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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

환상통

: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리뷰 총점8.8 리뷰 17건 | 판매지수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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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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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8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130*205*20mm
ISBN13 9788954641869
ISBN10 895464186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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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 우리의 사랑을 비웃을 때마다 속으로 기도해요. 간절함을 아는 사람이 가장 절실한 기도를 할 수 있기에, 나는 나의 기도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알아요. 방송국 앞에서, 사람들이 경멸에 찬 눈으로 보거나 욕을 하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은 평생 이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지 못할 거야, 라구요. --- p.11

너는 일생을 사랑하는 걸 취미로 삼은 사람이었다. 본 영화도 읽은 책도 들은 음악도 많지 않았지만 사랑만은 지치지 않고 꾸준히 했다. 어느 날 고통에 못 이긴 듯 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더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아. 병이야. 그러나 내가 너의 병이 된 적은 없었다. 너의 병이 나만은 비껴갔다. 나는 이것이 두고두고 서운했다. --- p.138

나는 그들로 인해 기록하는 것이 나의, 아니 망각하는 모든 인간이 해야 할 저항이라는 걸 알았고, 설령 망각에 패배하더라도 우리의 의무라는 걸 알았거든요. 또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
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는 것도요. --- p.141

가끔 팬들을 볼 때 이런 생각을 해요. 각자 다른 사람들이 뭉쳐 있는 건데 왜 같은 사람처럼 보일까. 그러니까, 멤버들을 기다릴 때 우리는 언제나 평균치의 인간이지, 개개인이 되지 못하잖아요. 참 이상해요. (…) 늘 멤버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그런 마음이 강할수록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진다는 게. 그저 누군가를 위해 하루를 아낌없이 쓸 수 있
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게.
--- p.17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당신은 평생 이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지 못할 거야.”

1부는 휴학생 m이 서술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m은 N 그룹의 멤버 M을 사랑하여 사인회, 공개방송, 행사 등을 열성적으로 찾아다닌다. m은 자신의 체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소유하고자 하는데 그녀에게 그 수단은 문장이다. m이 있는 곳에서 무대 위의 M은 겨우 작은 점처럼 보일 뿐이기에, 그녀는 문장을 통해 그 찰나를 세밀하게 남겨두려는 것이다. 그리고 m은 수많은 연애소설을 찾아 읽으면서 자신이 겪는 사랑의 외로움을 위로받고자 한다. 그러나 연애소설을 읽어나갈수록 m은 더욱 큰 고독을 맛보게 된다. 팬이란 단 한 번의 의미 있는 마주침조차 허용되지 않는, 대상과 전혀 관계를 맺을 수 없는 특이한 사랑을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2부는 m이 공개방송을 기다리는 도중에 만난 ‘만옥’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m이 사랑에 빠진 동시에 그 사랑을 객관화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인물이라면, 만옥은 그저 그 사랑에 온몸을 내던지고 열렬히 앓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M을 보지 못하는 날에는 그가 눈앞에 없으니 괴롭고 보는 날에는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니 괴롭다는 것이다. 만옥은 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M의 소속사 근처에 있는―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M이 먹고 건물 앞에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빈 그릇을 사진으로 찍어 소중한 듯 간직하며, 무대 위에서 M과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선 걸 그룹을 보고는 질투에 사로잡혀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는 등, 이 사랑에 순전히 몰입한다.
3부는 만옥을 짝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열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미성년자일뿐더러, 현실세계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아이돌 M을 사랑하는 만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는 만옥과 우정을 나눴던 m을 찾아가 만옥과 함께했던 시간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청한다. m은 그에게 자신이 모아둔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문장으로 남겨둔 기록들을 전하며 자신이 보고 느꼈던 만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길 위에서 사랑하는 이를 한없이 기다리는 팬들,
그리고 그들을 차갑게 스쳐가는 사람들 그 모두를 위한 이야기


『환상통』을 통해 우리는 ‘빠순이’를 비로소 ‘열렬히 사랑하는 존재’로 바꿔 부를 수 있게 된다. 그렇다, ‘사랑’ 말이다. 이희주는 대상화되고 타자화되는 과정 속에서 늘 오해되어왔던 존재들, 십대·이십대 여성의 이야기를 바로 그 당사자인 m과 만옥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아마도 이제까지 우리가 들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이다. 이로써 우리는 그들의 한없는 기다림, 거친 비명과 욕설, 광기처럼 보이는 행동 들 속에 담긴 감정과 논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또한 수많은 다른 목소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겠지만, 적어도 지금 길 위에서 사랑하는 이를 한없이 기다리는 팬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 소설은 그 팬들을 차갑게 스쳐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만옥을 이해하기 위해 m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남자처럼―m과 만옥이 열정적인 발화자라면 남자는 성실한 청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오로지 듣기 위해 말하고 묻는 것처럼 보인다―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 작지만 또렷하게 그 존재감을 뿜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소설을 쓰고 읽는 까닭이 아닐까. 씀으로써 다른 목소리를 들리게 만드는 것, 읽음으로써 또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스물다섯 살의 이희주는 이야기를 쓰고 읽는 일의 이유와 그것이 발휘하는 힘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첫 작품을 통해 이를 훌륭하게 증명해 보인 젊은 작가의 출현을 기쁘게 알리며 이제 『환상통』을 세상에 내보낸다.

