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11월 27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364g | 128*188*30mm |
ISBN13 | 9788979198478 |
ISBN10 | 8979198477 |
발행일 | 2008년 1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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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364g | 128*188*30mm |
ISBN13 | 9788979198478 |
ISBN10 | 8979198477 |
한동안 읽고 싶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읽지 못했다.
읽을 책들도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책을 읽을 여가가 부족한 것도 있었고, 피로감으로 인해서 패턴에 많이 무너진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낯선 제목, 무서운 표지가 조금은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었던지라, 관심이 가기도 했다.
도서의 표지에는 어떤 여인 한명이 촛불을 들고 어떤 집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살인사건의 어떤 한면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나, 귀신이 나오는 무언가가 있으려나 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기도 했다.
남자주인공의 시점에서 여자주인공 사야카의 어린시절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 추리소설이다.
사야카는 이미 가정을 이루고, 어린 딸이 있었다.
이상하게 딸 아이와 마음이 통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신체적 학대를 하고 있었던 사야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난 후, 자신의 모든 이유들이 잃어버린 어린 시절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옛 연인이었던 사야카에게 전화를 받은 남자주인공
사야카의 어린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함께 가달라고 부탁하게 된 사야카
그렇게 둘은 아버지가 남긴 놋쇠로 된 사자열쇠 그리고 지도를 가지고 사야카의 어린시절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23년 전의 상태 그대로 보존 되어 있는집
모든 집안의 시계는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벽면의 책장 어딘가에는 그곳에서 생활했을 한 어린 남자 아이의 일기장이 발견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희미하게 나마 퍼즐 조각 처럼 떠돌아 다니는 단편의 기억이 사야카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하나씩 하나씩 단서가 나오고, 그 단서로 추리를 해나가기도 하고, 추리속에 약간의 트랙덕분에 사야키가 옆집에 사는 아이일꺼라고 오해하기도 하면서, 어쩌면 함께 갔던 남자주인공이 그 집에 살았던 남자아이가 아닐까 하는 나름의 추리를 해보았지만, 나름의 반전이 있었던 소설이었다.
살인이 크게 일어나거나, 잔혹함이 초반이나 중반에 스며들어 있지 않으면서도, 집안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한 구성과, 잘 짜여진 트랙과 스토리, 긴장감을 잘 묘사해서인지, 추리공포를 읽는 듯한 느낌이 선명하게 들기도 했다. 마지막의 장면은 마음이 찡할 정도로 아픈 과거를 알게 되는데, 왜 사야키가 어린시절의 기억을 봉인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나오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성폭력과 학대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려던 오빠의 죽음...그 모든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장치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반전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추리를 조금씩 해나가는 재미가 있었기에 앞서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건형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익히 들어온 명성만큼이 실망시키지 않는 플롯!!
히가시노 게이고..나에겐 먼 이름이었고 연이 닿지 않는 이름었는데, 이 한 권으로 나는 그의 팬이 되기로 단연! 결심하기에 이른다.
36가지 재료를 얹은 영양 만점의 피자를 먹다가 '질리는군~' 싶을 때, 한 잔 쭈욱 들이키는 맥주나 콜라가 주는 개운함!!
몸에 좀 나쁜 줄이야 알지만 알콜이나 탄산의 중독성있는 유혹에는 영양만으로 채워질 수없는 그 무언가가 분명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추리 스릴러는 가끔 마셔주어야 하는 지방이 쌓이지 않는 중독성 있는 유혹이다.
추리 스릴러의 힘은 이완된 신경세포들을 바짝 곧추세워서는 흐트러짐없이 끝까지 끌고 가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바,
느슨해지기 시작하면 지는 것이다.
이완과 긴장의 적절한 구성이야 말로 진정한 스릴러의 묘미가 아니겠는가..한다면, (그럴수도 있겠으나..) 이완에서 나와버린 하품은
긴장된 세포들을 한꺼번에 섬멸해 버리는 괴력을 가졌더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질질 끌지 않는 날선 긴장감으로 넘기는 책장의 속도감만이 살 길 이라고 나는 분명히 말해주고 싶으니 말이다.^^
현재 진행형인 내가 과거완료형으로 나타내어지는 복선이 깔린 제목에서 부터 호기심은 바짝 고개를 쳐들고
표지가 풍기는 음산함은 제대로 초대받았다는 흐뭇함을 던진다.
고등학교때 부터 6년간 사귀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한마디로 헤어진 사야카에게서 걸려 온 전화 한통으로
7년만에 재회하게 된 '나'는 사야카의 부탁으로 함께 아버지 유품에서 나온 지도에 그려진 집을 찾아 나서게 된다.
사야카에게는 유실된 어린시절이 있었고, 그곳에서 유실된 어린시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옛 연인이었고, 아동학대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 '나'를 택하게 해 그녀의 기억속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다.
현관은 굳게 잠긴 채, 폐쇄되고 맞은편에 설치된 건물의 지하실을 통해서만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의 집에서
느낄 수 있 듯.. 굳게 잠긴 사야카의 기억은 어두운 통로를 건너서 새로운 장소에 닿는다.
비밀 열쇠는 그 집 아들이었던 초등학교 6학년 '유스케'의 일기장에 있지만, 비밀 또한 점점 깊고 어두운 곳으로 흘러간다.
배경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굳게 잠긴 이층 집,
나오는 사람은 사야카와 그의 옛 연인인 '나',
시간도 1박2일 일 뿐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원과 한정된 공간, 짧은 시간 동안 펼쳐 보이는 하가시노 게이고의 만찬은 참 달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 듯 맛있게 먹었다는 표현을 써야 할 듯 싶다.
