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런 탁월한 회사들은 왜 숨어 있는 걸까?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히든 챔피언들이 생산해내는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중 많은 회사들은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들은 완제품이나 서비스 단계에서는 알아볼 수 없는 기계, 부품 또는 공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제품에는 그들의 정체성이나 독자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업계에서 막강한 브랜드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그들의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으며 탁월하다는 평판을 받고, 경쟁기업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히든 챔피언들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특히 ‘성장과 시장지배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뚜렷하게 눈에 띈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일까?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을까?
그들은 연평균 8.8%의 성장률로 매출액을 평균 2.3배 끌어올렸다. 2005년 이 기업들은 1995년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이같은 성장률로 매년 성장을 한다면 8.2년 후에 기업의 규모는 2배가 된다. 1989~1994년까지 히든 챔피언들은 매년 6.5%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프레제니우스 메디컬 케어, SAP, 뷔르트는 1995년에 10억~20억 유로의 매출액을 올리는 전형적인 히든 챔피언급 회사들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이 회사들의 매출은 100억 유로에 이른다. 이 세 빅 챔피언은 그들의 시장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로지텍을 세운 다니엘 보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틈새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이런 제품은 제품 하나로 세상을 정복할 수도 있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1981년에 세워진 스위스의 PC 마우스 생산업체 로지텍은 100개국 이상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1997년에 로지텍은 뉴욕의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한 농가에 세워졌던 이 회사는 2006년에 14억 유로라는 매출을 올렸다.
나무가 성장을 멈추면 죽기 시작한다는 이 말은 성장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들 가운데는 그런 주문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특정 규모로 머물기를 선호하는 이른바 ‘성장을 삼가는’ 회사들이 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히든 챔피언 아헨바흐 부쉬휘텐은 1452년에 세워졌으니, 사람으로 치면 555세나 되었다. 히든 챔피언들 가운데 대략 3분의 1이 설립된 지 100년 이상인데, 이는 히든 챔피언들의 생존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한다.
목표의 장기적인 특성이 단기적으로 필요한 일을 무시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목표의 장기적 특성에서 놀라울 정도의 힘이 생겨날 수도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항상 단기적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에 비해 우월하다.- 미하엘 슈바르츠코프(플란제 사장)
“그건 더 이상 비전이 아니었어요. 반드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습니다. 우리가 그만큼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다는 낙관주의는 냉철한 분석의 결과였거든요.” - 클라우스 헨드릭손(뷔르트 브라질 지사)
우리는 집중 전략을 사용했다. 90년대 생존의 위협을 받은 우리는 품목의 90%를 줄이고, 오로지 네 가지 기본 모델들만 생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포기를 통한 성장’이 바로 당시의 구호였다. - 슈미츠-카르고불 CEO
스웨덴 회사 포크은 대규모 시장인 오토바이 헬멧을 겨냥하지 않고, 아주 작은 부분인 스키 헬멧 시장으로 만족한다. 만일 이 회사가 오토바이 헬멧 시장에 진출한다면 무서운 시장지배자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예를 들어 한국의 HJC와 경쟁하면 이길 가능성은 제로다. 포크는 스키 헬멧만으로 세계시장의 넘버원이다.
“우리 회사가 만일 일찍부터 일관성 있게 세계화를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처럼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 만프레트 푹스(푹스 페트로럽 사장)
“우리는 아무도 우리를 몰랐던 시장에 우리 상표가 붙은 제품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밀레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을 얹어주고서라도 사려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품질에 대한 철학이 있는 회사며 특별한 지위에 있습니다.”- 라인하르트 친칸(밀레 공동대표)
히든 챔피언들은 경쟁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고객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고객과 맺고 있는 수 년간의 관계를 그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힘으로 평가하며, 기술적인 전문능력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다.
