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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제페, 사로잡힌 남자 이야기

쥬제페, 사로잡힌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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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58g | 146*210*20mm
ISBN13 9788988964194
ISBN10 898896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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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서혜영
일본에서 초등, 중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서강대 국문과를 나와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전공, 현재 서강대에 일본어 강사로 출강하면서 번역, 통역 등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학급혁명』『기습』『패왕 후히토』『전쟁과 인간』『악의』『그네타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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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글쎄 레스토랑 구석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저 녀석 또 뭘 하는 거지? 주방장도 손님도 흘낏흘낏 훔쳐보는데,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렸다. 숨을 멈추고 얼마나 오래 있을 수 있는지 재고 있었던 거란다. 앰뷸런스를 몰고 온 구급대원이 그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 pp 11~12
"눈을 감아라."
쿠쿵, 케이블카가 흔들리고 학생들의 목구멍에서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할 때, 타탄 선생님은 그렇게 속삭였다고 합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기다리는 거야. 이건 연습이니까. 지금 우리는 링크에 서 있어. 상대편 응원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평소의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연습을 하는 거야."
학생들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나도 이제부터는 조용히 하마. 쭉 소리를 내지 않을 거야. 이건 코치로서 내리는 엄중한 명령이다."
다리가 안 좋은 학생만이 출입구 손잡이에 슬쩍 손을 가져가는 선생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너희들이 나를 코치라고 생각한다면, 알겠니? 쭉 입을 다물고 있거라. 눈을 뜨지 말거라. 머릿속에 시합을, 팩이 미끄러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난 오늘로 코치를 그만 둘 테다."
"안돼요, 그만두면 안 돼요. 선생님!"
에이스 포워드가 속삭입니다.
"그만! 입다물고 있어."
타탄 선생님은 웃었다고 합니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바로 지금부터 나도 입을 다물 거니까. 자아, 모두들, 시합에 집중하자."

팩 닦는 일을 맡고 있는, 다리가 안 좋은 학생도 마침내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순간 차가운 바람이 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학생 하나가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로프웨이가 조금 흔들리고 그 다음 높게 울리던 기분 나쁜 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들은 모두 머릿속의 시합에 집중했어요! 구조하러 온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때가지 쭈욱 눈을 감은 채로..."
팩 닦는 일을 맡고 있는 학생이 기어들아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구조 후 산 속 오두막에서 담요를 두르고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케이블카의 문을 연 채로, 산을 등지고 선 선생님은 떨어지기 전에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둘러보았을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빨리 케이블에 가해지는 무게를 덜어주고 싶었을 테니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렸을 겁니다. 새하얀 산등성이로 등을 아래로 향한 채 떨어져 갔던 겁니다. 눈일 받쳐 줄 거야, 하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어땠을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잘못 생각한 거지요. 전날 밤의 혹독한 추위로 경사면은 꽁꽁 얼어 있었거든요. 바로 '아이스반'이란 놈입니다. 타탄 선생님의 등뼈는 반으로 꺽여 버렸습니다.
--- pp 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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