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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리본

: 나와 함께 흔들리고 나와 함께 웃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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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39g | 148*210*20mm
ISBN13 9788992714372
ISBN10 89927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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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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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고향옥
동덕여자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고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했다. 그간 번역한 책으로《졸업》《리듬》《골드피시》《우주의 고아》《생각수업》《친구는 초록 냄새》《나는 입으로 걷는다》《하모니브러더스》《용과 함께》《미야타 신지의 완벽한 가족》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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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리본 주세요!” “리본?” 아키의 말에 선배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네! 저는 존경하는 이케하시 선배님의 리본을 갖고 싶습니다!” 하지만 선배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내키지 않으면 괜찮아.” “예? 아니에요. 꼭 받고 싶습니다.” 아키는 당황스러웠다. 거절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선배는, 이번에는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며 딱 잘라 말했다. “아니, 싫어.” --- p.13

“그럼, 뭐야! 순순히 파트너를 양보했다는 건, 너 스스로도 실력 부족을 인정한다는 소리야?” 가슴이 덜컥했다. 이번에는 “아니야!”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아키가 잠자코 있자 치아키 짱이 마지막 한마디로 쐐기를 박았다. “실력 부족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자신이 비참해져.” 아키는 그 잔인한 말에 눈을 내리깔았다. 애초 격려를 받겠다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아키에게, 치아키 짱의 그 말 한마디는 그야말로 자신을 등 뒤에서 나락으로 떠밀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 pp.47~48

그래도 아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마지막 시합에서는 한순간도 만족스럽거나 시원스러운 느낌을 맛보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지금은, 그 마지막 시합에서 탁구의 재미를 전혀 맛보지 못했다는 것이 패배했다는 사실보다 훨씬 분했다. --- p.56

“하지만 아키 넌 지금 그대로 충분해.” 후지모토가 단호하게 말했다. “변할 필요 따위,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네가 더 멋지게 변하고 싶어 하는 기분도 알고, 탁구를 잘해서 빛나고 싶어 하는 기분도 알아.” 아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꿈이 이루어지는 것과, 그 사람이 멋진 사람인가 아닌가는 별개잖아.” 그 말이 아키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자신과 통하는 것을 느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 p.103

“나는 나 자신을 알고 싶어. 나를 모르는데, 무턱대고 좋은 대학을 목표로 공부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잖아!” 언니가 말하는 ‘나를 알고 싶다’는 건 자신이 미래에 무엇이 될 수 있을까를 알고 싶다는 말일 것이다. 고등학교 따위, 3년 만에 끝나버린다. 대학도 4년으로 끝나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른’이 된다. 그러고 나서도 끝없이 계속되는 기나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 p.109

“그건 어떻게 찾았어?” “‘어떻게’라니?” 언니는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미래에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어?” 아키는 다급히 언니의 뒤를 쫓아갔다. “찾은 게 아냐. 알았을 뿐이지.” “알아?” 아키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랑 얘기할 때, 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야.” “내 마음…….” 아키는 천천히 되풀이했다. “그래.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든가, 관심 없다든가, 재미없다든가, 다른 사람은 수긍하지만 나는 수긍할 수 없다든가, 아무튼 자신의 마음을 주의 깊게 살펴주는 거야.” 언니는 아키 쪽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면 자신을 알아차리게 돼. 뭐가 좋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언니는 아키의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제대로, 정확하게 가르쳐주었다. --- p.134

현재와 미래, 양쪽 다 다 중요하다.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 바로 지금 도전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가르쳐준 사사키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오늘, 바로 이 시간에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 p.159

“미안. 이건 내게 소중한 리본이라 줄 수 없어.” 아키는 가슴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리본을 내려다보았다. 이 리본을 처음 달았던 날을 떠올렸다. 새로운 생활과 새로운 자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로 마냥 가슴이 부풀었던, 아무런 불안도 없었던 그날의 일을.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변하지 않고 새로워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중학교 3년 동안 배운 것 같았다. 이 리본은 그런 아키의 3년을 내내 지켜봐주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가슴팍에서 흔들리면서.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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