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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루야 살레브 저 / 서유정 역 | 푸른숲 | 2003년 01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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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448g | 153*210*20mm
ISBN13 9788971843697
ISBN10 897184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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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서유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및 동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독일 본대학에서 독문학 석사를 마쳤고, 현재는 독일 여성 작가들의 유년 시절의 기억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역서로 『사로잡힌 영혼』(공역, 2002)이 있다.
저자 : 체루야 살레브 Zeruya Shalev
1959년 이스라엘의 키네레트 키부츠에서 태어났다. 성서학을 전공하고 현재 예루살렘에서 작가로, 동시에 명문 케세트 출판사의 문학담당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1993년 장편소설 < Dancing, Standing Still >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살레브는 1997년 두번째 장편소설 < Love Life >를 통해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이스라엘 출판인협회에서 선정하는 골든북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17개국에서 번역 출판돼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으면서 살레브는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외의 작품으로 어린이 책 < Mama's Best Boy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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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삼촌은 어머니에게, 나는 진짜 예쁘긴 하지만, 그건 좋은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대체 왜 아닌데? 어머니가 물었다. 그러자 삼촌이 대답했다. 그건 쟤 외숙모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에요. 자기 속에만 들어 있고, 아무에게도 기쁨을 주지 않는 그런 아름다움이요, 마땅히 기쁘게 해줘야 할 사람에게조차 한 번도 주지 않지요.
---pp 110~111
이 사람과 살면 얼마나 편할까. 그가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가 갑자기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끊임없는 긴장감을 참아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세상 모든 여자들보다 우월할 것이다.
---pp 146~
그가 나를 사랑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더 그가 미웠다. 나 자신도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마치 요니가 나를 계획적으로 속인 것 같았다. 그런데 가장 절망스러웠던 것은 이런 것을 그에게는 말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그건 아주 우습게 들리는 일이었다. 그를 미워하기도 하고, 나를 미워하기도 하다가, 여차하면 우리 둘을 다 미워했다. 그가 살았던 집 뒤로는 아주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내가 함께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던진 질문을 그에게도 했다. 전에는 내 혀에서 타올랐지만 지금은 진부하고 미지근해진 질문. 나를 늘 변함없이 사랑할 테야? 그런데 그에게서 응, 이라는 대답이 너무도 쉽게 나와서, 아니, 라는 대답만큼이나 실망스러웠다. 우리에게는 늘 바위 위에 앉아서 훌쩍이며 눈물을 삼키던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는 길을 잃었다. 우리 둘 다. 빨간 하늘 아래 하얀 바위 사이에 앉아 있는 고아가 된 쌍둥이처럼, 무리를 놓쳐버린 양 두 마리. 나는 내내, 어떻게 다시 정상적인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pp 146~
너한텐 처음이었지, 안 그래? 그래요, 아저씨는요?

그는 늘 그렇듯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떻게 그렇겠니? 한창 때를 파리에서만 보냈는데, 나는 다 해봤어, 다, 그래서 나한테도 그렇게 힘든 거야.

힘들다구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그래, 나한테는 이제 모든 게 다 지루해. 이게 너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건 잘못 생각하는 거야. 이건 극복하기 힘든 일반적인 권태야. 매번 강한 자극이 필요하지, 그런데 결국 그것도 효과가 없어지지. 단순히 하는 섹스, 남자, 여자, 들아가고, 나오고 하는 그런 섹스는 나한테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체조하는 것보다도 재미가 없어.

기교적이 면에서는 맞는 말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감정의 문제는요? 아저씨가 관심 있는 여자랑 섹스할 때는 분명 다를 거 아녜요? 그런 섹스는 분명 아저씨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거 아녜요, 안 그래요? 대화와 같은 거잖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왜 너는 내가 대화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니? 그가 투덜거렸다. 내가 섹스에 대해서 말한 것은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야. 자극은 점점 더 강한 걸 원하지, 감정? 그런 거 이젠 몰라, 살아갈수록 인간은 더 동물적인 되든가, 애 같아지든가 둘 중의 하나지, 여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욕구야.

나는 갑자기 실망스러웠다. 마치 무슨 독약을 삼키고 아무리 후회해도 이제는 몸에서 빼낼 수 없게 된 것처럼 완전히 결정타를 날린 실망감이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 삶을 망가뜨렸고, 그는 지루함에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의 곱상한 손을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나를 위로했다. 너 내가 아까 거기서 샤울과 있는 너를 보았을 때 처음으로 너를 제대로 본 거 알아? 처음으로 너에게 끌리는 나를 느꼈어. 네 위에서 그가 내뱉는 신음 소리가 내게 전해졌어.

하지만 이 말은 나를 더 실망시킬 뿐이었다. 그래서 어쩔 건데요? 아무것도 없어, 왜 뭘 꼭 해야 하니? 하지만 전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그러자 그가 다시 물었다. 왜 나를 사랑하는 거지? 나의 무엇을 사랑하는데?

매번 내 눈에 자기가 얼마나 굉장해 보이는지 다시 듣고 싶어하는 그의 욕구가 거부감을 일으켰다. 게다가 그것이 이미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또다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자기중심적이고, 사려가 없고, 유치하고, 오만하고,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말은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나의 어떤 점을 사랑하는 거지? 그가 다시 물었다. 정말로 그게 알고 싶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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