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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작가와 독자들이 권하는 여행길 추천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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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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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1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222439
ISBN10 898922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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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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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혜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후,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문예학을 그리고 독일 본 대학에서 번역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독일 본 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역서로 『티베트로 가는 길』『남편과 아내 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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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정 제가 한 일이옵니까?

문득 내가 지금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나 싶다. 늘 모든 일을 사전에 충분히 심사하고 숙고하는 나 같은 사람이. 나라는 사람은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에 할 일을 적은 쪽지를 붙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쪽지들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 수가 늘면서 점점 내 신경을 죄어온다. 지금도 줄잡아 60~70개가 곳곳에 붙어 있다. ‘호어스트! 제발 세무신고 좀 해! 어서, 제발, 당장!!!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 질질 끌지만 말고 할 일은 좀 하면서 살자고, 이 화상아! 꼭 그렇게 막차를 타야 직성이 풀리냐? 1997년이 지난 지가 도대체 언제냐! 그러다 정말 큰코다친다. 지금이야, 바로! 해, 하라고!’쪽지들은 악몽, 그 자체다. 이런 환경에서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도 버틸 수가 없었으니.
결국 나는 이렇게 해서 벌써 9일째 밖으로 돌고 있다. 물론 집을 나오기 전, 이미 그 일에 착수는 했었다. 정확히 말하면 2백만 개쯤 되는 영수증, 각종 서류, 종이쪼가리들을 책상, 테이블, 방바닥에 와르르 쏟아부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네 시간 동안 두손놓고 앉아 그 종이산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침내 좀 쉬었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자를 주문했다. 탁자마다 종이가 수북했으므로 바닥에 앉아 피자를 먹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정복해야 할 아이거 북벽의 위용에 눌려 반쯤 먹다 말고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처음 1주일은 우연을 가장해 친구들 집을 순회했다. 매일 집을 바꿔가며. 그러나 얼마 못 가 친구들끼리 서로 그 사실을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그것도 여의치 않아져, 별수없이 One-night-stand, 즉 하룻밤의 사랑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1주일 넘도록 옷을 갈아입지 못한 내게 넘어올 코가 꽉 막힌 여자는 베를린에 없었다. 독감도 걸리자고 덤비면 피해간다더니, 한 마디로 ‘불행’그 자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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