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험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에게
최근에 대학생들의 논문이 많이 좋아졌다. 논술 시험 덕분이다. 논술은 대학 신입생들의 수학 능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 예전 학생들은 학기중 제출하는 레포트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수 없는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최소한 자기 주장은 분명히 전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이런 논술의 효과를 인정해서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수시 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논술 시험 과목을 유지하고 있다.
논술은 고교 과정에 교과목이 따로 없다. 대입 논술은 그러나 따로 배우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고교 과정을 거치고 필요한 교양을 쌓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문제를 낸다. 대입 논술에서 다루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숙고,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사고나 시, 소설, 미술 등 예술 작품의 감상과 같은 인문학적 소양은 인문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대학 신입생이라면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신입생이라면 또, 남들이 주장하는 말이나 글의 요점을 정확히 요약하고 이에 대해서 반박 논의나 찬성 논의를 전개할 줄알아야 한다. 사실 대학에서 하는 연구는 다른 사람들이 한 연구를 정리하고 거기에서 현실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고 현실을 대입해서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렇게 요약과 비판, 종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현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학문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대입 논술은 이렇게 학문의 발전에 필요한 요약과 비판과 종합 그리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런 능력은 어느 한 과목에 한정될 수 없으며 고교 과정에서 배우는 전 과목에 모두 해당되므로 최근의 논술 시험이 '통합 논술' 혹은 '다면사고형 논술'이라고 불리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논술은 애초부터 통합적이고 다면사고형인 측면이 있다. 통합을 하지 못하고 다면적으로 사고할 수 없으면 논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가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논술 시험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다.
논술 시험이 측정하는 여러 능력 중에서 주요 대학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창의력이다. 서울대학교도 문제에 대한 독해력도 중요시하지만 수험생 자신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더 중시한다. 그 대답이 좀 세련미가 떨어지더라도 수험생 개인의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이 담겨있기를 기대한다. 독창성이 있어야 학문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문제는 독해 부분은 어렵지 않다. 문제가 너무 꼬여있거나 제시문이 특별히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해당 분야에 대한 수험생의 생각이 없으면 답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시험에 나오는 주제는 고교 과정 중에서 다루는 분야이므로 그 분야에 대해서 겉으로만 이해한다든지 혹은 암기 위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진짜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꾸준히 독서를 한 학생이라면 답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서울대에 한정하지 않고 대학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 볼 때, 최근의 논술 출제 경향 중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문제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논제와 제시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는 단계에서부터 수험생이 극도의 어려움을 느낄 때, 학생들의 창의력을 측정하기는 틀린 일이다. 이런 경향은 소위 '상위권' 대학일수록 심하므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문제를 보면 답이 보이는 막판 논술'이 나온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대입 논술에서 적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대입 논술이 어떤 특성과 맥락을 지니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답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줌으로써 교수들과 학생들간에 벌어지는 '심리전'이 공평한 게임이 될수 있도록 해준다. 게임이 공평하게 진행돼야 학생들을 정확히 평가할 수있는데, 지금까지는 학생들에게 매우 불리한 게임이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 논증하기, 사례 들기, 표 분석하기 등 논술에서 혹은 인문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기본 기술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수험생의 수학 능력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수험생들은 아무쪼록 이 책으로 논술의 원리를 익혀 대입 논술에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바란다. 또 논술의 원리 및 기술을 익힌 다음에는, 자신의 사고를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대학에서 훌륭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2008. 8.
서이종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부교수)
‘출제 의도'가 있는 '입학 시험'... 대입 논술의 구조를 파악하라.
대한민국에서 1994년 학력고사 이후 첫 수능이 치러졌다. 그 변화와 맥을 같이 한 것이 대입 논술고사의 실시였다. 최근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논술고사는 많은 형태상의 변화를 거쳐왔다. 시사적인 쟁점에 대한 기초 견해를 묻는 소위 시사 논술의 시대를 거쳐, 1997년 서울대학교가 '어린왕자'를 지문으로 출제하면서 고전논술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철학적 사고와 주제 중심의 논술이 잠시 출제되다가, 최근에는 다양한 교과목의 기본 지식을 통합적으로 출제하는 '통합논술, 다면사고형 논술'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로도 논술고사는 크고 작은 형태의 변화를 거칠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논술고사는 개인적인 차원의 '글쓰기'가 아니라 출제자와 채점자가 개입하는 '시험'이라는 사실이다.
