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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불선 인생관

유불선 인생관

: 도(道) 닦고 덕(德)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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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63쪽 | 694g | 188*254*30mm
ISBN13 9788975987151
ISBN10 897598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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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지수
전북 부안 곰소 출생, 서울대 법대(중국문학 부전공) 졸업, 國立臺灣大學 法律學硏究所 3년간 遊學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전통 중국법의 情理法), 2001년부터 국립 전남대 법대에 재직 중. 수십 편의 전공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번역서로 '화두 놓고 염불하세(印光大師嘉言錄)' (불광출판부, 2000년), '운명을 뛰어 넘는 길(了凡四訓)' (불광출판부, 2000년), '절옥귀감(折獄龜鑑)' (소명출판, 2001년), '불가록(不可錄)' (전남대학교출판부, 2002년), '의심 끊고 염불하세' (불광출판부, 2005년) 등이 있고, 저서로 '中國의 婚姻法과 繼承法' (전남대학교출판부, 2003년), '傳統 中國法의 精神' (전남대학교출판부, 2005년 : 2006년 文光部 추천 우수학술도서) '전통법과 광주반정' (전남대학교출판부, 2006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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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입명지학(立命之學) : 운명을 세우는 학문
- 요순 성현 따로 있나, 내 인생은 나의 것! -

논어에 “서른에 선다”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 나오죠. 立命이란 입대지발홍원(立大志發弘願: 큰 뜻을 세우고 넓은 원을 발하다), Boys be ambitious!(젊은이여 大望을 품어라) 등과 같은 뜻으로, 자기 운명을 세우는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운명은 자기가 창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나의 운명은 나로부터 말미암지, 하늘로부터 비롯하지 않는다(我命由我不由天)는 격언도 있습니다. 선진시대 묵자에는 숙명론을 비판하는 비명(非命)편이 있고, 순자에는 관상을 비판하는 비상(非相)편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맥락의 내용입니다.

余童年喪父, 老母命棄擧業學醫, 謂可以養生, 可以濟人, 且習一藝以成名, 爾父夙心也.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노모가 과거시험공부를 버리고 의술을 배우라고 명했다. 의술이라는 것은 생명을 보양할 수 있고 남을 구제할 수 있으며, 또한 기예를 익힘으로 명성을 이룰 수도 있는데, 이것이 네 아버지의 숙원이다.】 余자는 ‘나 여’자고, 이 夙자는 하숙·기숙할 때의 ‘잠잘 宿’과 같은 의미로 통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숙심(夙心), 숙원(宿願)이 뭐냐,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나깨나 묵혀 놓은 것입니다. 이 사람 집안이 요범의 고조부인 원기산(袁杞山)이 명나라 성조 영락제가 조카 건문제로부터 황제의 자리를 빼앗은 정난의 변에서 황자징(黃子澄)을 따라 적통(嫡統)의 편을 들었다가 졌지요. 지니까 완전히 반역으로 몰살당하고, 일부는 숨어살다가 과거벼슬도 못하고 그랬더라. 그후 세월이 오래 지나서 조그만 벼슬이라도 하려는데, 이 어머니는 집안내력을 아니까, ‘너 어차피 공부해 봤자, 빨간 줄 그어 있기 때문에 안된다. 의술은 전문기술이니까 밥이나 먹고 살아라. 그리고 의술 배우다 보면 사람도 살리고 좋은 일 할 수 있으니까’ 라고 어머니가 명한 거라. 어린애들은 왜 그런지 모르지요. 우리도 전에 그랬지요. 6·25때 부용한 사람들이나 여순반란이나 제주 4·3사건 등에 연루된 집안은, 부모들이 알고 자식에게 ‘너 고시하지 마라. 고시해 봤자 뻔하다’라고 종용했다고요. 그때는 연좌제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요. 그렇지만 어린애들은 멋모르고 나 청운의 뜻을 품고 할려고 하는데 왜 하면 안되냐고 우기면서 어른들 마음을 모르지요.

後余在慈雲寺, 遇一老者, 修髥偉貌, 飄飄若仙, 余敬禮之.

【그후 내가 자운사에 있을 때 한 노인을 만났는데, 긴 수염과 위품 있는 모습에 표표히 사뿐히 나는 신선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그에게 공경스럽게 예를 행하였다.】 修는 脩와 통하는 글자로 길 長의 의미고, 飄(표)는 옷자락이 바람에 가벼이 나부끼는 모습입니다.