아이돌 팬 경험이라는 게 저한테 중요한 얘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저희 세대 대부분이 그렇듯이 아이돌 문화를 포함한 여러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어요. 예를 들어 저는 2008년 하면, 그해에 다른 중요한 일도 많았지만, 가장 먼저 동방신기가 컴백한 일이 떠올라요. 남들이 봤을 땐 뭐야, 싶을지 몰라도, 저는 그래요. 분명 저랑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얘기는 공적 영역에선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잖아요. 무시되기 십상이고요. 그래서 언젠간 이런 얘기를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긴 했어요.
그렇지만 이 소설의 경우는 글쎄, 좀 발작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저 개인의 ‘팬질’에 대해 기록하려 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_인터뷰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짝사랑을 향한 처절하리만큼 절박한 이 고백의 발화들이 연예인을 향한 특정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보편성의 마력에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 강지희 (문학평론가)

어떤 대상에 매혹되고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작가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있었고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소설적이고 언어적인 고민이 엿보였다. 탐구하고 알게 된 것을 향해 깊이 투신하고 있었다.
- 정용준 (소설가)

만옥이 아이돌 민규를 볼 때마다 내뱉는 주문과 같은 말, ‘씨발, 죽어도 좋아’. 그 문장이 나를 칼처럼 헤집은 이후, 나는 줄곧 이 소설에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 정한아 (소설가)

회원리뷰 (17건) 리뷰 총점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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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련 | 2016.10.26 | 추천3 | 댓글6 리뷰제목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축복이다. 그것이 크나큰 고통을 동반하더라도 말이다. 때로 사랑은 일상을 굴복시킨다. 사랑하는 그 대상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무작정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것일까. 이것은 부질없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형태와 행위가 다를 뿐 맹목적인 사랑, 내 전부를 줄 수 있는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리뷰제목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축복이다. 그것이 크나큰 고통을 동반하더라도 말이다. 때로 사랑은 일상을 굴복시킨다. 사랑하는 그 대상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무작정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것일까. 이것은 부질없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형태와 행위가 다를 뿐 맹목적인 사랑, 내 전부를 줄 수 있는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사랑하는 팬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이희주의 『환상통』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들에게 사랑은 숭고하고 위대한 일이다. 청소년 시절의 통과의례처럼 지독한 열병으로 기록되더라도 말이다. 섣불리 이해할 수 없지만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소중한 것일수록 기록을 통해 남기려고 하죠. 그러나 어떤 기록도 순간의 모방일 수밖에 없다면 도대체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남겨져야 합니까?’ (23~24쪽)

 

 소설의 주인공은 십 대의 소녀팬이 아니다. 아이돌 멤버를 좋아하는 이십 대의 m과 만옥, 그리고 만옥을 짝사랑한 한 남자가 서로의 시선에 비친 그들의 사랑을 들려준다. 같은 멤버 민규를 좋아한다는 것과 이십 대란 공통분모로 m과 만옥은 금세 친해진다. 아이돌의 스케줄을 공유하며 함께 공개방송을 기다린다. 기약 없는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서 잠깐 팬들에게 모습을 보이는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들에게는 삶의 전부가 된다. 일상의 축은 아이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이돌 멤버와 팬의 로맨스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 대상을 향한 무한대의 사랑이지만 그것이 너무도 절망스럽다는 것, 전부를 소유하길 간절히 원하지만 모두와 나눠야 한다는 고통까지 감수하며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소설이다. 그래서 m과 만옥과 한 남자가 차례로 들려주는 사랑은 처절하면서도 철학적이다.

