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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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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62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1091914
ISBN10 890109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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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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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유정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올로니 칼리지와 얼바인 캘리 칼리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였으며, 지금은 전문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talk talk 철학 토크쇼』『미싱로즈』『원더풀』『힐러리의 선택』『20세기 컬렉션 디자인』『이스터 섬의 수수께끼』『미국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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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실 문을 닫은 그는 입술을 양쪽으로 단단하게 늘리고서 그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이런 자신의 표정에 사랑과 유머, 연민이 가득 담겨 있기를 바랐다. 즉, 몸을 숙여 아내에게 키스를 한 뒤 이렇게 말할 참이었다. “있잖아, 당신 멋졌어.” 그러나 아내의 어깨가 아주 미묘하게 움츠러드는 것을 눈치 채고는 그녀가 만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두 손을 어찌해야 좋을지 어정쩡해졌다. “당신 멋졌어”라는 말을 하는 게 전적으로 옳지 않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런 말은 아량을 베푸는 태도 같거나 기껏해야 순진하고 감상적으로 보일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표 나게 진지한 말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글쎄.” 그래서 대신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안 그래?” 그러고는 쾌활하게 담배 한 개비를 입술에 갖다대고 찰칵! 소리 나는 지포 라이터를 과시하듯 휘두르며 불을 붙였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찌르고서 구두를 내려다보며 구두 안에 갇혀서 피곤한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결국 “당신 멋졌어”라는 말이 더 나았던 것일까? 이제는 자신이 뱉은 말만 빼면 그 어떤 말을 했어도 더 나았으리라는 기분이 들었다. --- pp.30~31

“아, 저 집은 아주 훌륭해요.” 기빙스 부인이 소리쳤다. 그리고 차고 진입로로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려고 차에서 내렸을 때는 기빙스 부인의 웃음소리가 아부 섞인 칭찬에 스며들어 따뜻한 보금자리처럼 그들을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이 소곤소곤 의논하면서 아무 치장도 장식도 없는 집안의 마룻바닥을 걷고 있는 동안 기빙스 부인은 그들 근처를 맴돌면서 안심시키고 보호해 주었다. 이 집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의 소파는 여기에 놓고 큼직한 탁자는 저기에 두면 되리라. 그들이 가진 책들로 견고한 벽을 세우면 거실 전망창의 저주 같은 건 떨쳐버릴 수 있으리라. 가구를 드문드문 솜씨 좋게 배치하면 거실이 지나치게 규격화된 교외 주택가의 모습을 중화시켜주리라.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니, 바로 이 집의 균형 잡인 모습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처럼 마음을 끌어당겼다. 문손잡이들의 촉감과 가벼운 무게를 즐기며 그들은 이곳을 보금자리로 느끼는 환상에 젖을 수 있었다. 이 집은 분명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점점 부담스럽게 쌓여가고 있는 그들 삶의 무질서가 어쩌면 제대로 분류, 정리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방들에 꼭 맞게, 이 나무들 사이에서 삶이 잘 정돈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이처럼 넓고 밝고 깨끗하고 조용한 집에 살면서 두려워할 사람이 있을까? --- pp.52~53

“안녕!” 그들은 서로서로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 “안녕!…….”
기쁨을 실은 이 한마디가 몰려드는 땅거미 사이로 날아올라 휠러 부부가 사는 집 부엌문 어귀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이것은 저녁의 오락 시간을 알리는 전통적인 인사말이었다. 거실에 들어오면 우선 술을 홀짝였다. 술잔 테두리의 언 부분에 입술이 닿으면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는 서로를 칭찬하고 독려하는 순간을 위해 가깝게 당겨 앉았다. 그다음에는 절제된 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들 다양한 자세로 풀어지는 것이다.
밀리 캠벨은 신고 있는 구두를 벗어버리고는 꿈틀거리며 소파 쿠션 깊숙이 몸을 감추었다. 발목은 엉덩이 아래에 가지런히 놓였고 한껏 고양된 얼굴은 싹싹하고 흥겨운 미소로 주름이 잡혔다.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여자는 아닐지라도 귀엽고 재바르며 함께하면 재미도 있을 그런 얼굴이었다.
그녀 곁에서 프랭크는 소파에 등을 대고 목덜미까지 미끄러지듯 내려가 얼굴을 두 다리 사이에 파묻었다. 눈은 이미 대화를 시작하려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얇은 입술이 벌써 위트 있게 돌돌 말렸다.
건장하고 기댈 만하며 꾸준히 이 모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셰프는 살집 좋은 무릎을 쫙 벌리고 억센 손가락으로 매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목구멍에서 폭소가 자유롭게 터져 나오도록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은 에이프릴은 무심한 듯 우아한 몸짓으로 캔버스 의자에 단정히 앉았다.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히고는 담배 연기를 슬프고 귀족적인 소용돌이 모양으로 만들어 천장으로 불었다. 다들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 pp.91~92

그는 그대로 깨어 있는 것이 쉽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담요를 두 겹으로 덮고서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는 기쁨을 위해서라면, 달빛 아래 브랜디를 홀짝거리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오르내리는 소리를 듣는 거라면. 연극적인 억양이든 아니든 사랑의 분위기를 담을 때 그녀의 음성은 늘 어여쁘게 들렸다. 결국, 그는 조금 주저하면서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계획, 그녀의 슬픔과 하루 종일 그를 향해 있던 그리움, 그를 향한 사랑에서 잉태된 그 아이디어란 가을에 유럽으로 ‘영원히’ 떠나기 위한 세세하고도 새로운 계획이었다. 그들이 가진 돈이 얼마나 되는지 그는 알았을까? 그들의 저축액, 집과 자동차를 팔면 생길 돈과 지금부터 9월까지 저축할 수 있는 돈을 다 합하면 여섯 달은 충분히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정착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때까지 여섯 달씩이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가 좋아한다면 ― 이게 가장 멋진 부분이에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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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예이츠를 능가할 만큼 통렬한 감성을 표현해낸 작가는 일찍이 없었다. 그래서 1950년대 불운한 중산층의 인간관계를 충실하고 온전하게 담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읽고 나면 모든 것들이 시들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타임즈
우리 시대의 《위대한 개츠비》. 우리 세대 작가의 작품 가운데 으뜸!
커트 본거트 (소설가)
존 업다이크의 「토끼」 시리즈처럼 뛰어난 뉘앙스와 피츠제럴드의 작품만큼 슬픔을 간직한 책이다.
닉 혼비 (소설가)
존 치버가 교외 주택가의 삶에서 보다 시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를 끌어냈다면 예이츠는 보다 많은 절망을 끌어낸다. 선진국일수록 점점 더 교외 주택가가 주거 공간일 뿐 아니라 영혼이 머무는 자리가 되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이 소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줄리언 반즈 (소설가)
리처드 예이츠는 전후 미국의 최상급 소설가로 꼽힌다. 그는 동시대 작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썼다. 독자들이 그것을 발견해낼 정도로 운이 좋다면 그의 작품은 지속적으로 기쁨을 안겨준다.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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