語余曰, 子仕路中人也, 明年卽進學, 何不讀書? 余告以故, 竝叩老者姓氏里居.

【(그 노인이) 나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벼슬길을 갈 사람으로서, 내년이면 學宮(현립학교)에 진학할텐데 어찌 책을 읽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내가 그 까닭을 말씀드리고, 아울러 노인에게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성과 사는 마을을 여쭈었다.】 進學이란 학교에 들어감을 뜻하는데,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현고(縣考)·부고(府考)·제학고(提學考)의 세 단계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과거에 합격한 것이나 진배없는 셈인데, 우리로 말하면 국립·도립학교 규모 수준입니다. 이런 학교에 입학한다는 거 자체가 상당히 사회적 신분상승의 보장이 되지요. 마치 지금 우리가 서울대학교에 입학만 하면 장래는 거의 보장되는 걸로 여기는 것과 비슷한데, 그 당시가 더욱 확고부동했지요. 叩는 이마를 땅바닥에 대는 고두(叩頭)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공경히 여쭌다는 의미죠.

曰 : 吾姓孔, 雲南人也. 得邵子皇極數正傳, 數該傳汝. 余引之歸, 告母. 母曰 : 善待之. 試其數, 纖悉皆驗.

【노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성이 공씨고 운남사람이다. 소옹의 황극경세서라는 책의 수리(상수)에 관한 정통을 전수 받았는데, 그 수를 다시 너에게 마땅히 전해 주어야겠다. 그래서 내가 그를 인도해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고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분을 잘 대접해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수, 역의 이치, 도가 얼마나 되는지 시험을 해 보니,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영험하였다.】 邵子는 소옹(邵雍)으로, 그 유명한 소강절(康節)을 가리키는데, 자(字)는 요부(堯夫)고, 옛날 판소리나 시조 등에서도 가끔 나와요. 주돈이와 더불어 북송 시대 역학(易學)의 대가죠. 우리가 이 책을 읽는 것은 한문공부가 주목적이 아니고, 이걸 통해서 한문공부도 할 겸, 도를 어떻게 닦고 공덕을 어떻게 쌓는가, 이 법문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이 글로 한문 공부하는 것도 대단합니다.

余遂啓讀書之念, 謀之表兄沈稱, 言 : 郁海谷先生, 在沈友夫家開館, 我送汝寄學甚便. 余遂禮郁爲師.

【나는 곧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심칭이라는 외사촌형과 더불어 그 생각을 상의했다. 외사촌형이 말하기를 욱해곡 선생이 심우부라는 사람 집에서 사설 학관을 열었으니,】 內가 안쪽 본가이고 外가 바깥쪽 외가인데 중국사람은 표(表)라고 해요. 욱씨로는 중국 근대에 유명한 욱달부가 있죠. 해곡은 호나 자가 될 거요. 왜냐하면 옛사람들은 본명을 ‘휘(諱)’로 꺼리기 때문에 호나 자를 많이 쓰는데, 이 글의 저자도 원황이라고 하지 않고 요범이라고 하잖아요. 성인이나 군주·부모·조상·스승은 물론 일반 웃어른의 이름은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이 옛날의 예법입니다. 예컨대, 나 같은 경우에 김지수인데, 호가 연정이라면 여러분들이 남한테 김지수선생이라고 하지 않고 연정선생이라고 하는 식이죠. 물론 현대 우리나라에서 호를 쓰는 상황이 많지는 않지만, 우리 천인대동서당(天人大同書堂) 안에서는 서로 호로 불러요. 이름은 안 부르기 때문에 속명을 다 잊어버릴 정도입니다. 開館이란 사설 학관을 여는 것인데, 과거에 서당 또는 사숙(私塾)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서당이 다시 제법 부흥하는 분위기인데, 나도 얼마 전부터 천인대동서당을 계획했다가, 근래(1995년)에 창립했습니다. 그래서 논어·노자와 함께 이 요범사훈 강의도 하는 것입니다.
【내(외사촌 형)가 너를 그 곳에 보내 함께 학문을 배우도록 하기가 매우 편하다. 그래서 나는 욱선생에게 예를 행하고 스승으로 모셨다.】 기학(寄學)이란 남들 공부하는데 함께 끼어서 배우는 걸로, 옛날 학관에 기숙하며 공부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학교에도 기숙사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지요. 寄를 ‘빌붙다’는 나쁜 의미로 쓰면 기생충·기생식물이 있지요. 과거에 창녀를 기생이라고 불렀는데, 지금도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할 때 기생충이라고 하지만, 그런 얘기는 절대 안 들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사실은 논어 수강생들한테 끼어 가지고 기학하는 거니까, 그런 줄 알고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이건 좋은 의미에서 하는 거니까, 여기 寄자 좋은 의미로 나왔잖아요. 우리가 공부하고 도 닦는 게 뭐냐, 마음 바르게 하고 공덕 쌓고 수양하기 위해서 하는 거요. 딴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 다음 공부는 뭐냐, 나중에 이걸 남한테 자비의 마음으로 펴고 실천하는 거예요.
옛날 공부할 때는 스승에 대한 예의가 깍듯했습니다. “하루를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면 평생 아버지로 섬긴다.(一日爲師, 終身爲父.)”는 격언도 전해옵니다. 여러분도 일단 논어·노자 강의에서 나한테 예를 올리고 강사로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러분들 나한테 무슨 예 올렸습니까? 예는 꼭 돈으로 올려야 하는 게 아니에요. 이 예가 뭐냐, 내가 강의개설 때마다 참가자격요건으로 강조하는 정심(正心)·성심(誠心)·항심(恒心)·내심(耐心)의 사심(四心)이에요. 그 마음만 가지고 오면 내가 다 받아 주잖아요.