시험에는 반드시 '출제의도'가 있다. 그리고 만든 사람이 기대하는 풀이의 방향이 있고, 풀이의 수준이 있다. 특히 논술고사는 '뒤가 없는 시험'이다. 입시의 최종 시험이라는 뜻이다. 통상 30 : 1을 넘나드는 각 대학 수시모집의 경쟁률을 고려하면 논술고사는 누군가를 줄을 세우고, '걸러내야'하는 숙명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논술 문제에는 '난이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당연히 이 난이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일단 '제시문'이 어렵고, '논제'가 복잡하다. 그리고 4~5개씩 출제되는 각 제시문 하나하나는 수험생들이 소화하더라도, 그 제시문들이 서로 관련을 맺으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 곧 제시문의 선정과 조합 뒤에 있는 출제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소화하는 수험생은 거의 없다. 지난 10여년의 논술 강의 과정에서 이런 수험생을 만난 기억은 다섯 손가락을 꼽는다. 결국 학생들은 논제를 먼저 이해해야 하며, 그것을 통해 채점자들이 기대하는 답안의 순서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제시문 각각의 분석과 그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 뒤로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쓰기 경험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와 사족을 생략하고 대학이 요구한 개념어와 논점에만 몰두하여 그것을 제한된 분량 안에 효율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수험생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잘 모른다는 데에 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특히 논술고사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을 경험하지 못한 수험생은 논술고사에 대해 '피상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 그들에게 논술은 첫째, '글쓰기'이다. 그러나 뭔가 글을 잘 쓰는 것, 그림을 잘 그리고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과 같은 기능으로서의 글쓰기는 이들에게 낯설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수험생이 글쓰기를 좋아하고, 평소에 글쓰기를 자주 했겠는가. 겨우 수행평가나 방학숙제 몇 편 써간 것이 전부인 이들에게 '글쓰기'는 공포다. 둘째, '배경지식 테스트'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아야 잘 쓸 수 있다'가 신화처럼 퍼져 있다. 배경지식과 기본 교양의 구조적 지식 체계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기와 쓰기를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험 대비 차원에서 교과 지식을 오직 객관식 문제 풀이 중심으로 쌓아온 수험생들에게 구조적 지식 체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철학과 고전, 그리고 사회학,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만' 논술을 잘 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둘은 모두 수험생들에게는 부담이다. 그래서 대부분 수험생들은 수시가 코 앞에 닥칠 때까지 논술을 '회피'한다.
논술고사에 대해 '피상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은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부모들 역시 자신들의 '쓰기' 경험을 기초로 논술에 접근하므로 대체로 수험생들의 인식과 비슷하다. 현장에서 논술을 강의하시는 많은 선생님들 중에도 송구하나 논술을 학생들의 입장에서 스스로 '풀어보고', 대입 논술의 출제부터 문제의 구조, 답안 작성의 방법, 채점의 현실 등을 '분석'한 전문가가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이런 분들은 오랜 실제 수업 경험을 통해 '부족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훈련시키고 수업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학생들이 논제를 왜 이해 못하며, 왜 제시문에서 핵심 부분만 다 피해 가며, 제시문의 핵심 어구의 뜻을 왜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알아야 그것을 훈련시킬 수 있다. 학생들의 습관적인 표현과 몸에 배어 있는 잘못된 글쓰기 습관들을 알아야 그것을 대학이 원하는 형식으로 바꿔줄 수 있다. 이런 훈련 과정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때, '실제 대학 논술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한다'는 현장 논술 교육의 목표를 그나마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논술 교육은 여전히 학부모들의 물량주의, 교양주의에 편승하여 '책읽기'를 가장한 교양 도서 목록 섭렵하기, 애매모호한 글쓰기, 대입 논술의 실제 문제풀이와 동떨어진 논리 훈련, 동서양 기본 교양의 대책 없는 주입식 전달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훈련을 받은 수험생은 결국 '논술을 배웠지만 사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다.
대학은 대체로 사교육 논술을 불신한다. 그것은 사교육 논술이 일부 제한된 환경의 수강생에게만 공급되는 '사'적인 교육
서비스라는 태생적 한계에서도 기인하지만, 사교육 논술 일부의 대입 논술에 대한 무지에서도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몇 년 전 우려한 것처럼 주제별로 모범 답안을 외우게 하는 학원은 이제 많지 않다. 그리고 점점 '논술고사' 자체를 하나의 분석 대상으로 보고 연구, 분석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교육논리, 시장논리를 모두 충족시키려는 의욕적인 강사들도 많이 늘고 있다. 이런 분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고, 얼마나 공부했나에서 논술 교육을 시작하지 않는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논술 고사 자체의 구조와 원리에 충실하게 접근할 뿐이다. 이 책의 저자이신 김왕근 선생님은 오랜 경험의 현직 기자 출신으로, 논술을 수업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스스로 여러 문제의 답을 쓰고, 겸허하게 첨삭을 받으며, 수많은 문제와 씨름해보는 등 소위 논술의 밑바닥에서 다시 출발하였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독학 논술을 목표로 혼자 논술을 공부해보려는 많은 수험생들의 첨삭 교사를 자임하며 익명의 아이디로 매일 밤 학생들의 글을 첨삭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논술 문제는 이런 것이니, 이렇게 풀어보라고 수험생들에게 지금 말을 건네고 있다. 논술이 대체 무엇인지 답답한 수험생, 학원을 다녀도 어떻게 답을 써야 할지 오리무중인 수험생,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논술을 공부해야 하는 많은 수험생들에게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담겼으면서도 정확한 논술 풀이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논술이 어렵다고 회피하지 말고, 논술고사를 적어도 사탐 한과목 정도의 비중으로라도 '자습'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 수시에서는 거의 사탐 전과목, 아니 언수외 한 과목을 상회하는 최대 100%의 반영률을 자랑하는 논술고사가 아닌가.
윤성진 (논술로 명문대 가기' 사이트 부매니저, 前 대치박학천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