. 하지만 수직진열을 해놓으면 여러 상품들을 한눈에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은 이렇게 많은 상품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낀다.
---「8장_물건을 갖고 싶게 만드는 16cm의 비밀」중에서
실제로 타인의 아픔과 불편함을 이해하는 것이 진열 디자인의 기본이다. 교보문고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이를 구현해내고자 노력했다. 300개의 좌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천장에만 있던 조명도 테이블 가까이로 내려서 최적의 색온도와 조도로 책을 읽는 고객의 눈을 배려했다. 이제 테이블 위에는 일어서서 책을 읽으라는 안내문 대신 “오랫동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하고 눈이 부시지 않게, 자연광 조명 아래에서 완벽한 독서 경험을 만끽해보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9장_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꾸는 가치의 힘」중에서
이처럼 자신만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면 고객을 감동시키는 힘이 생긴다. 여기에 긴 세월과 경험이 더해지면 멀리서라도 반드시 방문해보아야 하는 매장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소설 《싯다르타》에서 지식에 세월과 경험을 더한 결과물이 지혜라고 했다. 그러니 새로운 지식만 고집할 필요도, 자신만의 세월과 경험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이 둘을 잘 버무려서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9장_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꾸는 가치의 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