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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 이상 없다

지금은 더 이상 없다

S&M 시리즈-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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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544g | 140*190*23mm
ISBN13 9788959758777
ISBN10 8959758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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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으로
터널이 워낙 자주 나와서 선글라스를 그냥 머리 위에 걸쳐두고 있다. 미터기는 시속 90킬로미터를 가리켰다. 편도 일차선 도로여서 제한속도는 그보다 20킬로미터나 낮았다. 속도광인 그녀가 만족할 만한 속도는 아니다. 모에는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면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느낌이 좋았다. 이유를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실로 우스꽝스러워지지만 어쨌든 가슴이 후련해졌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쾌감 같은 걸까.
--- p.10

“실은 예전 이야긴데……. 별장에서 사건이 일어났어요.”
“너희 별장에서?”
“아뇨. 저희 별장은 아니고요. 바로 옆 별장이요. 교수님께 말씀드리려고 몇 번인가 고민했는데, 좀처럼 타이밍이 안 맞아서…….”
“흐음……. 진중하군.”
“네. 실은 그게 말이죠.”
“살인사건인가?” 사이카와는 모에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한쪽 눈썹을 씰룩했다.
“아, 네……. 맞아요. 어떻게?”
“글쎄. 어떻게 알았을까.” 사이카와는 어깨를 으쓱했다.
--- p.22

그때, 그녀를 발견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들이켠다.
순백의 원피스에 작고 하얀 양산을 든 젊은 여자가 계곡 옆에 서 있었다.
샌들을 벗고 여울에 발을 담그고 있다. 뻔뻔하게도 내 시선은 가장 먼저 그녀의 다리로 향했다. 점차 위로 올라가자 가늘고 핏기 없는 팔. 가냘픈 어깨. 나를 발견하고 살짝 위로 올라간 눈동자가 보인다.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는 정도고, 앞머리가 살짝 닿는 눈매가 실로 또렷해 더없이 인상적이다.
--- p.32

“부탁해도 될까요? 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성의 의지…… 같은 겁니까?”
“여성은 빼셔도 돼요.”
“네?”
“아, 죄송해요. 말씀하신 대로…… 네, 맞아요. 이건 의지예요. 하지만 의지에 남녀 구분은 없답니다.”
--- p.36

당신은 가을 산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아름답게 물든 낙엽이 우리가 가는 길을 융단처럼 장식한다. 그 낙엽 한 장 한 장을 집어 뒷면을 들여다본다 해서 얻는 게 뭘까?
아름다운 것에는 이유가 없는 것처럼 우리를 매혹하는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없다.
왜 매력이 느껴질까. 그 이유를 떠올려선 안 된다.
떠올리는 순간 그것은 사라져버린다.
그저 아름다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다.
---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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