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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60g | 140*210*20mm
ISBN13 9788954642750
ISBN10 89546427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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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물들은 지속된다, 살아가는 것은 조금씩 퇴보하지만.--- p.16

과거가 내 속에서 두번째 심장처럼 고동친다.--- p.20

내 힘으로 할 수만 있는 일이라면, 나를 망신시킨 부모를 그 자리에서 지워버렸을 것이다. 뚱뚱하고 작고 헐벗은 얼굴의 어머니와 돼지기름으로 만든 듯한 몸을 가진 아버지를 바다의 물보라가 일으킨 거품처럼 터뜨려버렸을 것이다.--- p.41

오늘은 바람이 얼마나 사납게 불어대는지, 크긴 하지만 부드러워 아무런 효과가 없는 주먹으로 유리창을 쿵쿵 두드려댄다. 이것이 내가 늘 사랑해온 바로 그런 가을 날씨, 광포하면서도 맑은 날씨다. 나는 가을이 자극적이라고 생각한다. 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듯이.--- p.44

삶, 진정한 삶이란 투쟁, 지칠 줄 모르는 행동과 긍정, 세상의 벽에 뭉툭한 머리를 들이대는 의지, 그런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 에너지의 많은 부분은 늘 피난처, 위안, 또 그래, 솔직히 인정하거니와, 아늑함, 그런 것들을 찾는 단순한 일에 흘러들어가버렸다. (…) 자궁처럼 따뜻한 곳으로 파고들어 거기에 웅크리는 것, 하늘의 무심한 눈길과 거친 바람의 파괴들로부터 숨는 것. 그래서 과거란 나에게 단지 그러한 은둔일 뿐이다. 나는 손을 비벼 차가운 현재와 더 차가운 미래를 털어내며 열심히 그곳으로 간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것이, 과거가 어떤 존재를 가지고 있을까? 결국 과거란 현재였던 것, 한때 그랬던 것, 지나간 현재일 뿐이다. 그 이상이 아니다. 그래도.--- p.62

그러고 보면 우리는 슬픔의 작디작은 배들이 아닌가, 어두운 가을을 헤치며 이 먹먹한 정적을 떠돌아다니는 작은 배.--- p.73

물론 당시 어렸던 내가 그 간절한 기대 속에서도 스스로 예측을 허락할 수 없었던 것들도 있다, 설사 예측할 능력이 있었다 해도. 상실, 슬픔, 음침한 낮과 잠 없는 밤, 이런 놀라운 것들은 예언적 상상의 사진판에는 기록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p.92~93

그러니까 나는 미래를 기대했다기보다는 미래에 향수를 품은 것이다. 나의 상상 속에서 다가올 것이 현실에서는 이미 가버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p.94

어린 시절에는 행복이 달랐다. 그때는 그냥 축적하는 것, 뭔가를?새로운 경험을, 새로운 감정을?가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마치 광택이 나는 기와인 양 언젠가 놀랍게 마무리될 자아라는 누각에 올려놓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쉽사리 믿지 않는다는 것, 그것 역시 행복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자신의 단순한 행운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그 행복한 상태 말이다.
--- p.13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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