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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무지개 뜨는 언덕

쌍무지개 뜨는 언덕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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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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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5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0501335
ISBN10 8980501331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은주는 깜박 잊었던 신기한 사실―낮에 자동차 안에서 본 자기와 똑같이 생긴 그 여학생의 얼굴―이 생각났다.
“아참, 어머니!”
은주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 오늘 참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글쎄, 저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이 세상에 또 하나 있어요!”
은주는 어머니와 오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뭐라고?”
어머니가 숟가락을 떨어뜨리며 얼굴을 들었다.
“글쎄, 제 얼굴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니까요.”
“에이, 거짓말 마!”
그 때까지 잠자코 있던 은철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오빠도 참, 거짓말은 왜 거짓말이야?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거짓말이래?”
“어디서 봤는지 모르지만, 설마 거울 속에 비치는 네 얼굴을 본 것 아니야?”
은철이는 이제 마음이 놓이는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 때 파리하게 여윈 어머니의 얼굴빛이 한층 더 핼쑥해지더니 핏기를 잃기 시작했다.
“너…… 너 그게 정말이냐?”
어머니는 조용하게 물으셨지만, 그 한마디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어떤 커다란 감정이 숨어 있었다.
“정말이에요. 오늘 종로 4가에서 돈암동 쪽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은주는 오늘 낮에 자기가 보았던 그 여학생의 이야기를 쭉 했다.
어머니는 은주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다가 다시 자리에 누우면서 물었다.
“그래, 그 여학생도 너처럼 깜짝 놀라더냐?”
“네, 서로가 다 깜짝 놀라면서 멍하니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자동차가 휙 떠났어요.”
“음, 그래? 세상에는 참 신기한 일도 다 있지!”
어머니는 벽을 향해 돌아누우며 차분하게 말했다.
“네 말처럼 똑같기야 하려고? 그저 좀 비슷한 데가 있겠지!”
“아니에요, 어머니. 정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쌍둥이처럼 똑같았어요. 그런데 어머니! 저 쌍둥이는 아니죠?”
은주는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여전히 저쪽 벽을 향한 채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은주의 궁금증을 싹둑 잘라 버렸다.
“얘도 참…… 별말을 다 묻지! 네가 쌍둥이라면 내가 모르고 누가 알겠니?”
“어머니, 정말 저 속이시는 건 아니지요?”
“얘도 참…… 내가 왜 너를 속이겠니?”
어머니의 대답은 어딘지 분명치가 못하다.
---<서글픈 거짓말> 중에서

“은철 오빠!”
그것은 은주의 목소리가 아니고 꽃다발을 안은 영란의 목소리였다.
“아, 영란아!”
은철이는 얼굴을 돌렸다.
“이제부터는 나의 오빠가 되어 줘. 나를 은주와 똑같은 동생이라고 생각해 줘, 응?”
“영란아, 고맙다! 이제부터 나를 오빠라고 불러다오!”
은철이는 조금도 거짓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아이, 기뻐라!”
그 때, 은주는 꽃다발을 안은 두 손으로 은철의 가슴을 꽉 부여안으며 꿈결처럼 외쳤다.
“은주야, 기쁘냐? 내가 더 기쁘다!”
은철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은철 오빠, 이 꽃다발, 오빠 줄게!”
그 때. 영란이는 안고 있던 꽃다발을 은철의 무릎 위에 가만히 얹어 놓았다.
“오빠, 이 꽃다발도 받아!”
이번에는 은주가 또 꽃다발을 은철이에게 주었다.
“고맙다! 그러면 이 꽃다발은 내가 다 받을게. 아! 영란이의 꽃다발! 은주의 꽃다발!”
그 때 영민이가 창 밖을 내다보며 소리쳤다.
“아, 저기 쌍무지개가 떴다! 쌍무지개가…….”
그 말에 일행은 다 같이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자동차가 원남동을 거쳐 창경궁을 지날 무렵이었다.
“아이, 어쩌면! 돈암동 언덕 위에 쌍무지개가 떴네요!”
영란이가 먼저 외쳤다.
“아, 참 예쁜 쌍무지개다!”
오 선생이 감동한 듯이 말했다. 은철이도 민구도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이창훈 씨 내외도 창 밖의 쌍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은주의 집이 서 있는 그 언덕 위에 일곱 가지 색이 아롱진 두 줄기 쌍무지개가 동화책 속의 그림처럼 찬란하게 커다란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오오, 하늘에도 쌍무지개! 땅 위에도 쌍무지개! 오늘이야말로 축복받은 영광의 날이다!”
오 선생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쌍무지개 뜨는 언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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