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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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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7쪽 | 478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2890
ISBN10 898431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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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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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의사가 투박한 양손을 입에 넣고 턱을 끌어 올렸다. 힘이 어찌나 센지 얼굴 전체가 뽑혀 나가는 듯했다. 그래도 빠진 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치 아랫도리를 내리고 길 한가운데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아내가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직도 아내에게 추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다른 게 추한 게 아니라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추하게 느껴졌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도 그랬다. 내 의지와 무관한, 마치 지금처럼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 같은 거였다. 누군가 등을 떠밀면 입을 한껏 벌린 채로 거리를 활보하고 지하철을 타야 할 상황이었다. --- p.14

집이 집이 아니긴 내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벌써부터 집을 처분하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난 후 집은 갑자기 광활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갑자기는 아니었다. 서서히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랐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거실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자라 있었다. 이상한 것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이었지만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고 어두운 실내를 맞닥뜨리는 순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불을 켜고 실내를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가 얼마큼 자라났는지는 통 알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아침에 눈을 뜨면 방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자라 있었다. --- p.25

텔레비전을 껐다. 냄비를 기울여 남은 라면 국물을 다 마셨다.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는 그 순간 집이 살짝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페르시아 거목 사이프러스가 떠올랐다. 키가 삼십 미터나 되고 그늘 지름이 이십 미터에 이른다는 사이프러스. 그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살아 있는데 숨 쉬고 있지 않은 것 같은, 혹은 죽어 있는데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집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사이프러스처럼 집에도 생장점이 있는 게 아닐까. 문제는 그 생장점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생장점만 도려내면, 그것만 없애면 집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텐데. --- p.26

그새 집이 자랐다. 방이며 거실이며 심지어 화장실까지 정확히 어디가 자랐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했다. 가로세로가 한 뼘 자랐는지 공기 중 부피가 한 줌 자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확실했다. 썰렁한 실내에서는 비릿하고 텁텁한 냄새가 떠 다녔다. 환기를 시켜야겠어. 머릿속은 그렇게 지시하고 있었지만 몸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껌뻑껌뻑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구아나는 어쩌고 있을까. 숨을 쉴 때마다 텁텁한 냄새가 폐부를 찔렀다.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수형자처럼 나는 오랫동안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렸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모진 고문 끝에 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가누기 힘든 사람처럼 아련한 옛 추억의 꼬투리를 찾아 더듬었다. 하지만 비릿하고 텁텁한 냄새가 물고 오는 것은 오로지 이구아나뿐이었다.--- p.129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무작정 걸었다. 왕돈가스와 오붓한 돈가스의 차이도 모르고 사는 건 비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상이다. 그 정도의 차이는 인지하고 있는 센스가 필요한 시대다. 마치 다른 별에 와 있는 느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모르는 새 이 세상 모든 만물이 교체된 느낌. 이건 비단 지금에만 느끼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언제부터였을까. 그 시발점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다. 도로에 불빛이 넘쳐났다. 아파트가 멀어지고 있었다. --- p.156

요즘 별다른 일이 없는 날에는 이구아나와 논다. 서툴지만 핸들링도 한 번씩 해준다. 아직 노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전보다 이구아나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는 것은 확실하다. 별안간 녀석에서 없던 정이 새록새록 생겨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딱히 할 일이 없어서다. 솔직히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뭔지 모르는 의무감 같은 게 생겼다. 녀석을 잘 돌봐야만 하는,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감이랄까. 할 일이 없어서 심심풀이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혼자라는 사실을 체득하기까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습관적으로 이구아나 사육장으로 발길이 향했다. 물론 얼마 전까지 없던 버릇이었다.
--- p.2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처음부터 아버지를 팔 생각은 없었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하며 먹고 살까 고민하다 치과에서 치료를 받던 중 턱이 빠진다. 그와 동시에 건물 밖의 공사장 인부가 자살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아버지를 팔기로 결정한다. 지금 내가 관리해야 할 것은 썩은 어금니가 아니라 잔고가 적은 통장이고,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아이들과 아내일 뿐이다.

