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에도 과학과 비슷한 것은 있었다. 자연은 언제나 다양한 현상으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과거의 사람들은 불, 천둥번개, 전염병, 행성의 운동, 빛, 밀물과 썰물 등 자연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불은 뜨겁고, 천둥은 비의 전조이며, 밀물과 썰물은 보름달이나 초승달일 때 가장 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어디에서나 단순한 사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상을 설명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서문」중에서
파르메니데스와 제논이 틀렸다는 점보다 훨씬 더 놀라운 사실은 운동이 불가능하다면 왜 물체들이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그들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밀레투스, 아브데라, 엘레아, 아테네 등 어디에서건 초기의 그리스인들은 탈레스에서 플라톤까지 어느 누구도 현실에 대한 그들의 이론이 사물의 겉모습을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이것은 그들이 지적으로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초기의 그리스인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일종의 지적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과학의 역사를 망가뜨린 여러 태도들 중 하나의 예일 뿐이다. ---「1장_ 물질과 시」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영감보다는 논리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고전학자 한킨슨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시대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 시대에 그는 특이할 정도로 명석했고, 급진적이었고, 앞서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의 바탕에 흐르고 있는 원칙들 중에는 현대 과학의 발견을 위해서라면 버려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들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목적론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목적론은 사물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3장_ 운동과 철학」중에서
나는 과학 혁명이 지식의 역사에 실제로 불연속성을 나타낸다고 확신한다. 이것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관점에 의한 판단이다. 몇몇 뛰어난 그리스인들을 제외하고는, 16세기 이전의 과학은 내가 연구하는 것이나 나의 동료들의 연구에서 보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과학 혁명 이전의 과학은 종교나 우리가 지금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과 혼재되어 있었으며, 아직 수학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반면 나는 17세기 이후의 물리학과 천문학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에는 지금 시대의 과학과 매우 유사한 것이 있다. 폭넓은 현상들을 자세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주며, 이 예측을 관측이나 실험과 비교하여 입증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학으로 표현되는 객관적인 법칙 말이다. ---「4부_ 과학 혁명」중에서
헬레니즘 시대의 과학자들과 고전 시대 과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헬레니즘 시대의 과학자들은 지식을 위한 지식과 활용을 위한 지식을 고상하게 구별하는 데 덜 집착했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를 통해서 많은 철학자들은 발명가들을 [한여름 밤의 꿈]에서 법원 관리 필로스트레이트Philostrate가 피터 퀸스Peter Quince와 그의 직공들을 묘사할 때와 비슷한 관점으로 보았다. “지금은 아테네에서 일하고 있는,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머리로) 일을 한 적이 없는 육체노동자들.” ---「4장_ 헬레니즘 시대의 물리학과 기술」중에서
아리스타르코스의 과학과 현대 과학 사이의 거리를 만드는 것은 그의 측정 오류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오류들이 그동안 관측천문학과 실험물리학을 괴롭혀왔다. 예를 들어 1930년대에 우주가 팽창하는 비율이라고 알려졌던 값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값보다 약 7배 더 컸다. 아리스타르코스와 오늘날의 천문학자 또는 물리학자와의 진정한 차이는 측정 자료의 오류가 아니라, 아리스타르코스는 절대 불확실성을 판단하려고 시도하거나 그 결과가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7장_ 태양, 달, 지구 측정하기」중에서
과학은 고대 세계의 그리스에서 이미 그 최고점에 이르렀고, 16세기와 17세기의 과학 혁명까지 그 위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리스인들은 자연의 어떤 부분, 특히 광학과 천문학은 관측과 정확히 맞는 수학 이론으로 서술될 수 있다는 위대한 발견을 했다. 빛과 천체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 것도 중요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배웠다는 점이다. ---「3부_ 중세 시대」중에서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먼 길을 왔고, 그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것은 거대한 이야기다. 천상과 지상의 물리학이 뉴턴에 의해 어떻게 통합되었는지, 통합된 전기와 자기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빛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전자기의 양자 이론이 어떻게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을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는지, 화학과 생물학이 자연에 대한 불완전한 관점이긴 하지만 어떻게 물리학에 기반을 두고 통합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단순화되어 왔고 단순화되고 있는, 우리가 발견한 넓은 범위의 과학 원리인 더 기본적인 물리 이론을 향한 것이다.
---「15장_ 거대한 단순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