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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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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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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52g | 128*188*20mm
ISBN13 9788994217901
ISBN10 89942179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에르네스토 페레로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으로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1998년부터 토리노 국제도서전 국장을 지내고 있다. 프랑스 작가 플라우버트(Flaubert), 셀린(Celie), 페렉(Perec)의 작품을 이탈리어로 옮기며 〈라 스탐파〉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유수 일간지에 기고 중이다.
저서로는 ≪N.(2000년 스트레가 상 수상)≫ ≪캡틴 살가리의 마지막 여행(2011년 캄피엘로 상 수상)≫ ≪우리 생애 최고의 해》, ≪프리모 레비의 삶과 작품≫ 등이 있다.
그림 :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저서로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나는 그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등이 있다.
역자 : 김현주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페루지아 국립대학과 피렌체 국립대학 언어 과정을 마쳤다. EBS의 교육방송 일요시네마 및 세계 명화를 번역하고 있으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프라다 이야기≫ ≪내가 사랑한 엄마≫ ≪내가 사랑한 책≫ ≪내가 사랑한 고양이≫ ≪여자, 그림으로 읽기≫ ≪기술의 영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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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자랑스러웠다. 외로움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특권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든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신의 습관에 길들여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순한 사람이라도 결국 쉽게 깨지지 않는 두꺼운 껍질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면 함께하는 삶은 보잘것없어지고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소모적인 참호전이 일어난다. 양보나 타협은 모두 골칫거리가 되고 무엇이든 예민하게 받아들여 이런저런 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점점 더 서로의 거리는 멀어진다. 퀴리나 부인은 혼자서도 잘 지냈고, 그거면 충분했다. --- p.14

얼마 후 퀴리나 부인이 후작 사위에게 두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사위는 한술 더 떠서 마르크스가 했던 비유까지 들먹였다. 마르크스도 언젠가 자신의 책에서 땅 위로 단번에 올라오는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빈틈없이 굴을 파는 늙은 두더지를 혁명과 비교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정확히 제목이 ‘두더지’라 붙은 별책 부록까지 있었으니 마르크스가 두더지에 꽤 깊은 감명을 받았던 모양이다. ?43

두더지는 꼭 필요한 시간 동안만 어미 노릇을 하고 그만둔다. 가정을 꾸리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완벽한 전문가다. 강한 의지를 지닌 이 진정한 프로토 페미니스트는 주인에게 속박되기를 거부하고 사교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마다한다. 이것이 두더지의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걸까? 물론 고독이 두더지에게 형벌과 같은 것은 아니다. --- p.52

세상일이 그렇다. 끝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항상 창조주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결국 원초적인 문제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전쟁은 퀴리나 부인의 개인적인 불쾌함만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제 부인의 기분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왜 동물의 삶은 모두 포식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걸까? 왜 동물은 살생을 위한 지능을 발달시켰어야 했을까? 왜 포식자와 피식자가 있고,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가장 약한 벌레는 땅속에서조차 도망쳐 숨을 곳을 찾을 수 없는 걸까? --- p.72

두더지의 흙무덤들은 이제 밭의 생태에 중요한 부분이 돼 있었다. 결국 제비들까지 둥지 근처 여기저기에 계속 배설물을 뿌리고 다녀도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봄이 됐는데도 농약과 화학물 오염 때문에 개체 수가 격감해서 하늘을 나는 제비들이 너무 조금이라며 걱정했다. 점점 줄어드는 꿀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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