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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 꽃이 핀다

꽃이 진다 꽃이 핀다

: 박남준 시인의 산방 일기

박남준 | 삼인 | 2002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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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2쪽 | 280g | 152*200*20mm
ISBN13 9788988526217
ISBN10 89885262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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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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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왔나? 문을 열어보아도 흔적이 없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온다. 아니 또 소리가 들리는데 다시 마당으로 나간다. 가만 아니,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개울가에는 웬 아주머니 두 분이 발을 걷어붙이고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거기 뭐 하는 것이에요. 두 사람은 대수리(전북 지역에서는 다슬기를 대수리라고 부르며 경상도에서는 고딩, 또는 고디 그리고 충청도와 일부 강원 지역에서는 올갱이라고도 부른다)를 잡고 있었다. 개울 속에는 내가 몇 년 동안 손을 대지 않아 제법 알이 굵은 대수리들도 살고 있었다. 그전에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당 앞 개울 속에서 대수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사정을 이야기해서 잡은 것을 다시 개울 속에 놓아준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분은 끝까지 말을 듣지 않고 뒷걸음을 치며 밥그릇 한 그릇 양은 됨직한 대수리를 잡아 가지고 내려가셨고 산을 내려가시는 두 분께 나는 못을 박듯 말했다.
만약 앞으로 또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대수리를 잡아가신다면 아무리 어른들이고 동네 사람들이라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랬었는데 이번엔 동네 사람들도 아닌 사람들이 남의 집까지 들어와서 대수리를 잡고 있다니……
대수리국, 애호박을 넣고 매운 고추를 어슷어슷 썰어 된장을 조금 풀은 그 파아란 대수리국 저도 좋아해요. 그런데 왜 제가 이렇게 마당 앞에 대수리들을 잡아먹지 않고 가만 놔두었겠어요.
반딧불이 때문이라고요. 반딧불이 중에 애반딧불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수리를 중간 숙주로 먹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어린 날 여름밤의 하늘을 반짝이며 수를 놓던, 그 연초록빛 야간 비행을 하며 무수히 날던 반딧불이들이 그나마 이 작은 골짜기에 아직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요.
그렇게 대수리국을 드시고 싶으면 내가 돈 드릴게요. 돈 드릴 테니까 사서 드시라니까요. 얼마요. 얼마를 드리면 되냐고요.
나는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알듯 모를 듯한 소리들을 격하게 내지르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겁에 질린 듯 잡았던 대수리를 슬그머니 개울가에 내려놓고 내려가고 있었다.
--- pp. 53∼54
밥이나 해야지. 밥이나 먹어야지. 보골보골 국 끓는 소리 달그락 달그락 밥상 차리는 소리 김치 그릇 하나 곰삭은 갈치 속젓 한 종지 얼큰한 김칫국 한 그릇 숟가락 하나 그리고 나무젓가락.
빗줄기가 잦아든다. 뚝뚝 낙숫물 소리. 새들은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있을까. 진달래가 지고 할미꽃이 지고 노랑제비꽃이 지고 산벚꽃이 지고 물싸리꽃이 지고.
일렁인다 산마루로부터 소용돌이치며 바람 소리가 횡횡한다. 배꽃이 다 졌다. 배꽃이 다 진 자리에 흰 나비 두 마리 나풀거린다. 하늘거린다. 그렇게 떠나는 것들을 아프도록 눈에 다 넣어둔들 무엇하겠는가.
노란 병꽃나무꽃이 피고 붉은 금낭화꽃이 피고 자줏빛 족도리풀꽃이 피고 모과나무꽃이 피고 나 여기 있었어요. 은행잎 새순들이 감나무 새움들이 떡갈나무 잎들이 저도요. 여기도요. 여기도요
--- p. 122
한 꽃이 지고 한 꽃이 피어난다. 툇마루에 앉아 배꽃이 지는 것을 하릴없이 바라본다. 지는 흰 꽃잎 속에 봄날의 처절하도록 눈부심이 들어 있다. 저 눈부신 것들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봄날이 간다.
--- p. 26
한 이틀 집을 비웠다 돌아왔더니 마당 앞에 복수초꽃 한 가지 어느 누구 불청객이 꺾어 버렸는지 목이 잘린 채 돌절구 속에 떨어져 있다. 속이 상해서 한동안 들여다보다 작은 웅덩이 가에 꽂아둔다.
몹쓸 사람 같으니라고 그냥 보고 갈 일이지.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왔으면 곱게나 갈 일이지. 사람이 산다는 일도 때로 숨을 다하여 피워 올린 꽃송이처럼 그러나 채 다 피워보지 못하고, 열매 맺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송이처럼 허망한 일이 일어나는 때가 한두 차례뿐이겠어 하고 여기니 새삼 살아 있는 일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개울 건너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산자락에 들어와 살면서도 이 숲길 자주 걷지 못했다. 고사리를 꺾거나 산나물을 뜯고 나무를 할때 오르내린 것을 빼면 몇 번 되지 않는 것 같군. 지난 잎새들이 떨어져 내린 숲은 온통 노오란 소나무 잎새로 가득하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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