 

 ‘나는 기다림이 좋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곧 기다림이었으므로 그것은 언제나 달콤했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나는 그들을 알게 된 이후 매 순간이 기다림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문장을 쓰며 그 순간을 간신히 버티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나는 고통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포기했던 걸까?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고통이 좋았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자발적으로 원한 사람이었다. 불확실한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보다 낫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70쪽)

 사랑하는 이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건 당연하다. 무엇을 먹고 어떤 걸 먹고 무슨 생각을 하고 누구와 친한지, 알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m과 만옥이 아이돌 멤버 민규를 향한 마음도 그러하다. 세상은 그들을 ‘빠순이’라 부르며 정신 나간 집단으로 치부한다. 공개방송과 콘서트에 가기 위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도 없고 친구나 부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민규가 존재하기에 m과 만옥도 존재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그려진 아이돌과 팬의 모습은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매우 사실적이다. 현장을 생생하게 스케치 한 느낌이랄까. 스타의 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팬의 하루, 어느 위치에 서야 좋아하는 멤버를 잘 볼 수 있는지, 팬미팅 당첨을 위해 몇 장의 앨범을 구매해야 하는지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들은 단순한 팬이 아닌 것이다. 민규를 향한 사랑은 신을 향한 그것과 같다. 그를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갈 수 있는 사랑이다.

 

 ‘네가 유리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라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내겐 아직 쓸 만한 눈과 너를 담을 마음의 공간이 있었다. 네 앞에서 꿇을 무릎, 녹아 사라지기를 바라는 다리가 있었다. 네 앞에서 몇 번이고 터질 심장과 그걸 꿰맬 손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아직 기다리길 원했다. 네가 너를 기다렸으니까.’ (128쪽)

 이 무섭고도 모진 사랑을 이해하기에 나의 이성과 감성은 부족하다. m이 다른 민규를 사랑하게 된 이유와 만옥이 갑자기 죽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옥의 죽음 후 m과 만나 그녀가 사랑한 민규에 대해 알아가는 것으로 여전히 만옥을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m을 통해 만옥을 듣고 만옥을 만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그 의미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사랑하는 것은 축복이라 생각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한 것일까, 여전히 어렵다.

 ‘기록은 다른 사람과 나눴을 때 더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142쪽)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6
[2016 결산] 한때라면 나을 텐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17.01.08 | 추천2 | 댓글8 리뷰제목
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괜찮은 사람을 보면 좋아하기도 한다. 괜찮다 여긴 사람 이름을 모르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다른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지 찾아본다. 이것은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아주 좋아해서 방속국에 가서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그런 거 텔레비전 방송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런 아이 지금도 있을까. 난 노래를 좋아해서;
리뷰제목

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괜찮은 사람을 보면 좋아하기도 한다. 괜찮다 여긴 사람 이름을 모르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다른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지 찾아본다. 이것은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아주 좋아해서 방속국에 가서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그런 거 텔레비전 방송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런 아이 지금도 있을까. 난 노래를 좋아해서 음악방송을 즐겨 본 적도 있는데 언제부턴가 안 보게 되었다. 나도 예전에는 노래 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노래 듣고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내가 한 건 그 정도다. 시간이 흐르고 컴퓨터 인터넷을 쓴 다음에는 영상이나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한 건 아이돌은 아니고 밴드였다. 재미있는 건 내가 좋아한 밴드를 하는 사람에서 한 사람은 여기에서 말하는 N 그룹 M과 이름이 같다. 그 이름을 가끔 소설에서 보기도 한다. 동화에서 본 적도 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 이해하기 어렵다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조금 알겠지만 다는 아니다. m은 이미지, 만옥은 실재를 바란다고 해야 할까. 만옥보다는 m을 조금 이해한다고 해야겠다. 내가 지방에 살아서 그런 거겠지만 좋아하는 밴드는 노래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해 봤다. 공연은 한번쯤 보고 싶기는 했다. 나는 좋아해도 그런 것을 잘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게 사람은 아니고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거의 안 보는데, 만화영화) 이야기다. 사람이 같은 것을 좋아해도 똑같은 마음은 아닐 거다. 이제야 그걸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만옥과 m도 N 그룹 M을 조금 다르게 좋아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돌 그룹이 방송을 녹화할 때마다 거기에 가려고 애쓰는 사람은 지금도 있을 것 같다. 그때뿐 아니라 행사나 공연 사인회에도. 사인회에 가려고 CD를 마흔장 사는 사람도 있을까. 난 하나만 사고 들으면 그걸로 좋은데, 난 겨우 그 정도구나.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만옥과 m은 아이돌 그룹 한 사람과 연애하는 기분이라 했다. 그런 마음이 들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마음 아픈. 멀리 있기에 그럴 수 있는 건 아닌지. 아이돌도 사람인데. 연예인은 만들어진 인상 때문에 안 좋을 듯 싶다. 아니 이건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그런 건 아니구나. 그 사람과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면 실망하고. 그것보다는 자신이 몰랐던 면을 알아서 기쁘다 생각하면 좋겠다. 이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굴짬뽕을 한참이나 꿀짬뽕이라 보고 그런 것도 있나 하고, 굴짬뽕이라고 제대로 보고는 난 왜 잘못 본 걸까 했다. 잘못 봤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이런 일은 흔히 있을지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을 다르게 보는 일. 만옥과 m은 M을 못 알아보기도 하고 꽤 충격을 받았다. 만옥이 더했다. 좋아한다 해도 못 알아볼 때도 있는 건데.

