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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알마 인코그니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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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52g | 130*210*20mm
ISBN13 9791159920271
ISBN10 115992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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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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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홍이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하였고, 서울대학교대학원 협동과정 공연예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비교사회문화 학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극단 디렉터그42에 소속되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연극 『오카다 도시키 단편소설전: 여배우의 혼, 여배우의 혼 속편』,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야구에 축복을』,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배수의 고도』, 『용의자 X의 헌신』, 『손』, 『소년B』, 『곁에 있어도 혼자』, 『자지 마』, 『데리러 와 줘!』, 영화 『단식광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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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사실을 깨달은 그들이 볼륨을 조금 줄였지만, 소리는 여전히 컸다. 롯폰기 거리 차도의 그 시끄러운 소리를 뚫고 길 건너까지 들릴 정도였다. 롯폰기 거리에는 그때도 끊임없이 자동차들이 오가고 있었고, 자동차가 주행하면서 내는 소리나 배기가스를 내뿜는 소리 외에도 이건 무슨무슨 소리라고 딱 그 소리만 떼어내어 판정할 수 없는 잡다한 소리들이 집결해 있었다. 떠들썩한 소리들은 하나로 뭉처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같은 모양이 되어, 이유 없이 빙글빙글 그 근처를 멤돌다 밤기운에 데워져 하늘로 떠올라 충분히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는 이 광경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있는 빛들은 광점에서 멀면 멀수록 뿌옇게 흐려지고, 그 흐려진 것들끼리 뭉치면 무거운 연기가 바닥에 괴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만 같았다. --- p.24

그래도 난 굴하지 않고 그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난 그의 이름만큼은 꼭 알고 싶었다. 못 알아내면 오늘의 나는 너무나 비참해진다. 그건 너무 무섭다. 몸에서 나는 열 대문에 나는 나의 지금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덕에 그렇게 무턱대고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러고 난 다음에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나대로 온 힘을 다해-죄송해요. 음, 그냥 부탁 같은 거예요, 진짜 본명 아니어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냥 막 아무 닉네임 같은 것도 괜찮거든요, 단순히 지금 (그쪽을) 제가 뭐라고 불러야 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그래서 궁금한 거거든요, 음, 그래서, 음, 지금 그걸 물어봐야겠다 싶어서,-그러니까 지금요, 음-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름을 끝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 p.40

그때로부터 며칠 지났는지, 오늘은 며칠인지, 그런 것 다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냉정히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그런 상태로 있을 수 있었던 특별히 허락받았던 때라는 것을 잘 안다. 우린 창문도 시계도 없는, 텔레비전도 안 봐도 되는, 어린아이 꿈속과도 같은 방에 있었다. 같이 자고, 자고 나서 느긋해진다. 어느새 잠이 들고, 누가 먼저 잤는지 둘 다 모를 정도의 행복한 기적 속에서 짧은 잠을 잤다. 잠시 후 한 사람이 눈을 뜨고, 뒤이어 다른 한 사람이 눈을 뜨거나 먼저 깬 쪽이 자는 쪽을 깨우기도 한다. 그리고 또 섹스를 한다. 그런 반복을 아마도, 이틀간 온전히 우리는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계도 태양도 없는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라, 정말로 이틀간이었는지, 사흘이었는지, 그냥 하루 24시간밖에 안 되었던 건지,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때의 우리는, 그런 걸 모른 채로 살 수 있었다. --- p.64

남편은 그때 내가 한 말에 대해, 기가 죽지도 열을 내지도 않고, 그냥 뿜어져 나오는 것을 아무것도 담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게 나한테는, 무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남편은 이때 나한테, 그럼 도대체 이 이상 뭘 어쩌라는 거냐고 말하지 않았던 걸까? 나는 그 이유 비스무리한 것이, 만약에 남편의 일기 같은 것을 찾아 읽을 수 있다면 거기에 쓰여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 일기의 존재를 찾아내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남편은 애당초 그런 걸 안 쓰는지도 모르고, 쓴다고 해도 비공개로 설정해서 쓸지도 모르는 것이고, 회원이 되어야 볼 수 있는 믹시 같은 폐쇄적인 SNS 공간에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나는 영영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이건 대체 뭐지? --- p.113

남편은 트레이 위에 있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실제로 시각을 확인했다. 그리고 남편은, 안녕, 고생하네,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마, 하고 쓴 내 문자를 읽었다. 남편은 감정이 복받쳤다기보다는, 반사적인 느낌으로 시원하게 눈물을 흘렸다. 따스한 마음이 있는 탓이기도 했지만, 그 눈물은 남편의 것이었다기보다는, 마치 다른 어딘가에서 억지로 쥐어짜온 것을 남편 몸을 통해서 내보내는 것만 같았다. 우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남편은 이때까지는 자기 전의 자신과 잠에서 깬 지금의 자신이 연속된 존재라고 인지할 수 있다는 신기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정도로, 아직 멍한 상태였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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