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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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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명상/치유 에세이 top100 1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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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78g | 150*215*20mm
ISBN13 9788956057743
ISBN10 895605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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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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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사샤 마틴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요리 블로거.
보스턴의 노동자 지구에서 살았던 사샤 마틴은 궁핍한 부엌에서 어린 나이부터 요리를 배웠다. 선생님은 특이하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창의력이 넘쳐나며, 홀몸으로 아이 둘을 키웠던 그녀의 엄마. 식료품 쿠폰으로 연명하면서도 스물한 겹의 바움쿠헨에서부터 계피 건포도 토스트 피자에 이르기까지 엉뚱하고 기발한 요리법을 개발하며 활기 넘치는 부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엄마의 태도로 인해 그녀와 그녀의 오빠 마이클은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등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는다.
가족과의 이별로 인해 상실감으로 얼룩진 청소년기를 보낸 그녀에게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준 것도 요리였다. 성인이 된 후 M. F. K. 피셔 장학생으로 미국 CIA 요리학교를 다녔으며, 195주 동안 195개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겠다는 도전에 나서 4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야심 찬 요리 대장정은 그녀의 블로그 ‘글로벌 테이블 어드벤처’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블로그는 이내 전 세계 식도락가들이 꼭 한 번 방문해야 하는 성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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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오빠와 나는 어렸을 때 리놀륨 장판 위로 동물 모양의 장난감을 굴려가며 식탁 아래에서 자주 놀았다. 우리가 낡은 식탁 다리를 동굴인 척하며 노는 동안 엄마는 생활비를 버느라 위에서 이런저런 일감을 바느질했다. 아버지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우리에게 부모는 엄마뿐이었다. 가끔 마이클이 화상 흉터가 남은 내 손끝을 유심히 살피다 엄마의 구닥다리 싱어 재봉틀이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소리 너머로 “너, 어쩌면 외계인일 수도 있겠다!” 하고 외칠 때도 있었다.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던 그 파란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두컴컴한 데서도 반짝이던 그 눈동자가. --- p.18

나는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날이 찾아와도 우리 집에서는 그냥 지나갔다. 아버지의 날은 중국의 음력설이나 유대교의 신년제처럼 다른 집에서나 챙기는 명절이었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엄마뿐이었다.
몇 년 뒤에 마이클이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만들면서 맨 꼭대기의 ‘세계 평화’ 바로 아래에 ‘아버지’라고 적었을 때 내 안에서 분출된 아픔은 아버지라는 단어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 p.40

딸기는 마이클이 좋아하는 거였고 파운드케이크는 내가 좋아하는 거였지만 휘핑크림은 우리 둘 다 똑같이 좋아했다. 케이크를 큼지막하게 떠서 먹는 동안 엄마가 우리 둘이 앞으로 뒤몽 부부네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꺼냈다. 엄마는 오래된 친구라고 했지만 우리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문득 케이크가 발포 고무처럼 느껴졌고 입가에 들러붙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차가운 우유를 한 잔 마셔도 계속 목이 멨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엄마에게 언제면 우리가 집에 돌아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또다시 다른 위탁가정 신세를 져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며칠? 일주일? 한 달? --- p.69

바게트와 처음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종이봉지 안에 넣은 채 손으로 잡고 뜯으면 바스라지면서 한숨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들리면 나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은 사슴처럼 걸음이 절로 멈춰졌다. 제대로 만들어진 빵 껍질에는 그런 효과가 있다. 입에 넣고 씹으면 이스트와 소금으로 만들어낸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부드러운 속살이 내 입술에 대고 따뜻하고 촉촉한 입김을 불었다. --- p.111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온갖 나라, 아직 먹어보지 못한 온갖 이국적인 음식들이 생각났다. 그 미지의 세계를 이 병 안에 담으면 어떨까? 이 병을 내 미래의 양념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프루스트의 작품은 됐다 치고 내가 직접 마들렌을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겠다.
뭘 해야 할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침실로 달려가서 키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전 세계를 요리할 테야!”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 p.283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바움쿠헨에 살구잼을 다시 한 겹 바르고 드디어 초콜릿 글레이즈를 입혔다. 에바에게 두려운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키스의 스트레스를 부채질하고 싶지 않아서 로봇처럼 움직였다. 케이크를 만지는 동안 우리가 독일인도 아니고 재료들도 비싼데 엄마가 왜 항상 이 케이크를 만들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케이크는 살아 숨 쉬는 명상의 시간이었다.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내딛는 정신력 훈련이었다. 먹을 수 있는 기도문이었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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