이 소설을 보다 보니 오타쿠라는 게 생각났다. 그건 일본에서 널리 퍼진 말로 어떤 것 하나를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이던가. 그런 사람은 현실의 사람보다 이차원(2D) 그러니까 그림을 더 좋아한다. 삼차원(3D) 세계에 있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림을 편하게 여긴다. 이쪽이 더 병처럼 보일까. 아이돌이나 그림속 사람이나 손에 닿을 수 없다는 건 같다. 나도 한동안 만화영화만 봐서 그림이 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그렇다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일본 성우한테 관심을 가지고 블로그를 조금 보기도 했다. 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멀리 있는 사람만 봤던가 보다. 그런 건 한때다. 시간이 흐르면 덜하다. 만옥은 좀 달라 보인다. m도 그랬던가, 예전과 다른 사람을 좋아하니까. 아이돌(연예인)에 잠깐 빠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오래 그러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좋아하는 건 언제든 괜찮다. 다만 좋아하기만 하고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재미없는 말을, 욕심내면 자기 마음만 아플 뿐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하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



희선




☆―

기록은 다른 사람과 나눴을 때 더 뜻이 있으니까요.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142쪽)


하지만 그, 멤버들이 애인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감정으로는 애인이나 다름없지요. 그렇다고 스캔들 난 여자를 욕하거나 오빤 내 거야! 이런 건 아니지만 뭐랄까, 유사 연애라고 해야 하나…… 우리 정도 되면, 어차피 쟤들이랑 나랑 만날 일 없다는 건 알거든요?  (154쪽)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8
한국에서 돌덕질을 해 본 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s*******y | 2022.10.0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스포 있음) 한국에서 돌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성 수치가 느껴질 정도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거다. 배우덕질과도 다르고, 여타 아티스트 덕질과도 다르고 해외 락커들 그루피들과도, 작품에 버닝하는 것과도 전혀 다른, 오로지 한국 아이돌 덕질의 포인트가 있는데 그 지점을 잘 살렸다. 전에 장진의 남팬만화를 읽을 때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것은 약간 데못죽처럼;
리뷰제목

(스포 있음)

한국에서 돌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성 수치가 느껴질 정도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거다. 배우덕질과도 다르고, 여타 아티스트 덕질과도 다르고 해외 락커들 그루피들과도, 작품에 버닝하는 것과도 전혀 다른, 오로지 한국 아이돌 덕질의 포인트가 있는데 그 지점을 잘 살렸다. 전에 장진의 남팬만화를 읽을 때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것은 약간 데못죽처럼 벨을 위한 전개에 팬심이 끼얹어진거라면 '환상통'은 그저 새우젓의 마음과 빠순이들을 비웃는 세상의 시선까지 아우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해도 2차 알페서들까지 아우르진 못한ㅋㅋㅋㅋ아룰러서도 안되겠지만)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범주의 상대적인 경증 빠수니 엠과 중증의 빠수니 만옥(그렇다. 빠순이는 병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만옥 정도는 말기환자까진 아니다 ㅋㅋ특정질병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자아내는데, 과거 한센병 환자들이 이유없이 천시받았던것처럼 현대의 수니병자들도 그러하다 ), 그리고 만옥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한남1(이름은 민규 ㅋㅋㅋ 만옥이 사랑하는 아이돌의 이름이 민규인데 대조적으로 배치된 인물...) 아이돌 민규와 한남 민규는 둘 다  만옥의 사랑을 원하지만 만옥은 아이돌 민규에게는 넘치는 사랑을, 한남 민규에게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만옥이 아이돌 민규를 사랑하는 것과 한남 민규가 만옥을 사랑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둘 다 같이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이지만 돌민규는 만옥(과 팬들)의 사랑을 갈구하고 필요로 하는 반면 한.민규는 만옥이 원치 않는 사랑을 퍼붓고 그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모른다. 한.민규의 머글 여사친이 그에게 팩폭하는 부분이 너무 웃김. 그래도 일반인인 민규는 만옥과의 1:1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만옥은 돌민규와 결코 그런 관계가 될수없다는 지점. 그래서 결국 수니들은 병에 걸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세상에 좋자하는 많은 형태의 사랑 중 가장 무시받는 사랑을 그려낸 지점에서 의미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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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6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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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누군가의 팬이 아니더라도 읽어보길 바라는 그 특별한 사랑의 형태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k*******6 | 2020.09.07
평점5점
내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너에대한 처절한 짝사랑.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2***초 | 2017.09.07
평점5점
4년전 처음 읽고, 주기적으로 읽게 되는 글이에요 읽는 순간마다 곱씹는 구간이 달라져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k*******6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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