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육을 생각한다-스스로 묻고 함께 찾는 질문

특강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근래 십수년 전부터 교회 교육이나 가정교육의 문제와 대책을 언급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기독교교육’이란 말입니다. 즉, “기독교교육이 잘못돼 가고 있다”거나 “기독교적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는 등 ‘기독교’와 ‘교육’이 동등하게 나열되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얼핏 들어보면 단순한 문제로 보이지만 이것이 풍기는 뜻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어서 각자의 지식 범위나 경험의 다소, 유무에 따라 너무나 엄청난 스펙트럼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한마디로 딱 잘라 정의를 내리고 동의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기독교교육을 언급하면 자연스레 뒤따라 나오는 것이 바로 기독교학교입니다. 그런데 이 기독교학교란 용어의 정의도 사람에 따라, 아니면 상황에 따라 ‘기독대안학교, 기독교대안학교, 기독원안학교’ 등등 각기 달리 표현되고, 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동의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이것에 대한 정리는 임경근 저, 『기독교학교이야기』를 참조하시면 어느 정도의 의문은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교육과 기독교학교를 얘기하지만 어디에서부터 무슨 말머리를 꺼내며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왜일까요? 이 시대의 엄청난 교육 현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뭔가 화끈한 기독교교육의 비결이나 대단한 기독교학교 모델을 내세우면 모두 다 될 것으로 여기고 있을까요? 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가로지르는 화두가 되다시피 한 이념 문제, 동성애, 여성 혐오, 종북 사상 등의 혼란한 상태를 한방에 해결하고 보수 신앙의 전통을 계승할 최후의 보루로서 기독교교육 내지는 기독교학교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일까요?
첫 번째 강의시간에는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현상과 이에 대처하는 교회와 목회자와 교사, 학부모들의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기독교학교의 설립과 운영 전반을 짚어 가서 기독교교육의 기초를 다지며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는 절차와 과정을 통해 하나의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함께 답을 구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따라서 최근 유행처럼 일고 있는 기독교학교의 설립 추세를 살피는 한편 왜 기독교교육이 필요한지, 또 교육공동체를 이룬다는 뜻은 무엇인지, 공동체를 세우려면 누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추진을 하려면 팀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재정적인 부담과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할 사항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결론적으로 이러한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기독교학교를 세워야 하는지, 그러려면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추진할지 최종적인 점검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두 번째 강의시간은 기독교학교를 설립할 때,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기독교적인 가치, 기준을 설정해 진행해야 하지만 설립하는 과정은 물론 실제 운영하는 절차도 성경적인 원리에 얼마나 충실한지 살피려고 합니다. 이때 운영이라 함은 교육과정의 전개와 실제 학급의 운영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특강을 맡은 강사자의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논외로 합니다. 다만 실제 지난 십 여 년이 넘도록 기독교학교의 행정 업무를 맡아 진행하면서 겪었거나 시행하려고 했던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실행에 옮기는데 좋은 참고가 되도록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2강을 시작하면서 기독교학교의 설립준비 단계에서부터 성경적인 원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고려할 사항과 실제 준비해야 할 내용을 살펴봅니다. 이것은 기독교학교설립추진위원회 구성과정, 위원회 운영방법, 교직원 선발과 교육, 평가 과정, 학교설명회 준비 절차와 내용, 학생 선발의 기준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어서 학교를 운영하는 행정 부문에서 어떻게 하면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업무를 들어가면서 기독교학교의 행정 실무를 살펴봅니다.
세부 내용으로는 학교와 이사회와의 관계, 학교와 교회와의 관계, 학교철학과 공동체 도모, 기독교학교 운영의 세 가지 축, 학교운영위원회 운영방법, 교무와 행정의 관계, 교직원의 인사와 복지, 교직원교육과 근태관리, 학생 장학제도 활성화 대책, 납부금 징수관리방법, 학교 예산 수립 예시, 재정운용원칙, 후원주일 또는 후원을 위한 행사준비와 실행, 학부모교육, 학교 규정집 발간의 필요성 등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 째 강의시간은 위와 같이 기독교학교를 설립할 때부터 세워질 전통이란 무엇이어야 하고 이것을 어떻게 잘 이어갈 것인지를 과제로 삼아 마무리를 합니다.
이 강의의 전반적인 전개방식은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뭔가 심오한 이론과 주장을 제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강연자가 기독교학교 현장에서 실제 겪은 경험과 사례에 바탕을 두고서 기독교학교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이를 설립하고자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특별 강의를 진행하듯이, 친근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풀어보려고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몇 가지 사례를 들 수도 있었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제안 성격의 내용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각 단락의 끝에 {요약과 정리}난을 만들어 실무를 진행하는 체크포인트로 삼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느덧 전설이 되어버렸다는, 한국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말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한때 큰 점수 차이로 지는 수모를 당할 때,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붙이며 힐난할 때도 전혀 꿀림이 없이 당당하다가 드디어 승승장구하며 승리를 이어갈 때에도 거침없이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며 계속 승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던 분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기독교학교 생태계를 살펴보자면 기독교교육의 열매는 물론 세속적인 성공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현실에 꽉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성공에) 배고프다!”며 학교 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학습량을 요구하는 학부모와 교회 성도들의 모습은 과연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강연을 꼭 듣거나 보시면 좋겠다 싶은 분들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기독교학교를 세우고 싶은데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궁금해 하는 분, 자녀를 좋은 기독교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어느 학교를 어떤 기준으로 찾아야 할지를 몰라서 궁금해 하는 학부모, 지금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어딘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꼭 집어서 밝히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답답해하는 학부모, 기독 교사를 꿈꾸며 지금도 열심히 준비하는 예비교사, 지금도 기독교학교에 몸담고 있지만 더 좋은 학교, 더 바람직한 학교를 세워가야겠다고 다짐하는 기독교학교 교직원 모두입니다. 그래서 그 분들 모두에게 이 작은 시간이 “성공과 신앙의 완성”이라는 배부름을 채우지 못한 “고프다, 기독교학교”가 아니라 “세우고 싶은 학교, 보내고 싶은 학교, 다니고 싶은 학교”를 찾고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원합니다.
대충 눈치를 차리셨겠지만 이 강의의 진행방식은 강의 시간에 강연자가 청중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형식을 취해 봤습니다. 따라서 책의 제목도 여러 가지 검토하는 중 『기독교학교 가이드북』을 큰 제목으로 하고 작은 제목으로는 ‘특강- 설립과 운영의 실제’로 했습니다. 그리고 강의 도중에 중요하게 강조해야 할 부분은 굵은 글씨를 쓰고 밑줄을 쫙 쳤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슬슬 시작해 볼까요?

생애 두 번째 책을 펴내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이정만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