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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85g | 145*210*14mm
ISBN13 9788932029009
ISBN10 8932029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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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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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진짜가 나한테 있다.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진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덮이기를 간절히 원했고 엄마의 묵인이 나를 막아준 셈이었지만, 그래서 없어질 문제가 아니었다. 결코. 그랬다면 악몽 따위는 꾸지 않겠지. 여전히 나는 그날이 떠오르는 것조차 두렵다. 가끔은 이 모든 게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곧 뼈가 아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철이 들수록 분명해지는 죄의식 때문에 힘들었고, 엄마가 그걸 보고도 묵인했다는 게 악몽 같은 약점이 돼버렸다. 엄마가 잊어버렸든 기억하든 상관없이 그건 내 양심의 덫이었다. 나라는 애한테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걸 저런 식으로 꺼내다니. --- pp.37~38

윤은 매일 저녁 셰프에게 간다. 요리를 배운다지만 주방에 잠깐 얼씬거리는 거고, 그럴 수 있는 건 녀석 부모가 아들을 위해 그런 기회도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윤은 거기로 가기 전 틈새에서 꼭 떡볶이를 먹는다. 기하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전에 꼭 틈새에 들른다고 했다. 배가 든든해야 배짱도 생긴다나.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늘 비밀이고 그게 아르바이트와 관계가 있다는데 나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뭐든 훔치는 자식이랑 뭘 공유해봐야 좋을 리 없을 테니까. 도진은 미국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학원을 끝내고 검정고시 학원에 가기 전에 틈새에 들렀다. 검정고시 학원은 알겠는데 미국 고등학교 공부를 도대체 어디서 누가 가르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게 진짜 있는지 뻥인지도 알 수 없다. 녀석 하는 걸 봐서는. 아무튼 도진은 다시 미국으로 가서 아이비리그에 들어가는 게 목표인 애다. 우리가 거기에 모일 수 있는 공통점이란 시간뿐이었다. 6시에서 7시 사이. 그렇게 우리는 틈새의 애들이 된 것이다. --- pp.40~41

아프다. 너무 아프다. 어지러워 땅 밑으로 꺼질 것만 같다. 발가락에 쥐가 나서 펴지지가 않아 땅을 디딜 수가 없다. 땅에 닿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오그라든 발가락은 말을 듣지 않고 도무지 잡히는 게 없어서 나는 죽을힘을 다해 허우적댔다. 살고 싶다. 여기를 벗어나 살아야만 한다. 숨이 막힌다. 나의 모든 구멍을 다 틀어막은 세상. 검은 물속이다. --- p.102

“부탁할 거 있단 말야!”
울음 섞인 목소리가 끝까지 따라왔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돌아보지 않을 거다. 다시는 이쪽으로 오지도 않을 거다. 이제 그만 묻혔으면, 괜찮아질 거야, 다 지나간 일이잖아 했던 것들 이 결국 고스란히 고개를 쳐들고 말았다. 해리 때문이다. 해리가 모든 뚜껑을 다 열어버렸다. 해리 뒤에는 징그러운 그 늙은이가 있고 거기에는 또 영빈이가 있고 엄마가 있고 사면동 악동들이 있고 철로 밑의 검은 물이 있고 비명소리…… 너무나 아픈 뺨, 손, 몸, 가슴. 어쩌자고 해리를 만났을까. 이게 운명이라면, 더럽게 꼬인 이따위가 내 인생이라면 나 진짜 구제불능이다. 아닌 건 아닌 거다. 부정에 부정이 거듭됐을 땐 결과가 빤한 거였는데 뭘 증명하자고 태어났을까. 내게 의도 따위가 있었을 리 없다. 애초부터 지금까지 내 머리는 비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쓰레기다. 그런데 어떻게 다 감당하라고 이렇게 뒤흔들까. 도대체 왜 누가.
--- pp.12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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