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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14쪽 | 511g | 132*193*30mm
ISBN13 9788972883395
ISBN10 897288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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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보다 더 검은 숲. 파도처럼 보이는 무수한 우듬지의 흔들림.
휘달리는 바람이 나뭇잎을 치는 소리가 우리 인간을 비웃는 것 같아.”

정말 커다란 나무다. 대체 땅에서 무엇을 빨아들였기에 이토록 커졌을까. 줄기는 유치원생 열세 명이 손을 맞잡아야 겨우 에두를 수 있을 만큼 굵다. 높이는 삼십 미터 가까이 될 것이다. 굵은 줄기는 도중에 둘로 갈라지고, 그다음에 다시 몇 갈래로 갈라져서 마치 거대한 손이 하늘을 움켜쥐려고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구멍 가운데 하나에는 신의 사자 노릇을 하는 흰 뱀이 살고 있다고 했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들은 뒤로 원아들은 이 나무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수령 천 년이 사실이라면 이제 수명이 거의 다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겨울에도 묘하게 윤이 나는 검푸른 잎을 무성하게 거느리고 있으니 식물이란 참 신기하다.

푸르른 지구. 푸르른 마을. 꽃피는 계절. 꽃과 초록이 있는 생활. 인간은 식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아마 식물은 인간을 싫어할 것이다. 아마 언젠가는 인구수도 조절하려고 작정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생물이지만 나무가 인간보다 더 격이 높은 것은 아닐까. 저들 일족은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 지상에 군림해왔다. 인간보다 훨씬 장수하며 본체를 잃어도 재생이 가능한 생명력을 가졌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왜소하고 미약하기만 하다.

대체 언제쯤이면 전쟁이 없어지는가.
누가 이런 세상으로 만들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서 죽는가.
산길을 달려 내려오는 놈들의 아득한 위, 해가 막 떨어진 어둠 속에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치요마루를, 무사들을, 내려다보는 모든 이를, 어깨를 흔들며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가지와 잎을 다 잃고 십 수 미터의 원기둥으로 변한 고토리 나무는 파충류 같은 거죽 탓인지 마사야한테는 거대한 생물을 연상케 했다. 그래,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다. 나무는 생물이 아닌가. 지표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서 계속 덩치를 키우면서 무섭도록 기나긴 수명을 누리는 생물.

까맣고 동그랗고 조그만 녹나무 열매가
가을 끝자락 바람에 이리로 또 저리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새 한 마리가 그중에 한 알갱이를 쪼아 먹었다.
새가 날아올랐다.
그 새가 똥을 떨어뜨린 자리에서 새싹이 튼다.
새는 사람이나 집들이 녹나무 열매나 잎사귀보다 더 작게 보일 만큼 드높이 올라가,
잠시 구름 밑을 노닐다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땅에 똥을 떨어뜨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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