孔爲余起數 : 縣考童生, 當十四名; 府考七十一名, 提學考第九名. 明年赴考, 三處名數皆合.

【공선생이 나를 위하여 수를 뽑아 보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현에서 동생고시에 14등으로 합격하고, 부에서의 시험에 71등으로 합격하며, 제학고에서는 9등을 할 것이다. 그 다음해 시험을 쳤는데, 세 시험의 등수가 모두 일러준 대로 똑같이 맞았다.】 赴는 나아간다는 의미인데, 부고(赴考)는 지금의 응시(應試)라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고시하면 고등고시만 考로 생각하지만, 원래는 입학시험도 고시고, 시험은 다 고시예요. 부(府)는 성(省)하고 동격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도인데, 부고(赴考)는 省에서 주관하는 시험이죠.

復爲卜終身休咎, 言 : 某年考第幾名, 某年當補稟, 某年當貢.

【다시 평생동안의 길흉을 다 점쳐 보고 말하기를, 모년에 시험 보면 몇등이고,】 卜(복)은 본래 거북이 등뼈가죽이나 소의 대퇴 뼈에 구멍을 뚫고 불로 구워 갈라진 균열을 보고 점치는 것이에요. 점(占)은 역(易)에서 산(算)가지를 뽑아가지고 하는 거고. 卜자가 구멍 하나 뚫어서 구웠는데 갈라지더라, 그게 卜자지요. 休는 아름다울 휴고, 咎는 허물·때 구자로서, 休咎는 길흉의 의미예요.
【모년에는 과거응시생의 신분자격을 점검하여 보증하는 름생의 후보에 끼고,】 결원은 성적순으로 보충하지요? 稟은 본디 ‘품’으로 읽어 ‘곡식을 하사함’, ‘받잡음(受)’, ‘공경’의 뜻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름’으로 읽어 ?이나 ?과 통용하는 글자입니다. 稟은 작은 곡간이고, 큰 것은 倉이에요. 과거에는 국가재정의 주가 현물곡식인 까닭에 國庫라고 하는데, 관리들에게 봉급을 곡식으로 주었어요. 름생(?生)은 그러한 의미에서 유래한 관직 명칭으로서 매월 봉급을 받는 생원(生員)의 한 등급인데, 동생(童生)이 학궁(學宮)에 들어간 뒤 3년 안에 세고(歲考)과 과고(科考)의 두 시험을 치러 성적이 좋은 자만 름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름생은 정원이 있어, 결원이 생길 때에 최고성적부터 차례로 충원이 되는 거였습니다.
【모년에 공생(貢生)이 되고】 지방에서 수령이 관리의 평점을 매겨서 중앙(황제)에다 천거를 하는데, 그걸 공거(貢擧)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천거라고 하는 때가 있고, 공거라고 하는 때가 있는데, 공은 지방의 특산물(貢物)을 바치는 것을 말하고 擧는 추천한다는 말이죠. 공생이란 府·州·縣의 지방학관의 생원이 성적이 우수하여 중앙(京師)의 국자감에 들어가 공부하는 자인데, 황제에게 바친 인재라는 뜻입니다.

