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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종말 1

모든 것의 종말 1

리뷰 총점9.1 리뷰 2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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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44g | 135*195*18mm
ISBN13 9788946420366
ISBN10 8946420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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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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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원경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존 스칼지의 『조이 이야기』, 『휴먼 디비전』을 비롯해, 파올로 바치갈루피의 『와인드업 걸』,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 『포스트 캡틴』, 『H.M.S. 서프라이즈 호』, 팀 세버린의 ‘바이킹’ 시리즈 『오딘의 후예』, 『의형제』, 『왕의 남자』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책도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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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말을 못 하죠?
내 질문에 음성이 대답했다.
“입도 없고 혀도 없어서 말을 못 한다.”
어째서요?
“우리가 그것들을 제거했으니까.”
한참 뒤에 나는 생각했다.
이해가 안 갑니다.
음성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가 그것들을 제거했다.”
입과 혀에 문제가 생겼나요? 내가 사고라도 당한 겁니까?
“아니. 그것들은 지극히 멀쩡했다. 사고 따위는 없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이해가 안 갑니다.
“우리는 너의 몸에서 뇌를 꺼냈다.”
돌이켜보면, 이 순간 내가 얼마나 어리둥절했는지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다. 나는 방금 들은 말에 대한 혼란과 불신을 표현하려고 기를 썼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고작 이것이었다.
뭔 개소리야.
음성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우리가 너의 몸에서 뇌를 꺼냈다.”
왜 그랬습니까?
“우리가 너에게 시킬 일에 몸뚱이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조금이라도 감이 잡히길 기다리며 수수께끼 같은 대화를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겁니까?
“우주선 조종이다.”

“충돌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챈들러 호의 조종사는 미친 발레를 추듯 전후좌우 상하로 우주선을 기동하면서 충돌을 모면했다. 두 우주선의 거리가 차츰 벌어졌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느렸다. 50플린트, 80플린트, 150플린트, 300플린트, 1츄, 3츄, 5츄. 이윽고 챈들러 호의 움직임이 안정되면서 오디암보 호에서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울이 모니터를 보고 고함을 질렀다.
“죽을 뻔했잖아! 죽을 뻔했다고! 그 우주선까지 폭발해 죄다 죽을 뻔했단 말이야, 이 망할 자식아!”
나는 아울을 보고 물었다.
“자네 괜찮나?”
“아뇨. 하마터면 똥을 지릴 뻔했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아울의 표정에는 엄청난 흥분이 서려 있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챈들러 호에 탄 자들은 모두 죽을 뻔했어요. 챈들러 호는 거대한 잔해 구름이 됐을 테고요. 제 평생 저런 놀라운 광경은 처음 봤습니다, 고문님. 아마 고문님도 저런 놀라운 광경은 난생처음 보셨을 겁니다.”
나도 인정해주었다.
“평생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묘기였네.”
“조종사가 누군지는 몰라도 저 망할 자식이 원하는 만큼 술을 사 줘야겠습니다.”

“그럴 줄 몰랐습니까? 고된 시련이 따를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까? 여러분이 하신 말씀은 그냥 해본 소리인가요? 아니면 여러분의 행위가 불러올 여파를 다른 사람들이 짊어질 거라고 믿었습니까? 여러분이 그들에게 주겠다고 주장하는 소위 독립이라는 것을 지키려고 이 행성 주민들을 강제로 무장시킬 생각입니까? 여러분을 지켜줄 개척연맹이 떠나고 외계 종족들이 이 행성을 차지하려고 들이닥치면 프랭클린 행성 주민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 겁니까? 그런 일이 벌어질 때 여러분은 어디 있을 생각입니까? 어째서 이 표결에 대해 책임져야 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까?
친애하는 프랭클린 행성 대의원 여러분. 이제 책임질 기회가 주어진 겁니다. 프랭클린 행성의 그 누구보다 먼저 여러분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기회 말입니다. 아무리 간절히 바란다 해도 이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 표결은 행성 전체로 생방송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숨을 수 없습니다. 양심껏 투표하십시오. 그러면 이 행성 주민들은 이제 여러분이 그들을 위해 정말로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나는 하리안토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덧붙였다.
“의장님부터 하시죠.”

“어떤 자들에게는 그때가 호시절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하트. 그때가 우리에게도 호시절이었잖아? 인류에게 말이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척연맹의 호시절이었지. 타 종족을 깡그리 죽여 몰아내고 그들의 땅을 차지하는 식으로 수세기 동안 건재했으니까. 사실 오늘날까지 인류의 모든 문명은 그런 방식으로 이룩되었지. 따라서 개척연맹이 붕괴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자들이 있는 건 당연해. 그때로 돌아가면 우리는 전보다 더 간악해질 거야.”
“안 그러면 우리가 죽을 테니까.”
“그건 그래. 달걀을 깨지 않고서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어. 하지만 달걀의 내용물을 프라이팬에 정확히 떨어뜨리는 것도 중요하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걸.”
“개척연맹의 붕괴는 인류의 생존 문제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뜻이야. 어쩌면 새로운 뭔가를 구상하기도 전에 인류가 멸종될 수도 있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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