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는 묘 구덩이에서 망가진 관을 꺼냈다. 관을 수리하고 시체를 다시 깨끗하게 닦기 위해 모두 영묘 건물로 갔다. 자는 꽃향내 나는 물을 적신 수세미를 집어 망자의 옷을 닦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기꺼이 자에게 그 일을 맡겼다. 사람이 죽은 후 그 시체를 만지면 불행이 닥치고, 시체를 괴롭히면 저주를 받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는 그런 미신에 개의치 않았다. 시체를 다루는 일에 너무나 익숙했다. 옷 속에 들어간 흙을 털어내기 위해 수의를 풀어야 할 때도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시체를 닦아내며 목 부분에서 몇 개의 자국을 보았다.
그는 닦는 일을 멈추고 고인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시체에 화장을 했습니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었지만, 자는 대답하는 대신 다시 물었다.
“어떻게 사망했습니까?” 그는 수의의 상의를 조금 더 열면서 목덜미를 자세히 살폈다.
“말에서 떨어졌는데 목이 부러졌습니다.”
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죽은 사람의 눈꺼풀을 올려 보자, 슈가 끼어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제 그만하고 일을 끝내는 게 어때?”
자는 고인의 아버지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분은 당신이 생각하는 이유로 죽은 게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요?” 고인의 아버지가 말을 더듬었다. “말에서 떨어지는 걸 처남이 봤어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누군가가 목을 졸랐습니다.”
가족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는 목 양쪽으로 난 붉은 멍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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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방 한가운데 있는 피 묻은 덮개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가슴과 목에 해당하는 부위에 피가 많았다.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큰방상궁이 덮개를 벗기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수군거렸다. 몇몇은 인상을 찌푸렸고, 어떤 이는 토했다. 모두가 뒷걸음쳤다.
자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토막 난 시체를 대담하게 관찰했다. 무자비하게 더럽혀진 부드러운 살은 부분적으로 동물에게 먹힌 것처럼 보였다. 머리는 완전히 절단되어 있었고, 기도와 식도가 잘리고 남은 부분은 마치 돼지 창자처럼 목에 덜렁덜렁 걸려 있었다. 양발도 발목 부분에서 절단되어 있었다. 상체에 있는 수많은 상처 중에서 두 개의 심한 상처가 눈에 띄었다. 왼쪽 가슴 아래에 있는 하나는 깊은 구멍이었다. 마치 짐승이 심장을 먹기 위해 그곳에 주둥이를 갖다 대고 파먹은 것 같았다. 또 다른 상처는 더 끔찍했고, 심지어 자도 몸을 떨었다. 잔인무도하게 삼각형으로 절개된 상처는 배꼽 아래를 수직으로 가로지르면서 양 고간까지 이어졌으며, 기름과 피가 엉켜 붙은 살덩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쾌락의 구멍은 이상한 의식을 치른 것처럼 뿌리째 뽑혀 있었다.
칸 내상은 큰방상궁이 실시한 검사로 작성된 예비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의 나이가 서른 정도로 추정되고 작고 연약한 양쪽 유방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피부가 매우 부드럽다는 것 따위만 언급했다. 여자는 옷을 입은 채 소금시장 근처의 골목길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종류의 동물이 그토록 몸을 절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마도 호랑이나 개 혹은 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나머지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유교는 남자가 여자의 시체를 건드릴 수 없다고 단호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법칙을 어길 수 없었다.
(……)
“시체 판독가라고?” 형부 내상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시체를 읽는 사람입니다. 제 수제자입니다.” 밍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를 가리켰다.
“당신이 놓친 것을 저자가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오?”
“아마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칸 내상은 마치 자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밍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는 말했다. “좋소. 하지만 서두르도록 하게. 덧붙일 게 있나?”
자는 앞으로 나와 칼을 잡았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즉시 시체의 배에 칼을 꽂았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놀랐고, 상궁이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피 묻은 손으로 자는 훤히 드러난 내장을 가리켰다.
“무얼 알겠느냐는 것이냐?” 칸 내상이 소리쳐 물었다.
“이 시체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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