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Me 신드롬」
「Better Me 신드롬」은 날로 치열해져 가는 21세기 지식사회의 필연적인 소산이다. 유례없는 저성장과 불경기로 인한 취업난이 전망되면서, 이 경쟁적인 자기계발 트렌드는 2009년에는 그 정점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경제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다름 아닌 ‘지식경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일년 전 각광받은 신지식이 이미 낡은 이론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개인이 속도감 있는 학습으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업데이트시켜야만 한다. 새로운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구직난(求職難) 속의 구인난(求人難)”이라는 역설이 말해 주듯이 대체 노동력은 넘쳐나지만,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고급인력은 넘쳐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p.114-115
「I'm so hot」
그렇다면 이러한 나르시스트 트렌드 아래에서는 어떤 산업과 상품이 각광받게 될 것인가? 먼저 불황과 실업에 내몰려 한량 아닌 한량으로 세월을 허송하게 된 젊은이들을 조명하고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위로형 대중문화상품이 속속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개인의 갈증과 고독을 위로하고 합리화할 수 있는 책, 자신을 남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소통의 노하우를 전하는 책, 자기성찰 및 자기이해에 도움을 주는 책, 희망과 도전에 관한 책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이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미지 컨설팅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p.131-132
「Gotta be cocooned」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 안전감이 저하되면 사람들이 겪는 생활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자연히 스트레스 해소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탈출하기 위해 웃음?즐거움?재미?흥미?위안을 찾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적은 비용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갑은 얇으니, 역시 결론은 집이다. 집에서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네오 코쿠닝의 핵심은 아마도 가정내 활동의 다양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활동이 진화하는 것이다. --- p.135
「Cross-Internetization」
「Cross-Internetization」 트렌드가 우리 소비자에게 미치는 보다 심대한 영향은 바로 그것이 소비자의 시공간 관념을 바꾸게 된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첩첩산중에서도 한밤중에 인터넷쇼핑몰에 접속하여 내일 당장 필요한 옷을 주문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왔다. 패턴화된 생활시간과 구획된 공간의 개념이 힘을 잃게 되는 것이다. ‘24시간 유비쿼터스 인터넷 시대’에는 시공간의 의미가 소멸하면서, 일상생활의 효율성과 수월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대신 유비쿼터스 인터넷은 소비자에게서 삶의 여백을 빼앗아갈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상시 연결은 곧 상시 여백 없음을 의미한다. --- p.148
「Alpha-Mom, Beta-Dad」
자녀 교육이나 가사노동에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서비스산업이 떠오를 것이다. 이미 남성 전용 부엌 가구 브랜드가 등장한 상태이며, 문화센터에는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교실이나 보드게임?놀이영어 강좌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보다 간편하게 가사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남편이나 돌싱남을 위한 가사상품인 소위 ‘우렁(색시) 가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에는 여성이 기술의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여성적 감성을 반영한 기술인 '페미닌 테크'(feminine tech)가 각광받은 바 있다. 주방?인테리어?생활가전 등이 페미닌 테크의 격전지였다. 이제 페미닌 테크에 이어 패밀리 테크(family tech)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함께 '집안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가족원 각각의 행동양식에 고루 부합하고 복잡하고도 사소한 니즈까지도 골고루 만족시키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 pp.158-159
「Simply Humbly Happily」
옛날은 언제나 좋았다. 기억은 과거를 미화하는 효과가 있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향수가 진해진다. 「Simply, Humbly, Happily」 트렌드에서 추억산업(nostalgia industry)이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 즉, GOD 신드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여건이 나빠질 때 소비자들은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기억을 사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1997년 경제위기의 한파가 몰아닥치자, 많은 사람들이 ‘6남매’류의 드라마를 통해 복고적 감수성으로 돌아가 마음을 녹였다. 이제 추억을 파는 산업이 번창할 가능성이 높다. 매스첹디어나 광고계에서는 애틋한 시선으로 과거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 p.169
「Hobby-holic」
야구용품 판매업자가 아니더라도, 사회인 야구동호회 열풍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함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쉽게 즐기기 힘든 운동이다. 야구는 넓은 공간과 기반시설, 다양한 용품이 갖추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포지션별로 특화된 동료 선수들이 다함께 모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까다로운 종목이다. 한마디로 야구는 사회인 스포츠 중에서 가장 보급이 어려운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칠 줄 모르는 야구 동호회 붐은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규모 있게, 그리고 땀 흘려 움직이면서 보다 큰 희열을 만끽하기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에 진한 카타르시스를 부여할 수 있는 활력소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 p.174
「Casual Classics」
고급문화의 확산은 비단 클래식 음악에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표적인 ‘보이지 않는 잉크’인 와인이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한바탕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발레나 오페라 같은 장르에서도 예기치 않은 붐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슈퍼스타가 탄생한다든지, 영화 같은 특정 장르의 작품이 큰 인기를 끄는 등의 돌발상황이 발생해 주는 것이다. 특정한 트렌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갑자기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사건을 트리거(trigger)라고 한다. 이용대 선수의 인기에 힘입은 배드민턴 붐이나, 와인 열풍에 불을 붙인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가 트리거의 예이다. --- p.187
「Off-air Attitude」
최근 일부 젊은 패셔니스타(fashionista)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던 ‘고야드 백’도 「Off-air Attitude」적인 아이템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아이템은 아무렇게나 들고 다녀도 될 것처럼 평범하게 보이지만, 사실 헐리우드 스타들도 애용하는 고가의 하이 브랜드 제품인 경우가 태반이다. 요즘 멋쟁이들은 고가의 명품 가방을 완벽하게 정장할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캐주얼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로 들고 다닌다. 누가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집 밖에 나왔는데, 그때 걸치고 있었던 고만고만해 보이는 티셔츠 한 장이 바로 무슨 브랜드의 수 십 만원짜리 신상이었다는 이야기. 그런 소비사회의 동화는 가격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원하는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여유에 대한 소비자의 동경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Off-Air Attitude」적인 감수성이이다. --- p.193
「Wanna-be-star, Wanna-be-mass」
무대의 연예인은 객석으로 내려오는데, 객석의 일반인은 무대 위로 뛰어 오르고 있다. 먼저 일반인이 매체에 대거 등장하여 “나도 스타가 되고 싶어요”라며 노골적으로 외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과거에도 일반인의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 비해 요즘 프로그램에서는 잘 준비된 개인기로 무장한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고 연예인은 보조적인 패널을 맡는 데서 그치는, 역할분담의 역전현상이 확연하다. 「스타킹」이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더욱 주목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생활의 달인」이다. 「생활의 달인」은 각자 자신의 업무에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솜씨를 공개한다. 이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멋지게 생기지도 않고 남다른 끼가 없어도 누구나 얼마든지 대중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스타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심지어 평범한 외국인도 스타 반열에 오를 정도다.
--- pp.20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