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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법정 :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소설 법정 :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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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604g | 150*210*23mm
ISBN13 9788965703563
ISBN10 896570356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너 왜 술 안 마시냐?”
재철이 술잔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광순이 물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재철은 서글프게 웃기만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었다. 아니, 이별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떠나야 할 길이었다. 두 눈 부릅뜨고 당당히 가고 싶었다. 이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싶지 않았다.
“널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꼭 책을 봐도 철학책이나 보고 앉았더니 결국에는 중이 되겠다고?”
광순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끝내 재철만 덩그러니 놓아두고 저들끼리 얼싸안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 p.58

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스승이 들이닥쳤다.
“네놈이 글을 쓰고 있다고?”
스승이 노트를 집어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렸다. 스승의 눈이 뒤집어졌다.
“이놈, 여기가 사가 방이냐. 여기는 부처를 공부하는 승방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냐?”
법정은 할 말이 없었다. (중략) 도반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법정의 소지품을 뒤졌다. 속가의 책이 나오자 스승이 고함쳤다.
“책을 아궁이 속에 처넣어라.”
도반들이 법정의 책이란 책은 다 모아 들고 아궁이로 달려가 활활 타는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처음이 아니었다. 먼저 책 두 권이 한꺼번에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고, 마지막 남은 한 권도 아궁이행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어렵게 써놓은 설화까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 pp.91-92

한동안 아쉬웠다. 잠에서 깨어나도 난 있던 곳으로 시선이 갔다. 그런데 그 빈 마음속으로 가득 차오르는 게 있었다. 무소유의 빛이었다. 드디어 비어도 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욕심을 버렸다.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욕심내지 않았다. 소유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진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거나 글을 쓰던 때와는 달랐다. 소유하려다 보면 불행해진다고 막연히 외치던 때와는 달랐다. 이제야 자신의 일상에서 소유라는 개념을 무소유로 전환해가는 지혜를 얻고 있었다. 맑은 가난이 넘치는 부보다 못할 게 없었다. 아니, 훨씬 값지고 고귀했다.
욕심 중에서도 식욕이 또한 무서운 것이어서, 부엌에는 ‘먹이는 간단명료하게’란 글까지 써 붙였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늘 찬 두 가지만 해 먹었다. 손이라도 오면 찬을 한 가지 더 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두 가지면 충분했다. --- pp.263-264

왜 법정이 이 거울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생각하며 도반은 무심결에 거울을 뒤집어보았다. 거울 뒷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처음 삭발한 날.’
그 아래 연도와 달과 날까지 정확히 쓰여 있었다.
처음 삭발한 날의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웠으면 그 거울을 가방에 넣어 왔겠는가, 하는 생각에 도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법정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 마음이 해이해지면 그 거울을 꺼내 보곤 했다오. 그러면 머리를 깎을 때의 신심이 칼날처럼 일어나곤 했지요.” --- pp.285-286

사람이 홀로 살다 보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뭘 먹으면 식곤증이 몰려오고 꾸벅꾸벅 졸게 된다. 내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냥 쓰러져 한숨 자고도 싶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뒤꼍으로 나가 대나무로 수저를 만들기도 했다. 대나무라는 게 생긴 것만큼이나 한 성질 한다. 졸다가는 상처가 나기 십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피를 보고 만다.
어떤 때는 개울로 나가 돌을 주워 왔다. 흙을 실어다 물로 개어 주워놓은 돌에 진흙을 발라가며 쌓아 올렸다. 그렇게 얼마 후에 해우소 하나가 완성되었다.
돌을 줍다가 손을 다치거나, 허리를 삐거나, 미끄러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뼛속까지 외로움이 밀려들고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그러면 ‘아아,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생에 대한 미련에 떨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멸에 대한 두려움. 내 죽으면 물이 되고 불이 되고 흙이 되고 바람이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될 터인데…. 그래도 두려웠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두려워하는 모순. 그것이 산 생명체의 함정이었다. --- pp.301-302

오두막을 고치면서도 법정은 오두막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애썼다. 양철 지붕을 너와와 굴피로 대체하고 굴뚝도 굴피로 만들었다. 처마 밑에 난초가 새겨진 나무 현판을 달고, 처마에는 풍경을 달았다. 뜰에는 대나무 평상에다 직접 짠 작은 의자를 놓았다.
본채와 떨어진 흙으로 만든 해우소는 그대로 두었다. 들어가기 전에 ‘나 있다’라고 쓴 널빤지를 하나 달았다. 벽에는 ‘기도하라’는 작은 푯말을 걸어놓았다.
큰방은 서재 겸 침실로 사용했다. 옆방은 서재로 썼다.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꼭 필요한 것만 불일암에서 가져다 놓았다. 가능한 한 나답게 살고,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다. --- p.348

언젠가 법정은 말했다. 내가 말한 모든 것 그거 다 군더더기. 이제 꽃을 피웠으니 가야지. 바람 불어 그 꽃잎 져 다시 오려면.
현장 스님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법정은 환하게 쏟아지는 달빛을 보고 있었다. 잔잔한 애상이 가슴을 재우쳤다.
그래, 저 달빛 속으로 가자. 거기가 낙원일 것이다.
너무 오래 서 있었다. 그래, 나는 입석자(立席者)일지도 모른다. 언제였던가. 그 외롭던 밤들. 촛불마저 꺼버리고 달빛을 의지하고 앉았을 때 어둠을 밝히던 저 달빛. 그 달빛이 물었다.
왜 앉지 않고 서 있느냐고.
그럴 때마다 세상을 향해 서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두 눈 형형하게 뜨고 세상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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