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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 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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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8g | 153*224*20mm
ISBN13 9788992814102
ISBN10 89928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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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는 주인공인 ‘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 다소 자유분방한 성을 묘사한 소설이다. 본문 중간에 미도리라는 여성이 남성의 성적인 취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서는 섹스가 하나의 표현 형태로 나타난다. 이 소설은 상실과 재생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모색하지만 무라카미가 밝혔듯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의미를 둔 수준 높은 연애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_『상실의 시대』중에서

가끔 여자는 사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특히 어떤 종류의 사람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고, 그것이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그 소소한 것, 그것으로 발전하는 단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미도리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_『상실의 시대』중에서

“그건 그렇고 아무튼 나는 그때 생각했어요. 이게 난생 처음 해보는 남자와의 키스였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만일 내가 인생 순번을 바꿔 놓을 수만 있다면 그걸 퍼스트 키스로 삼을 거예요, 반드시. 그리고 나머지 인생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지낼 거예요. 빨래를 널어 말리는 옥상에서,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키스를 나눈 와타나베라는 남자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쉰여덟 살이 된 지금은…… 하고 말이에요. 어때,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멋있을 거야.”하고 나는 파스타치오 껍질을 벗기면서 말했다.

미도리의 속삭임이 아름답다. 세세할 만큼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어, 그것이 옳든 그르든 빠져 버리게 된다. 남겨 두고 싶은 만큼 좋았던 입맞춤이 첫 키스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는, 사랑이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감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너무 당연하듯 말하지 않는 순수함이 묻어 있어, 사랑, 지겨워, 라고 비웃는 자의든 타의든 세상의 때, 사랑의 때를 다 묻은 여자라도 이 속삭임을 듣고 있다 보면 마치 첫사랑의 하던 그때로 돌아가 설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_『상실의 시대』중에서

“더 멋진 말을 해줘요.”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이라니, 누가 감히 이런 표현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일본에서 이 표현이 광고 카피로 사용되면서 『상실의 시대』는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다. 끔찍하게 간질이는 것도 아니고, 축 쳐져 느슨해지는 것도 아닌 적당하게 알맞은 정말 특별할 사랑의 속삭임이다. 그렇게 묘사한 설명 또한 멋지다.

“봄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처럼 털이 보드랍고 눈이 또랑또랑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안 하겠어요?’ 하고. 그래서 너와 새끼 곰은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그거 참 멋지지?”
“정말 멋져.”
“그만큼 네가 좋아.”

여기서 봄날의 곰은 미련 곰탱이 같은 곰이 아니라 벨벳처럼 털이 보드랍고 눈이 또랑또랑한 귀여운 새끼 곰이며,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 들판으로 나온 새끼 곰은 인형처럼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다. 그렇게 귀여운 새끼 곰과 네가 부둥켜안고 온종일 구르며 노는 그런 멋진 상상만큼이나 너를 좋아한다니, 정말 봄날의 곰만큼 사랑스러운 속삭임이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_『상실의 시대』중에서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를 쓸 당시 보디빌딩에 빠져 후에 『보디빌딩의 철학』이라는 책까지 썼던, 모습에 왜, 라고 묻고 싶던, 1970년 대일본제국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까지 했으나 그 할복에는 대일본제국의 부활은 명분에 지나지 않고 그냥 할복이 하고 싶어 했을 거라는 추측까지 만든, 그래서 정신병적 인격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남자. 보디빌딩으로 더욱 늠름해진 자신의 몸이 너무 사랑스러워, 광적인 집착까지 보여, 사진의 각도조차 자신이 조종해 찍어야 했던 마초 같은 지배력으로, 여자가 아닌 남자의 몸을 사랑해야만 했던 남자. --- 나쁜 남자가 사랑을 하다_『금각사』 중에서

같은 조건임에도 상반된 성격, 이상을 가지고 있는 ‘나’의 친구 가시와기는 안짱다리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간다. 한계를 극복한 남자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작은 굴 안으로 파고들다 못해 이상한 짓까지 해버리는 남자. 이 둘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쁜 남자다. 그렇다고 ‘나’에게 왜 네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냐고,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 극복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세계를 저 밑바닥 쪽에서 잔뜩 죄어 비틀어 쥐고 있다는 자각을 가지도록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런 것은 ‘나’에게 무거운 짐일 뿐이었다. 그런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왠지 가엽기 때문, 이것 또한 나쁜 남자의 매력일까? --- 나쁜 남자가 사랑을 하다_『금각사』 중에서

‘인연’이라는 말이 좀 무섭게 들리긴 하지만, 요컨대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전세의 인연’ 때문이라고, 기어코 내가 왜 이렇게 당신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겐지,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은 정이고, 정보다 더 슬픔 것은 인연이니,“당신을 사랑한다(I love you).”가 아니라 사역동사 ‘만들다(make).’를 사용해 전세의 인연이 “당신을 사랑하게 만들었다(makes me love you).”라고 말하니 어느 여자가 싫다고 마다하겠는가.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벌써 가시나요, 라고 외칠 만큼 짜릿하고 감미롭다.
여자는 ‘운명’이라는 말에 약하니, 여자가 남자에게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에요.”라고 하면, 남자는 바짓가랑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줄행랑을 치고 싶을 정도로 불길한 예감을 갖겠지만 여자는 그 말만 들어도 눈이 폴라리스가 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 그 사랑이 이 사랑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하다_『겐지 이야기』중에서

이 소설에는 악인이 없다. 모두 자신의 인생을 이 세상에 조심스럽게 반추해 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어떤 풍경이냐 물으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아주 따가운 볕이 지나고 노을이 물들 때, 공원의 벤치에 주르륵 앉아 조용한 미소로 “그래, 내 인생이 그렇게 안 좋았던 것은 아니야. 때론 슬픔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 나름대로 괜찮았어. 그래, 내 인생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라고 읊조리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그리고 ‘나’와 농부르 선생이 헤어지는 것처럼, 서로를 축복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작가가 표현했듯, 팔꿈치에 밀리고 발끝에 채이다, 언젠가는 세상 끄트머리로 밀려날 것 같은 염려가 드는 사람들, 하지만 밀려나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다.
--- 처음처럼, 다시 사랑하다_『지금 만나러 갑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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