貢後某年, 當選四川一大尹, 在任三年半, 卽宜告歸. 五十三歲八月十四日丑時, 當終於正寢, 惜無子. 余備錄而謹記之.

【공거에 뽑힌 뒤 모년에는 사천성의 대윤이 될 것이고, 대윤에 재임한 지 3년반이 지나면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53세 팔월 십사일 축시 거실에서 운명할 것인데, 아깝게도 자식이 없겠다고 하였다. 나는 그것을 잃어버릴까 염려하여 기록해 두고 마음속에 늘 기억했다.】 대윤(大尹)은 지방관청의 장관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知縣(현감)으로서 체계상으로는 우리의 군수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지사와 같은 규모입니다. 정침은 지금으로 말하면 거실입니다. 옛날에 첩(妾)을 소실(小室)이라고 하고 본부인(妻)을 정실(正室)이라고 부른 것도 바로 이러한 의미인데, 거실에서 죽는 것을 선종(善終)이라고 해요. 밖에서 횡사 않고 정침에서 죽는 것도 큰 복 중의 하나로 여기지요.

自此以後, 凡遇考校, 其名數先後, 皆不出孔公所懸定者. 獨算余食?米九十一石五斗當出貢 ; 及食米七十一石, 屠宗師卽批準補貢, 余竊疑之.

【그때 이후로는 무릇 시험을 만날 때는 그 등수나 선후가 공(孔)선생이 미리 뽑아 걸어 놓은 바의 기록에서 벗어난 것이 없었다. 다만, 공선생의 기록에는 내가 받은 녹봉이 91섬 5말에 이른 다음에야 비로소 공거가 되도록 계산해 놓았는데, 내가 71섬에 이르렀을 때 도종사가 (천거 받기로 한 사람이 결격사유가 있어서) 나를 후보로 비준(천거)하였다.】 이렇게 나가니까, 여러분 논어보다 더 재미있지요? 논어나 노자하고 또다른 재미가 있지요? 내가 강의하는 것 이것저것 다 들으면, 이 맛도 보고 저 맛도 보면서, 양식도 한식도 먹고, 심지어는 선가의 선식(禪食)도 골고루 먹어 보면 좋아요. 름(?)은 바로 앞에 나왔죠. 름미(?米)는 녹봉이에요. 조선시대까지도 경국대전에 보면 몇품 관원은 봄에는 쌀 몇 석 이런 것이 다 정해져 있어요. 옛날에는 현물로 다 줬죠. 종사(宗師)는 학교의 校長(훈장)인데, 비(批)는 본디 관청에서 상급자가 허락을 할 때 하는 서명으로, 요즘말로 비준(批准)입니다. 불교에서는 도덕이 높은 스승만 대종사라고 합니다. 도(屠)는 성씨입니다.

後果爲署印楊公所駁. 直至丁卯年, 殷秋溟宗師見余場中備卷,

【그런데 과연 마지막에 결국 서리이던 양공이 반박하고 말았다.】 爲~所는 ‘누구의 ~하는 바가 되다’는 뜻으로, ‘~당하다’는 피동의 구문입니다. 서(署)는 공무 처리하는 관공서나 이름 쓰는 서명 등의 의미가 있는데, 여기서는 정식관원을 임시 대리하거나 보충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도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아직 국회의 정식 동의를 받지 않은 기간에 서리(署理)라고 부르는데, 바로 잠깐 대리한다는 뜻입니다. 서인(署印)은 대리 결재하는 사람으로, 지금의 서리나 같은 말입니다.
【그 뒤로 정묘(1567)년에 이르러서야 은추명 종사가 나의 장중의 비권(과거시험장의 답안)을 보고 나서,】 은이 성씨이고 추명은 자나 호로 보입니다. 비단에 글씨 써서 똘똘 말은 것을 권(卷)이라고 하고, 대나무 조각에 글 써서 구멍 뚫고 묶은 것을 책(冊)이라고 합니다. 다 일리가 있어요. 여기서 卷은 과거답안 두루마리인데, 비권(備卷)이란 선발되지는 못했으나, 비교적 내용이 우수하여 만약을 대비해 따로 보관해 두는 일종의 후보 과거답안을 가리킵니다.