결국 나는 다양한 아버지를 빌려주는 혹은 비슷한 변형된 일을 하는,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 사이트를 오픈한다. 이 사이트는 적당한 돈을 받고 아버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수요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양한 아버지를 원하던 고객들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손님은 딸이 차려주는 밥상을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맛있게 먹어주는 일이었다. 고등학교에 가서 의뢰한 고등학생의 담임선생님이랑 아버지인양 상담을 하고,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어린아이와 놀이동산에 놀러가고, 아버지 같은 애인을 원하는 여자와 관계를 맺고, 집에서 일을 하는 주부 남자의 끝없는 수다를 들어준다. 슈퍼 앞에서 물건 뽑기를 하던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그가 찾았던 보물을 떠올려보고, 농담을 잘하는 아버지를 기억하며 감자탕 집에서 주기적으로 식사하기를 원하는 딸을 만나기도 하고, 일주일간 골방에 갇혀 짬뽕만 먹으면서 자기를 가둔 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알게 된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은 사라지는 아버지를 목격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도우미 아주머니처럼 의뢰한 딸의 집에 가서 청소를 하고 삼계탕을 끓이고, 운동화를 튜닝하기도 한다. 남편과 이별한 후 딸의 결혼식에서 빈 옆자리를 메워달라는 아주머니의 남편 역할과 가짜 아버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손님이 원하는 다양한 아버지 노릇을 해주다가 끼워 팔기로 다른 일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때론 조금씩 넓어지는 빈집의 커짐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내가 남겨놓은 유기농 오곡 시리얼과 오래된 반찬들을 먹으며 힘겹게 생활한다.

그만둔 직장 후배 정 과장은 회사에서 잘리고 치킨 가게를 오픈하지만, 불황과 더불어 가게는 문을 닫고, 정 과장은 자살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 사이트도 사람들의 욕설과 안티가 난무하고 나는 그 사이트를 방치한다. 그리고 문득 어느 한순간 이구아나를 돌보는 일만이 내 삶의 목표라고 느껴진다. 항상 아내는 전화를 걸어오면 자신보다 이구아나를 먼저 챙겼다. 때론 이구아나를 잘 보살피는 것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 혼자가 아닌 이구아나라도 옆에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어느새 나는 지극정성을 다해 이구아나를 보살핀다. 유일한 소일거리인 푸른 이구아나 보살피기. 야채를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사육장을 청소하고, 때론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하면서, 조금씩 나는 이구아나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구아나의 이름 ‘라몬’을 가끔 불러주면서. 그러나 어느 날 푸른 이구아나가 사라진다. 나는 이구아나를 찾으러 나서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도, 편의점에도, 아무리 둘러봐도 이구아나는 없다. 아내에게도 이구아나가 사라졌다고 고백하지 못한다. 어느 날 자주 보던 홈쇼핑 사이트에서 스튜디오 가득 다양한 사육장 속 가지각색의 이구아나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푸른 이구아나를 찾으러 집을 나선다.

관련자료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혼자서 밤길을 걷고 또 걸었다. 얼마를 헤매고 다녔을까. 저만치 나를 향해 떼를 지어 몰려오는 무리가 있었으니. 이 시대의 수많은 아버지들이여. 누구든 어디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다음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얼싸안고 볼을 비벼대든지 욕을 하고 주먹질을 하든지 다정하게 사진 한 장 박든지 못 본 척 지나치든지. 아, 아버지구나. 그거면 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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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는 근대소설의 유력한 서사유형을 이루었던 ‘성장소설’의 반대편에 배치될 성격의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쇠락소설(衰落小說)’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소설로 명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자본주의는 물론이고 인간 자신이 황혼기에 이르러 쇠락하고 있다는 예감이 지배적인 시대에는 이런 유형의 소설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이명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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