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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널 이별해

바람이 불어, 널 이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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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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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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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5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3840719
ISBN10 89338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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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어느 날 문득 애인과 밥을 먹다가 그의 쩝쩝거리는 소리를 참을 수 없어 이별통보를 했다는 선배에게 물었다. 그럼 그 버릇을 고치라고 하지 그랬어요? 정말 심플하고 건조하게 선배가 말했다. 사람은 안 변해. 그런데 처음엔 그게 신경이 안 쓰였어? 눈에 콩깍지가 쓰인 거지. 안보였어. 그가 그렇게 쩝쩝대며 밥을 먹는지 안보이더라. 참 이상하지? 몇 년을 만났는데 몰랐어. 그가 첨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사랑은 변하더라.
요즘 부쩍 그의 연락이 잦아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퇴근 즈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곧 출장이 있다며 한두 주 정도는 연락을 못할 것 같다는 일정을 보고하고 넉살좋은 질문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마치 그와 내가 연인이었던 그때처럼.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을 구석으로 몰아내고 불 꺼진 방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알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걸려오는 그의 전화를 무시하지도 끊어버리지도 않고 만나자고 하면 ‘왜 연락을 하지?’라고 의문을 품으면서도 화장과 옷차림에 신경을 쓰면서 나가는 나 자신이.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변할 수 있고, 관계가 지루해지거나, 어느 날 문득 그가 밥 먹는 모습에 짜증이 나서, 그의 튀어나온 뱃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이별을 결심하게 되기도 한다. 처음 사랑한 사람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절대자의 약이 나오지 않는 한 그런 일은 계속 될 거다. 현실에 눈 떠가면 조건이 좋아서, 직업이 좋아서 돈이 많아서 차가 좋아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테고. 안다. 나도 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헤어짐 이후의 시간만 지우면, 네 냉정한 뒷모습을 내게서 지우면. 우리 다시 시작 할 수 있을까?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D-14. 깨달음 - 사람은 변하지 않고, 사랑은 변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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