유스케의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일기장 속 복선은 사건의 조각들을 유심히 살펴보라는 고도의 시선 분산을 유도한다.
조각이 맞춰져 나가는가 싶다가도 엎고 새로판을 짜야하는 미궁의 연속이지만, 미궁은 지루하지 않고
비명이나 피튀기는 잔인함이 없어 그리 무거운 발걸음도 아니다.
가빠지기는 하나 연민이 벤 호흡과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복선에 그저 아~! 경탄이 일 뿐!!
덩그러니 서 있는 아무도 살지 않는 죽은자들을 위한 집에서 찾은 '나 외에 다른 누구도 아니라는 걸 믿게 된..' 사야카의 정체성은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실존(失存)과 실존(實存)의 무게를 생각해 보게 한다.
"한 홉들이 병에는 물이 한 홉밖에 안 들어간다."
이 즈음에서 유스케 할아버지의 회한 담긴 말이 꼭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엑기스로 가득한 농도 진한 물, 흡사 물이 변해서 포도주가 된 듯..
읽는 읽는 이를 단박에 취하게 하는 한 말의 효과를 나타내는 중독성 강한 물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밤에는 읽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가독성으로 인해 새벽까지 시간을 할애해야 함은 물론이고,
사야카의 비밀이 잠든 회색 저택의 스산한 바람이 그대 귓전까지 불어와 오소소 소름이 돋게 할 것이므로...
흰 수염을 길에 늘어뜨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는 장면, 한장의 사진처럼
남아있는 이 모습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한에서 가장 어린 시절의
나에 관한 기억이다.
이 때가 다섯살 이었다. 유치원에서 싼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났으니까.
언제까지 소급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단편적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나
희미하게나마 아주 어린 시절에 대한 잔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억상실증도 아닌데 그 기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면?
'옛날에 내가 죽은 집'에 등장하는 사야카가 바로 그랬다.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이 전무했고, 그것이 의아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 사야카는 자신이 딸을 학대하는 것에 괴로워하고, 그 원인이 자신이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어린시절에 있다고 짐작하고는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단서가 된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열쇠와 지도였다. 그 속에 자신의
어린시절을 기억해 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 사야카는 이 작품의
화자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나카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나카노가 과학 잡지에 기고한 글을 보고 그에게 연락을 한 것이지만, 아마도
나카노 역시나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 아니었을까.
지도를 보고 찾아간 집.. 그 집은 외딴 곳에 오래 동안 방치돼 있었지만,
그곳에서 일기를 발견하게 되고, 나카노와 하루동안 머물면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관련해서 감춰진 비극을 기어코 밝혀내고야 한다.
그제서야 어린시절 기억이 왜 봉인돼 버렸는지, 왜 자신이 딸을 학대하게
됐는지,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을 되찾게 되는 사야카.
그 어린시절은 그녀에게 엄청난 트라우마였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까맣게 지워버렸던 것이다. 그녀가 되살려낸 기억 속의 사건 이후
사야카의 삶은 뿌리채 바뀌어 버렸다. 만약 온전하게 기억을 하고 살았다면,
사야카의 삶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그토록 알고 싶어했던 자신의 과거를 밝혀냈지만, 사야카는 그 과거를 감당할만한
정신력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사야카의 영혼은 가족과 함께 살았던 그 '집'
에서 그 사건과 함께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연극처럼 진행됐다. 과거를 밝히는 일들이 단 하룻 동안에 일어나며,
사야카와 나카노 이 두 인물의 비중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등장인물도 단촐하다.
그래서 그 집에서 발견한 일기의 내용과 두 사람의 대화에 최대한 집중하게
되고, 일기와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퍼즐 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내용을 시기적으로, 상황에 맞춰 가다보니,완성된 퍼즐처럼 사야카의
과거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한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경험이 다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의미없는 것들은 망각되기
마련이고, 기억하는 것만이 존재하고 체험한 것으로 존재하게 된다. 기억이 그
사람이고 ,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야카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한 기억을 지워버리게 된 것은
곧 사야카에겐 어린시절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가족은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이지만, 반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간에 형성된 애착관계는 인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되지만, 가족간의 이기심이나 왜곡된 관계는 서로에게 혹은 자녀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된다.
나카노가 사야카의 과거의 흔적을 더듬어갔던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은,
그가 살았던 옛집이 헐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였다. 그 역시 그 집에서 '죽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란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했다.
그 집에서 사카야의 과거를 먼저 눈치 챘을 때에도 나카노는 사야카가 자신의
과거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애쓰던 것, 사야카가 집에서 '죽었던' 흔적을
발견하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 그 마음이 다 이해가 갔다. 다시 기억을 되살린
사야카가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고,그로 인해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야카는 과거를 다시 되찾고야 말았고, 그 과거를 다시는 망각 속으로 묻어
버릴 수 없게 됐다.
그날 이후 나카노는 사야카에게서 온 엽서로, 그녀가 이혼하고, 딸은 남편이 키운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만 그 과거를 밝힌 날 이후 두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전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살고있다.
사야카는 그 과거를 되찾게 된 것을 후회했을까? 이혼하고, 딸도 없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역시 나 이외에 다른 누구도 아니라는 걸 믿고 앞으로도 살아갈 생각이야'라고
엽서에 밝힌 것을 보면, 과거 속의 상처를 도닥이며, 그 과거 역시나 자신의 삶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딸에게 상처주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녀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