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기수「파충류」- 조용한 시골집에 강도가 들어 소년의 어머니를 겁탈하고 금고를 털어 달아난다. 소년의 할머니는 사건의 책임을 어머니에게 묻고 어머니는 충격으로 실성하고 만다. 할머니의 명령으로 방에 갇힌 어머니에게 매질을 하며 소년은 밤이 되면 쥐가 되고 올빼미가 된다. 그러다 마침내 그날 밤, 소년은 결국 어머니의 목을 조른다. 파충류처럼 감정이 사라져버린 남자의 충격적인 독백이 이어지는 태기수의 힘 있는 소설.
양유정「유학산」- 같은 장소, 다른 시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이야기. 정체불명의 여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김은 그녀를 차에 싣고 가 유학산 으슥한 곳에 묻어버린다. 한편 6ㆍ25 전쟁 당시 인민군이었던 김은 적군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라는 명령을 받고 국군과의 격전지로 시체가 뒤덮인 유학산에 오른다. 정상에는 아이를 잃은 실성한 여자와, 여자의 시아버지뿐.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정하고 미스터리한 소설.
이기호「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 군에서 막 제대한 주인공이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후, 다시 군대에 끌려갈 것이 두려워 서울의 형 집으로 무작정 상경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입은 형의 반바지를 트렁크 팬티로 오해받고, 급기야는 성폭행범으로 의심받게 되기까지,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를 극화시킨 폭소 만점의 이기호식 소설.
해이수「絶頂」 -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지만 결국 반역도당으로 몰린 우리는 눈 쌓인 형장에 무릎이 꿇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목숨을 구하겠다고 약속한 왕은 적왕을 상대로 마지막 부탁을 한다. 단두대에 잘린 자신의 머리를 들고 걸어갈 테니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의 목숨을 살려달라는 것. 왕은 놀랍게도 자신의 마지막 약속을 수행해낸다. 알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펼쳐지는 장중하고 놀라운 이야기.
김이은「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유부남 사업가 ‘그’와 살림을 차린 서른 세 살 나는 스물일곱 보험설계사 J와 사랑에 빠진다. 나와 J는 미래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세계 최고층 건물로 백일 기념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온 ‘그’와 우연히 마주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한없이 작아져 J의 재킷 주머니 속에 들어와 있다. 혼란스러운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김이은의 초현실적인 소설.
김서령「이별의 과정」-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1 때 연애를 시작했다. 결혼 적령기 때 아버지는 ‘풍금 치는 그녀’와 두 번째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돌아와 나의 어머니와 결혼한다. 나 역시 열일곱에 K와 연애를 시작했지만, 언제부터인가 K와 헤어지고 싶어진다. 나는 이십 대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K와 끝내 결별한다. 두 개의 이별이 교차되어 흐르는 아련하고도 시큰한 김서령의 소설.
김설아「청년 방호식의 기름진 반생」- 가끔 돈만 던지고 사라질 뿐 자식에게는 관심 없는 부모덕에 돈, 성공, 먹을 것에 집착하게 된 소년 방호식. 성공을 위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약대로 편입까지 한 방호식은 사회적 성공보다 잘 먹고 잘 사는 데 관심 많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훈향을 풍기는 인물로 거듭난다. 군침 도는 청년에 관한 능청스럽고 기름진 소설.
염승숙「적敵의 꽃잎」- 이혼 후 아이를 낙태하고 마트 점원으로 살아가는 ‘나’. 나의 가슴에선 낙태 후 오 년째 젖이 멈추지 않고 흐르고,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엄마의 몸은 불덩이처럼 끓어오른다. 엄마마저 ‘자연발화’로 사라지자, 나는 드디어 두 주먹을 꽉 쥐고 나를 파괴하려는 다섯 개의 그림자와 전쟁을 시작한다. 82년생 젊은 작가가 펼쳐보이는 절망과 희망의 결투.
명지현「목표는 머리끄덩이」- 나를 자기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까지 소개해준 남자친구. 그의 가족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가 아직 생생한데, 남자친구는 후배 계집애와 바람이 났다. 나는 ‘너구리 소녀’들에게 ‘선빵’ 날리는 법에 대해 특강을 듣고, 아령을 들고 근력 운동까지 한다. 결전의 날, 나는 내 모든 울분을 담아 그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응징을 시작한다. 애인을 배신한 남자를 향한 유쾌, 통쾌, 상쾌한 복수혈전.
강진「너는, 나의 꽃」- 대학 시절 연인이었지만 서로를 견디지 못하고 헤어졌던 남자와 여자, 둘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그러나 여자는 중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되고, 남자는 이런 여자를 위해 죽음을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여자를 ‘꽃’이라 부르는 남자와 그 남자의 꽃이 된 한 여자의 극한 사랑 이야기가 노을빛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