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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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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56g | 140*210*30mm
ISBN13 9788993734683
ISBN10 899373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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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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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서지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잃어버린 소녀들》,《예쁘고 빨간 심장을 둘로 잘라버린》,《영, 블론드, 데드》,《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이 죽일 놈의 사랑》,《진주색 물감》,《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180일의 엘불리》,《탁 까놓고 얘기해》, 《내 아이의 IQ를 높여주는 브레인 푸드》,《알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똑똑한 심리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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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누워 내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날을 떠올렸다. 동생이 땅에 묻히던 그때는 슬퍼할 수조차 없었다. 내 머리와 몸은 ‘왜?’라는 물음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왜? 왜? 왜? 대체 왜 안나가 살해당한 거지? 이 물음 외에는 그 어떤 생각도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부모님, 안나의 친구, 동료들을 비롯한 조문객, 그밖에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같은 물음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나는 그 현장에 있었으니 뭐라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나는 왜 살해당했을까?
--- p.20

글쓰기는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그것은 매일 내 힘을 기르는 일이다. 목표, 진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 말고는 아무도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모든 건 전과 같았다. ‘린다는 그 크고 고요한 집에 앉아 에이전트와 출판사에 새 책에 관한 소식을 알렸다. 그건 린다가 본래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일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 나는 이미 내 에이전트 피아에게 곧 새로운 원고를 보낼 거라고 알렸고, 피아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비록 내가 장르를 바꿔 갑자기 스릴러를 쓰겠다고 했을 때 좀 놀라긴 했지만. 샬로테에게도 평소와 다름없이 대했다.
--- p.51

그러면 안 되는데, 나는 또다시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동생을 미워했어. 그래, 동생은 자만심이 강하고 거만했어. 그래, 동생은, 그 고귀한 안나는 남들 위에 군림하곤 했어. 남자들로부터 시를 헌정 받곤 했던 안나.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마크가 날 떠날 수도 있음을 내게 매번 상기시켰던 안나. 캠핑 여행을 다녀와서도 머리에서 샴푸 향기가 나던 안나. 뒤에서부터 읽든, 앞에서부터 읽든 똑같은 이름을 가졌던 안나. 안나, 안나, 안나.
그런 생각 속에서 허우적대다 겨우 빠져나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난 그게 무슨 일인지 잘 알았다. 그건 바로 죄책감이었다. 엉큼하고도 야비한 나의 죄책감. 안나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 그 죄책감은 나를 조금씩 갉아먹었고, 나는 완전히 침식당하지 않기 위해 탈출구를 마련해둔 것이다. 비록 그 탈출구라는 건(동생이 그다지 착하지는 않았다는 생각) 작고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 p.198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게 아니에요. 난 들은 걸 그대로 전달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이런 생활을 불길한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살인범의 은둔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독방 감금을 자처한 거라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현기증이 났다.
“이런 얘기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렌첸이 말했다. “당신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긴 줄 알았습니다. 잘 꾸며낸 얘기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에요.”
“네.”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가장 나쁜 건 의심입니다. 항상 작은 의심은 남게 마련이거든요.” 렌첸이 말했다. “그게 안 좋은 거예요. 의심은 붙잡을 수 없는 독침과 같아요. 그로 인해 가족 간의 관계가 엉망이 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죠.
--- p.274

그래, 나는 두려웠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몇 달간 내가 배운 게 있다면 바로 이 말일 것이다. ‘두려움은 어떤 일을 하지 않을 핑계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진짜 세상으로 돌아가는 일. 나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렌첸에 관한 일을 해결할 것이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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