歎曰 : 五策, 卽五篇奏議也, 豈可使博洽淹貫之儒, 老於?下乎!

【탄식하며 말하기를, 다섯 책문(策文)은 곧 고관대신이 황제에게 바치는 다섯 편의 주청(奏請)이나 의론(議論)과 같구나! 이처럼 두루 박학하고 사리에 관통한 능력 있는 선비를 어찌 창 아래서 늙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 박(博)자만 써도 충분한데, 흡(洽)은 두루 흡족하게 적신다는 뜻이고, 엄(淹)은 잠기다는 뜻이며, 관(貫)은 일관회통한다는 의미입니다. 博洽淹貫은 이 사람의 학문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하다는 겁니다. 글자 한 자 한 자 다 의미가 있어요. 책(策)은 사법시험으로 말하면 판례시험인데, 예를 들어 국가에 중대한 사태가 생겼을 때, 네가 담당 관리라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그 해결방안이나 처리방법을 한번 강구해서 써 봐라고 하는 과거시험의 문체(文體)가 책이에요. 의사로 말하면 처방을 한번 써봐라는 거요. 정책이나 대책은 그런 의미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五策이란 것이 료범이 다섯가지 책을 썼다는 거예요. 策은 위에 올리는 것인데, 조선시대에는 조정의 회시(會試)에서 상감이 직접 문제를 내리고 그에 대한 방책을 쓰도록 합니다.

遂使縣申文准貢, 連前食米計之, 實九十一石五斗也.

【그리고는 마침내 현감으로 하여금 공문을 작성하게 하여 공거를 허락하였다. 그 앞에 받은 식미까지 합하여 계산해 보니 정말 91섬5말이었다.】 이거 바깥 경치가 아주 멋있는데요. 그야말로 이거 우리 도량 열어 놓으니까, 신선이나 용 등이 다 내려와서 듣느라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네요. 운무인지, 이슬비가 좀 오는 거지? 아주 멋있네. 춘분 비 치고는 아주 멋있다. 창문 열어 놓으니까 아주 멋있는데요. 천룡중성동자호(天龍衆聖同慈護)라, 천룡과 뭇 성중(聖衆)이 다 내려와서 우리 법문을 듣는 것 같아요. 과거시험에서는 아깝게 수석으로 탈락했는데, 이 사람이 예비로 보관해둔 답안지를 보고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보궐로 공거를 한 거라. 신문(申文)이란 아래 관리가 상사에게 작성하여 올리는, 상신(上申)하는 공문(公文)의 형식입니다. 그때 공거한 이 쌀을 계산해 보니까, 전에 공 선생이 계산해준 거하고 딱 들어맞더라 이 말이에요.

余因此益信進退有命, 遲速有時, 澹然無求矣.

【나는 이로 말미암아 나아가고 물러남에 운명이라는 것이 있고, 더디고 빠름도 때가 있음을 더욱더 믿게 되었다. 그래서 담담하게 더이상 구하는 것이 없게 되었다.】 처음에 그냥 터럭 같은 거 맞을 때는 우연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겠지요. 그러다가 옳거니, 이제 그의 말이 한번 틀리는구나, 그의 예언이 확 빗나가고 앞당겨서 승진하나 보다고 거의 확신했는데, 막판에 퇴짜 당하고, 나중에 기묘한 인연으로 어떻게 보궐 공거로써 이렇게 딱 붙여주면서 확인해 보니, 정말 그 밥그릇 수가 딱 맞더라는 거죠. 그러니까 귀신 곡할 노릇 아닌가? 이젠 메주로 콩을 쑨대도 믿는 거요. 어차피 애써 봤자 더 빠르지도 않고, 어차피 띵가띵가 먹고 놀아 봤자 때가 되면 다 올라갈 거고, 어때요? 그럴 듯하죠? 여기까지 펼쳐진 걸로 보면 그렇잖아요? 그런데 다음에 일대 전기(轉機)가 오는 거요. 그 전기가 어떻게 오느냐가 중요한 거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貢入燕都, 留京一年, 終日靜坐, 不閱文字.

