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공자의 말씀과 그 제자들의 대화록을 중심으로 한 책으로서, ‘정치학원론’ 혹은 ‘경영학원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세와 경영에 관한 말씀이 많이 들어가 있다. 당시에는 정치가 나라의 모든 일을 해결하던 시대였으므로 그 적용범위가 정치나 가정 일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업경영을 위시한 경제활동의 비중이 사회에서 엄청나게 커졌으므로, 기업경영의 덕목으로도 매우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는 말씀이 많다고 생각한다.
'맺음말' --- pp.235-236
공을 부하에게 돌린다고 해서 그 공이 모두 부하에게 돌아가고, 과는 모두 지도자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조직을 유지하는 데 지도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도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무릇 지도자란 어려운 일은 먼저 하되 그 보상은 애절하게 바라지 않는 자세에서 리더십의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덕장 밑에 약졸 없는 것이 이치다.
'착한 일을 남에게 자랑하지 않고, 힘든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 p.18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조직에서는 자칫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처벌을 면하는 데 급급할 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의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그 처벌이 내 잘못에 비해 가혹하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잘못은 너그럽게 용서하고 잘못을 거울삼아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때 회사는 개인의 잘못을 단순한 손실이나 비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험과 데이터로 생각하며 무형자산이라 여길 필요가 있다. 실패도 훌륭한 자산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린다' --- pp.51-52
회의의 진행자나 윗사람은 자신이 풍부한 정보를 가졌어도 묵묵히 아랫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언로가 열린 채 활발한 의견교환이 가능해져, 마치 새벽 어시장의 활기를 보듯 좋은 발상이 튀어나오고 활기 띠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일단은 꾹 참고 모든 발표자들이 각자의 발표를 끝내게 한 다음, 개별질문을 통해 메모해두었던 의문점을 하나씩 해소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의견을 피력해가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나는 이런 회의진행 방법을 40여 년간 고수하면서 열띤 보고와 토론 끝에 더 좋은 결론을 끌어내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
'유능하면서도 무능한 사람에게 묻고, 많이 알면서도 적게 들어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 --- pp.72-73
기업에는 재주가 많은 사람, 행동이 민첩한 사람, 용기가 있는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기타 특징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이 가운데 한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 즉 리더에는 어떤 타입이 가장 적합할까?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성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비록 겉으로 보기에 둔하고 어리석더라도 다른 어떤 타입의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시는 어리석고, 삼은 둔하고, 사는 형식적이고, 유는 거칠다' --- pp.102-103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원리가 회사만큼 잘 들어맞는 곳도 없다. 자신의 실수를 숨기려고 내뱉은 작은 거짓말이 들통 날까 두려워 다른 거짓말을 계속 하게 되고, 결국 나중에는 수습하기 힘든 지경에까지 다다르며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처음부터 정직하게 출발하면 어떠한 잘못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끝내 작은 거짓말 하나로 커다란 화를 불러올 수 있다. 발각되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 다행히 화를 면하고 있는 잠정적인 상태일 뿐이다.
'정직하지 않게 사는 것은 요행히 화를 면하고 있는 것과 같다' --- pp.128-129
“여러분 중에서 저와 함께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에 만족해온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실력이나 재능의 덕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다만 지금의 지위나 처지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대표이사인 제가 제대로 그 실력을 평가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잘 챙겨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모두 제 잘못 때문이었으니 용서하시고 이 시간 이후 모두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 내가 코오롱건설을 떠나 코오롱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24년간 함께했던 임직원들에게 건넨 작별인사였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임직원들을 더 챙겨주지 못한 내 잘못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는 두텁게 추궁하고, 남에게는 엷게 책임을 묻는다' --- pp.131-132
천하를 다스려야 하는 임금이 그 많은 일을 모두 잘 알 수는 없었을 것이므로 이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선발해서 그들로 하여금 책임정치를 할 수 있게 철저한 위임정치를 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CEO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선발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줌으로써 소기의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위임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분업의 원리를 수직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상하 간의 역할 분담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 pp.181-182
내가 성공하고 싶거든 먼저 아랫사람의 성공을 도와주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만약 리더가 아랫사람의 급부상을 두려워하며 후계자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라면 조직에서 일찌감치 퇴출되어야 한다. 아랫사람의 성장으로 내 자리가 위태롭다니, 이미 그 리더는 더 이상 그 조직에 남아있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리더에게는 아랫사람의 성장을 도와주고, 그가 내 자리를 맡아 일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보유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그를 지도할 의무가 있다.
'인자는 자기가 서고 싶을 때 남부터 먼저 세우며, 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남을 먼저 달성하게 한 후에야 자기가 달성한다' --- pp.188-189
흔히 오랜 기간 같이 근무한 내부인재들보다는 미지의 외부인재들이 더 돋보일 수도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사람심리 때문일까.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유심히 바라보면, 우리 기업의 사풍과 문화를 정확히 알면서도 일을 척척 처리해나가는 내부인재가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을 최대한 발굴하여 활용하면서, 이후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초빙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라 하겠다.
'가까운 곳 사람들은 기뻐 따르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해야 한다'
--- pp.229-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