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털이 가족」
할아버지와 아빠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인호. “우왓, 은행을 턴다고?”
인호는 그날부터 할아버지 생각에 고민한다. 결국 은행을 털다가 잡혀가지 않도록 할아버지와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차라리 지금 신고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경찰들이 할아버지를 끌고 가는 상상에 고개를 젓는다.
드디어 할아버지가 은행을 터는 날이 왔다. 알면서도 말리지 않는 아빠가 원망스럽지만, 결국 아빠도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나선다. 인호 역시 잠자코 있을 수는 없다. 약수터가 있는 산책길로 접어든 할아버지와 아빠의 뒷모습.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인호는 몸을 감추고 살핀다.
이럴 수가! 나무 위에 올라가 은행을 털고 있는 아빠와 자루에 담는 할아버지 모습에 인호는 다리에 힘이 쭉 빠져 버리고 만다.
「석이」
밥 먹고 들어온 사이, 진이의 ‘유희왕 카드’가 다섯 장이나 없어졌다. 사촌동생 석이의 짓이 틀림없다. 하지만 석이는 아니라고 끝까지 잡아뗀다. 결국 진이는 석이 머리를 쥐어박고 만다. 진이는 할머니와 아빠에게 혼이 난다. 석이 편만 드는 가족들이 다 밉다고 생각하는 진이.
기댈 곳은 산부인과에 있는 엄마밖에 없다. 진이 혼자 병원을 찾아갔지만, 그 사이 엄마는 가족들과 집으로 돌아가고 없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긴 싫다. 어둑해진 놀이터를 나와 걷다 할머니와 석이를 마주친다.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어느새 진이는 마음이 커져 있음을 느낀다.
「아기노루와 눈이 큰 아이」
탕! 탕탕! 어미노루가 사냥꾼의 등에 매달린 채 멀어진다. 멀리서 뒤따르던 아기노루는 혼자가 되고 만다. 두렵고 외로워진 아기노루에게 눈이 동그란 사내아이가 다가오고, 둘은 친구가 된다.
단란한 날들도 잠시, 사냥꾼의 접근은 계속된다. 아이의 품을 떠나 결국 숲 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아기노루. 아이 역시 아기노루가 그립지만, “야생은 저희끼리 어울려 사는 게 순리”라는 아빠의 말에 아쉬움을 머금고 이별을 맞는다.
「눈길이 보이니?」
울먹이며 집에 들어온 성준이. 누나 성아는 재밌는 TV 드라마도 맘놓고 못 보게 하는 동생 성준이가 귀찮다. 그래도 누나 노릇을 하기 위해 씻겨 줬는데, 성준이는 그만 감기에 걸려 이른 새벽 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가고 만다.
아무도 없는 집, 커튼을 여니 하룻밤 사이 창밖은 온통 하얀 세상이다. 집을 나선 성아는 외따로 선 두 나무 사이를 걸어 눈길을 만든다. 자신이 동생에게 길이 되어 줄 것을 다짐하면서…….
「고봉이 삼촌」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삼촌은 태평하기만 하다. 면접을 보다 할머니에게 보고를 하지 않나, 심심하다고 졸지를 않나, 준수의 눈에 삼촌은 효자가 아니다.
어느 날, 삼촌은 준수를 불러 자연 학습을 가자고 한다. 그마저도 기름 값은 할머니한테 받아오라고 시키면서 말이다. 삼촌과 함께 도착한 곳은 시 외곽의 비닐하우스. 준수는 그곳에서 삼촌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새 나비 박사로 변한 삼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이라며, 이곳이 바로 자신이 일할 곳이라고 말한다. 준수 생각에 삼촌은 이제 효자다.
「가재」
민우는 가재 뽑기 기계에서 잡은 가재를 집으로 가져온다. 다음 날, 엄마의 호통에 놀란 민우. 잠자는 사이, 어항에 두었던 가재가 죽고 만 것이다. 가재를 묻어 주라는 엄마의 말에 민우는 징그럽게 굳은 가재를 화단 나무 뒤로 휙 던져 버린다.
일요일, 놀러 간 계곡에서 가재를 잡은 민우는 신이 난다. 그런데 ‘용천 지킴이 삼총사’라는 아이들이 나타나 가재를 놓아 주라고 한다. 지기 싫었던 민우이지만 결국 그들의 말을 들어 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용천 지킴이 아이들이 자꾸 생각난다. 민우는 결국 자신의 짧은 행동을 뉘우치며, 화단의 싸늘한 가재를 위해 정성스레 무덤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