【공거를 받아 연경에 들어가 서울에서 일년을 머물렀다. 하루 내내 정좌만 하고 책은 펴 보지도 않았다.】 도(都)는 황제가 거주하는 도성을 말하므로, 연도(燕都)는 연경(燕京)과 같은 말로 지금의 北京인데, 지금도 하버드 대학에 옌칭(燕京)연구소가 있죠? 선(禪)이란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梵語)를 음역한 것으로, 본디 선나(禪那)인데 보통 한 자로 줄여 말하지요. 의역하면 정려(靜慮)로서, 고요히 사려한다는 뜻인데, 일반 통속적인 논리적 사유가 아니라, 의식적인 잡념망상을 모두 내려놓고 심식(心識)이 고요하면서도 또렷이 깨어 있는 상태(惺惺寂寂)를 가리킵니다. 참선에 처음 미치면 이렇게 됩니다. 처음에 참선 맛을 알아 미치면 다 그래요. 불립문자(不立文字)다 말이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말이지, 책 다 때려치우는 겁니다. 나도 한참 그렇게 참선했어요. 물론 요범만한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한 학기 정도 도량에 들어가 살면서, 책 한 권도 안 가지고 가서 그야말로 기도하고 참선만 하고 수도일기만 썼어요. 수도의 한 과정에서는 그런 때도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 과정이 너무 길면 안되지만, 그 과정이 필요해요. 여러분들도 진심으로 도에 마음을 품고 수행을 하다가 그 과정이 나타나면, 그때그때 내 경험과 책 읽은 거에 비추어서 참고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수행한 정도와 인연에 따라서.

己巳歸, 遊南雍, 未入監, 先訪雲谷會禪師於棲霞山中, 對坐一室, 凡三晝夜不瞑目.

【기사년에 되돌아 와, 남쪽에 있는 벽옹에서 유학했는데, 아직 국자감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서하산 중에 있는 운곡 법회(法會)선사를 방문해, 선사와 한방에서 대좌하여 사흘 밤낮동안 눈을 붙이지 않았다.】 이거 쉽습니까? 여러분들. 사흘 밤낮 눈을 붙이지 않고 입도 안 열었으면, 물론 밥도 안 먹었겠지요. 일개 세속의 풋내기가 와서 선사하고 마주 앉아 가지고 사흘 밤낮을 눈도 안 붙이고 입에 풀칠도 하지 않았다? 이건 선정(禪定)에 안 들어가지고는 불가능합니다. 제가 참선 가장 오래 한 게 아마 2시간 정도예요. 대만에서 도량에 살 때. 지금은 그렇게 오래 못 앉아요. 체력(精氣)도 부족하고 그럴 필요도 없고. 뭐, 목불이나 토불처럼, 철불처럼 그렇게 앉아 있으면 1000년 앉아 있어도 되지요. 그러나 오래 앉아 있다고 장땡은 아닙니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정심(靜心)정좌(靜坐)가 중요해요. 잡념망상 없이 앉아 있는 참선삼매는 한 순간이 무량겁과 같다는 겁니다.
참고로, 옛날엔 유학하다라는 뜻으로 노닐 遊자를 썼어요. 제가 박사과정 휴학하고 중화민국 대만대학에 유학갈 때, 휴학계에 사유를 ‘遊學’이라고 썼어요. 그랬더니 당시 학생담당 학장보이던 안경환교수가 왜 ‘留學’이라 쓰지 않았냐고 묻길래, 본디 예전에는 ‘遊學’이라고 썼다고 말했어요. 근데 이 양반도 그때는 나한테 왜 일반관행을 따르지 않고 뙤똥하게 쓰느냐고 물으시더군요. 단지 머물며 배운다는 뜻보다는 노닐면서 배운다는 뜻이 더 깊은 맛이 있거든요. 어떻게 노니느냐가 중요하지만, 단지 머무르는 것보단 나아야지요. 서하산은 남경(南京) 강녕현(江寧縣)에 있는 유명한 산이랍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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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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