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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말썽꾼들

말리와 말썽꾼들

: 얄밉고, 성가시고, 사랑스럽고, 못 견디게 그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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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444g | 148*204*30mm
ISBN13 9788952210777
ISBN10 8952210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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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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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을 열고 시골길을 드라이브하고 싶게 만드는 환상적인 봄 날씨가 계속되던 날이었다. 햇살이 아름답게 비추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땅이 깨어나는 냄새가 공기 중에 달콤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야, 다들 올라타. 우리 차타고 떠날 거야!”
물론 특별히 갈 곳도 없고 목적도 없는 드라이브다. 얼굴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는 단풍나무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하는 것 외에는.
우리는 이제껏 많은 화가들이 그렸던 벅스카운티의 전원적인 시골길을 마음껏 달렸다. 또 소떼와 헛간과 목장 옆을 지났다. 선루프를 열어 놓고 창문도 내렸다. 카스테레오에서는 스티브 원더의 노래가 빵빵하게 나왔다. 아,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바로 그때 나는 백미러를 슬쩍 보았다. 그 순간 천국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경찰차가 라이트를 깜빡이고 사이렌을 요란스레 울리면서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그 순간과 딱 어울리는 욕이 내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찰나 애들이 뒤에 타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이런, 된장!”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차를 세웠다. 물론 나는 제한속도를 지키기에는 너무나 신명나게 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나를 쓰윽 지나쳐 내 앞에 가고 있던 픽업트럭을 세웠다.
‘히유, 살았다. 내가 아니었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지만 내 행운은 수명이 짧았다. 알고 보니 그 공권력의 화신은 병살타를 만들려는 것뿐이었다. 그는 나를 보며 픽업트럭 뒤에 차를 세우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에게 내 운전면허증을 건넸다.
“그로건 씨, 무슨 바쁜 용무라도 있으세요?” 그가 물었다.
“아뇨, 없는데요.” 내가 대답했다.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늘이 너무 파래서, 나무에 새싹이 돋고 대지가 깨어나서 그랬노라고. 내 얼굴에 느껴지는 바람과 이렇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에 선루프를 열고 스티비 원더를 듣는, 순도 100퍼센트의 쾌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치 천사가 특별히 전해 주고 간 선물을 풀어 보는 기분이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 ‘삶의 환희(Joie de vivre)’ 따위의 궤변이 절대 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로건 씨는 방금 시속 65킬로미터 구간에서 10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 모두에게 크게 한방을 먹였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뒷자리에 태운 채 말입니다!”
그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경멸과 우려가 드러나 있었고 그가 말한 단어들은 나의 정곡을 찔렀다. 대체 아버지라는 인간이 어떻게 금쪽같은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커브 길에서 과속을 한단 말인가? 그나마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간 것 하나는 앞에 있던 픽업트럭 운전자도 과속을 했으며 그 역시 아이들을 태우고 있었다는 점뿐이다.
나의 지각없는 폭주족 흉내에 대한 벌은 160달러의 벌금과 운전 점수 3점 감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덟 살짜리 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열두 살짜리 아들은 곤경에 빠진 아빠를 보며 쌤통이다 싶은지 웃음을 참고 있는 중이었지만 딸은 달랐다. 콜린은 바짝 얼은 표정이었다. --- pp.58~62

이 세상 누구도 말리를 훌륭한 개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니 착한 개라고 한 사람도 없었다. 말리는 밴시처럼 설치는 데다 황소처럼 기운이 셌다. 말리가 하도 요란 벅적지근하게 삶을 즐기는 바람에 녀석이 지나간 곳은 한바탕 자연재해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같았다.
말리는 애견 훈련 학교에서 쫓겨난 내가 아는 유일한 개다. 말리는 소파 씹기 대장에, 방충망 뜯어내기 전문가에, 축축한 침 흘리기 도사에, 쓰레기통 뒤엎기의 일인자였다. 기골은 어찌나 장대했던지 네 발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로 식탁을 그 자리에서 씹어 먹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마다 그렇게 했다. 말리가 뜯어 버린 매트리스와 파 버린 벽이 도대체 이제까지 몇 개인지 나는 일일이 세지도 못한다. 대부분은 거의 그의 천적이었던 천둥 번개 때문에 발광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머리는 얼마나 좋았냐고? 음, 그저 죽는 날까지도 자기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돌았다는 것 정도만 말해 두겠다. 말리는 그것이 개과의 동물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가장 큰 난관이라고 여기는 것이 확실했다.
꼬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말리는 단 한 번의 꼬리치기로 커피 테이블을 간단히 엎어 버릴 수도 있는 탁월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말리를 고급스런 야외카페에 데리고 가서 너무나 무거워 손으로 절대 밀 수 없던 철제 테이블에 묶어 놓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은 큰 실수로 밝혀졌다. 말리는 귀여운 푸들을 발견하자마자 펄쩍펄쩍 뛰어올랐으며 자기가 묶여 있던 테이블까지 그대로 끌고 갔다.
--- pp.9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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