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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씨의 맛

사과씨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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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65g | 130*190*30mm
ISBN13 9788983006295
ISBN10 898300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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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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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조경수
연세대 독문과와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걸작인간』, 『거짓말의 딜레마』, 『사랑하는 능력』, 『마음의 전략』, 『어느 멋진 날』, 『이런 남자 정말 곤란해』,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나쁜 여자 보고서』,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우리 시대의 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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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죽자 울면서 정원으로 뛰쳐나갔던 동생 베르타는, 언니의 그르렁거리던 마지막 숨으로 인해 붉은 커런트 열매가 모조리 하얗게 변해버린 것을 목격했다. 커다란 정원에 오래된 수많은 커런트들이 무거운 열매들을 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그 후로 외가 정원에 있는 커런트에선 검은 열매와 흰 열매만 났다. 애써 붉은 커런트를 심어봤자 소용없었다. 나무에선 계속 흰 열매만 맺혔다. --- pp.9~10

잉가는 아기 때부터 자신을 쓰다듬는 사람을 감전시켰다. 충격은 미미했으나 불꽃이 튀었다. 특히 밤마다 잉가에게 젖을 먹여야 했던 베르타는 아기가 젖을 빨기 직전 거의 깨물린 것 같은 전기 충격을 느꼈다. 베르타는 아무하고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큰딸 크리스타와도. 당시 두 살이던 크리스타는 동생을 만질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 pp.53~54

베르타는 사과의 불룩한 몸통 부분을 먼저 다 돌려 먹은 후 조심스럽게 아래 꽃받침 주위를 먹고 나서 꼭지 주위를 먹었고, 씨가 있는 속심은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던져버렸다. 안나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아래서부터 위로, 전부 다 먹었다. 씨는 몇 시간씩 씹어 먹었다. 베르타가 씨에는 독성이 있다고 야단하면 안나는 씨에서 마르치판 과자 맛이 난다고 대꾸할 뿐이었다. 안나는 꼭지만 뱉어냈다. --- p.78

계단은 덩굴장미로 뒤덮여 있었다. 현관문이 열려 있을 땐 꽃향기에 복도에서 나온 돌 냄새가 섞였다. 이 계단은 위에도, 아래에도, 안에도, 밖에도 속해 있지 않다. 두 세계 사이의 이행을 부드럽고도 확실하게 준비해주는 존재다. 아마도 그래서 십대 때는 자주 이런 계단에 쪼그리고 앉는지 모른다. (…) 십대는 중간 공간에 갇혀 떠날 때를 기다리는 존재이다. --- pp.122~123

진실을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 속엔 저승의 강 레테가 은밀히 흐르고 있다. 그 강물을 마시는 자는 자신의 죽은 육체의 껍데기를 벗어놨듯 기억을 내려놓고 저승에서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까 진실은 망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망각이 없는 곳에서 진실을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실은 기억의 갈라진 틈과 구멍들 속에 숨어 있기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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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과 씨의 맛’은 즐거움이다!
마르틴 발저
몇 페이지 만에 반하고 마는 가족 전설.
함부르거 모르겐 포스트
너무 늦게 깨달은 사랑과 질투, 죽음에 관한 이야기.
타게스 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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