“나는 우리의 모든 고객을 알고 있으며 그들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방문함으로써 구축되는 직접적인 관계는 말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볼프강 피네거(DMT 테크놀로지 CEO)
고객과 가까워지면 자연적으로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최고의 고객들은 최고의 경쟁자들처럼 체계적으로 성과를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많은 히든 챔피언들이 자신의 경쟁전략으로 특허를 매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수준은 대단하다. 2005년 한 해에 독일특허청과 상표청에 특허를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50위 안에 히든 챔피언 기업이 12개나 들어 있다. “1913년 회사 창립 때부터 우리는 평균 매주 한 개씩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 클라스
카본 스포츠의 ‘초경량 바퀴’도 획기적인 혁신제품에 속한다. “그들은 극비리에 바퀴를 완성했다. 모든 창문들은 차광을 했고, 문 하나도 열려 있는 경우가 없었다. 공장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바로 이 공장이 전설로 전해지는 수많은 하이테크 제품들이 탄생하는 곳이다.” - 카본 스포츠의 홈페이지
테트라를 설립한 울리히 벤쉬는 열대어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시장에 적합한 사료가 없어서 이런 물고기를 키우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후 그는 스스로 이 물고기를 위한 사료를 개발했다. 1955년에 설립된 테트라는 오늘날 세계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가진 수족관 업계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었다.
“혁명이 아니라 진화가 회사를 강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기술적으로 대단한 제품들이란 실제로는 사소하고 작은 개선책들이 개발정책을 통해 나오게 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혁신이란 바로 이건 것이다.” -젠하이저의 혁신에 관하여 토마스 람게가 한 말
혁신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효과적인 수단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그렇다. 혁신은 창의력과 품질의 문제이지 결코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존 기업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지만, 가격이 아니라 주로 생산성과 혁신을 기준으로 경쟁한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제 제 문제는 우리의 경쟁사들이 너무 약해지고 우리 회사 직원들은 너무 거만해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몇몇 계약을 따냈을 때 제가 일부러 가격을 올려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경쟁사들이 우리보다 훨씬 잘 해내어 우리 회사 직원들이 겸손함을 배우라고 말이지요. 지금보다 더 강력한 경쟁사가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몇 년간 세계시장점유율을 40%에서 75%로 끌어올린 기계제작 업체 사장의 말 중에서
틈새시장과 특수시장은 애널리스트들의 레이더 스크린에 채택될 기회가 지극히 적어서 히든 챔피언들의 주식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주식시장은 특히 사모투자자들에게 비장의 카드로서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75% 이상의 높은 자체생산비율을 보여주는 회사인 에네르콘은 경쟁사들이 모든 부품을 구입하여 조립하는데 반해서, 그들은 거의 모든 것을 직접 한다. 탑, 회전날개, 심지어 자체 선박으로 운반까지 한다. 에네르콘의 우수한 품질은 무엇보다 생산단계 전체를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
“바이트뮐러는 필요한 장비들을 직접 제작합니다. 우리는 연결기술을 개발하고 우리가 직접 만든 장비로 또 제품을 생산해내지요. 이건 무엇보다 품질 때문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고 싶고, 결함이 제로인 장비가 나오기 시작하면 최고의 제품들만 공급할 수 있거든요.” - 랄프 호페(바이트뮐러 CEO)
히든 챔피언들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사업은 전략적 제휴를 택하기보다 손을 대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들은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이를 벗어나는 일을 의도적으로 금지하려는 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많은 경쟁사들에 비해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회사 내부에 숨어 있는 내적인 힘인데, 바로 그런 힘이 있기에 우리는 힘든 과제도 거뜬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절대 포기하지 않게 해주고,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해줍니다. 내적인 힘이란 바로 우리의 기업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마르쿠스 플리크(베르 사장)
“우리 직원들은 8시간씩 규칙적으로 일하는 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규칙보다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거든요. 우리는 주말에 출장을 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하는 날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직원들에게 훨씬 많은 것을 베푸는데, 월급이 아닌 다른 형태로 보답하고 있습니다.” 볼프강 피네거(DMT 테크놀로지 CEO)
