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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 제8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

제3의시-10이동
심재휘 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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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5쪽 | 20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752693
ISBN10 897075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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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심재휘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고려대 국문과, 그리고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시인이 되었고, 2002년 제8회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한국현대시와 시간』이 있으며,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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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 같았던 것들이 밀리고 밀리면
동쪽 변방의 호숫가 어느 오래된 나무
지나가는 물새가 잠시 해를 가리는 동안
새 혓바닥만한 버들잎이 한 몸 떨어진다
한순간 숨을 멈추는 오전이었다
천지간에 해일처럼 살다가
막 지워진 파문에 꽂혀 끝없이
죽음을 타전하는 작은 잎
투명한 경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호수에 그늘을 드리운 버드나무들의
반짝이는 오늘은 얼마나 평화스러운가
잠시 흔들린 수초들의 그림자가 다시 꼿꼿해지고
수면은 明鏡止水로 봄날이 가는데
흐린 물바닥에선 지붕이 날아가고
전신주가 뿌리째 뽑히고
더 깊은 물 속에선 거대한 별똥이
휙 제가 지나온 길을 손가락질하며
사라졌다
--- p 47
밤에 편지를 쓰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겉봉에서 낡아갔다
회귀선 아랠 내려간 태양처럼
따뜻한 상징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내 거친 눈이 내렸다
사람들은 눈싸움을 하며 추억을 노래했으나
단단하게 뭉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설차가 지나온 길은 다시 눈에 덮이고
눈 먹은 신호등만 불길하게 깜박거렸다
바람이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였으므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였다 모두들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고 수상한 암호 만지듯
동전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어두운 창고에서 첫사랑을 생각해야 했다
언 손을 불며 자전거 바퀴를 고치다가
씀바귀며 여뀌며 쑥부쟁이를 몰래 생각하였다
---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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