히든 챔피언들 가운데 3분의 2가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다. 자신이 최고임을 보여주겠다는 특별한 사명감으로 불타는 사람들이 바로 지방에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놀랄 만하다. 이처럼 히든 챔피언의 특징은 지방에 소재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며, 이들은 그 지방을 두드러지게 해준다. 이 같은 상호의존성은 기업문화와 직원들 사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작은 도시인 엠스데텐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이상적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직원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습니다. 임금수준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런 시골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이익이지만 특히 우리가 가진 농업기술에도 도움이 됩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판매망들은 여기에서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 알폰스 베어(크로네 그룹의 이사)
히든 챔피언들은 세계시장지배력, 기술적인 전문성, 국제성 외에도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으며, 일찍부터 현장에서 책임지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도 된다. 이런 점들이 바로 미래 경영자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600명의 직원들 대부분이 이 주변 출신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일을 하려고 하지요. 고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아주 열심히 일합니다.” - 발터 빈클러(비트론의 설립자 겸 사장)
히든 챔피언들은 머지않아 가족이 아닌 전문 경영자들이 경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경영자는 사모기업이나 주식회사의 지분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공동소유권자임을 주의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소유권 구조와 경영 구조에서 가족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자본을 지향하는 소유권자와 고용된 전문 경영가가 10년 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도 분명하다. 히든 챔피언이라는 정체성과 그들의 성공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아니라, 전략과 경영상의 문제이다.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다가 회사를 떠맡은 라인홀트 뷔르트는 당시 19세였다. 라인하르트 비르트겐은 18세에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했다. 로보-일렉트로닉의 설립자 로타르 봅이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18세였다. 슈테판 필스마이어는 브레인랩을 22세에 설립했다. 랄프 돔머무트도 25세에 유나이티드 인터넷을 출범시켰다. 알로이스 보벤은 에네르콘을 34세에 세웠다. 또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델의 마이클 델도 자신의 회사를 출범시켰을 때 매우 젊은 나이였다. 회사의 설립자들의 나이는 대체로 20~35세 사이이다. 히든 챔피언은 대를 이어 휴계자로 임명될 때도 매우 젊은 나이에 최고 자리에 올라간다.
당신은 게르하르트 노이만 같은 사람을 경쟁사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된다! 만일 새벽 2시에 그를 깨워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반드시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다.
“제품을 생각하고 있소.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으며 효과가 더 뛰어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지…….” 피터 드러커가 말하듯, 위대한 성공의 뒤에는 반드시 특별한 사명감을 품고 집중적으로 목표에 매진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강력한 경영자의 이야기는 유감스럽게도 후계자의 지명에는 실패하는 걸로 끝이 납니다.” - 미하엘 슈토쉑(브로제 전 CEO) 경영 후계자의 선정은 히든 챔피언에게 가장 큰 도전거리이다. 현 경영자가 자기믿음이 강한 성격일수록 권력을 다음 세대에게 이양하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렵다. 특히 회사를 설립한 당사자일 경우 이런 문제가 자주 불거지곤 한다. 이 경우 경영의 지속이냐, 권력이양의 필요성이냐를 두고 딜레마가 생긴다.
“전략은 함께 싸움터에 뛰어들어 현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고 수시로 전체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싸움터에서는 계획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은 한 순간도 현장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칼 폰 클라우제비츠(프로이센의 장군이자 군사학 이론가)
대부분의 회사들은 외국시장에 진출해도 될 만한 능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매출액의 대부분을 국내시장에서 획득하고 있다. 이들은 히든 챔피언의 성공을 본보기로 삼아 스스로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히든챔피언들은 국제경영에 관한 교과서에 있는 것보다 더 유용하고 실제로 시험해본 교훈들이 가득 들어 있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의 전략과 히든 챔피언의 전략이 예전보다 더 비슷해졌다. 대기업은 실제로 자신보다 매우 작지만 세계화에서는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둔 히든 챔피언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이윤을 남기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히든 챔피언의 두 개의 기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두 개의 기둥은 지금까지 히든 챔피언의 성공을 이끌었고 앞으로도 이들을 미래의 빅 챔피언으로 만들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