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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세 자매/바냐 아저씨/벚꽃 동산

갈매기/세 자매/바냐 아저씨/벚꽃 동산

세계문학전집-3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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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18쪽 | 153*225*23mm
ISBN13 9788949714905
ISBN10 89497149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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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덴코  어째서 당신은 늘 검은 옷을 입고 다니죠?
마샤  이건 내 인생의 상복이에요. 불행하니까요.
--- p.11 「갈매기」 중에서

소린  젊었을 때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소. 웅변가가 되고 싶었지만, 보다시피 내 말솜씨는 형편없지. (스스로 흥분해서) 매사가 그 모양이었어. 뭘 원하든 되는 게 없었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오. 결혼하려고 했으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도시에 살기를 바랐지만 이렇게 시골에서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으니. 결국 또 이렇게 된 거지.
도른  4등관이 되려고 하셨는데, 되셨잖아요.
소린  (웃는다) 그건 그다지 바란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요.
도른  62년을 살아오신 분이 인생에 트집이나 잡으시다니요.
소린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그러니까 나는 더 살고 싶다는 말이오!
도른  헛된 생각입니다. 자연법칙에 따라 무엇이든 생명 있는 것은 끝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소린  선생은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말하는구먼. 배가 부르니까 도통 인생에 바라는 게 없는 거야. 그러니 태평할 수 있는 게지. 그렇지만 선생도 죽음만은 두려울 거요.
--- p.62 「갈매기」 중에서

이리나  (흐느끼면서) 어디로? 다 어디로 갔지? 어디 있는 거야? 오, 하느님! 다 잊어버리고 말았어, 잊어버렸다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야……. 이탈리아어로 저 창문을 뭐라고 하는지, 천장을 뭐라고 하는지 기억나지 않아……. 다 잊어버렸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잊어버리고 있어. 삶은 자꾸 흘러갈 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 우린 절대로, 절대로 모스크바에 갈 수 없을 거야……. 난 알아…….
올가  얘, 이리나…….
이리나  (감정을 추스르면서) 아, 난 불행해……. 난 이제 일을 할 수도 없고, 일하지도 않을 거야. 됐어, 충분해! 전신국에서도 일했고, 지금은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내게 맡겨진 일들은 하나같이 다 끔찍해……. 난 벌써 스물세 살이고 오랫동안 일해 왔어. 머릿속은 무뎌지고, 몸은 여위고 용모는 추해지고 나이만 먹어 가고 있어. 그 어떤 만족도 느끼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있어. 아름답고 참된 삶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아. 갈수록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어. 난 이제 희망이라곤 없어. 어떻게 내가 살아 있는지, 어떻게 여태껏 자살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야……. --- p.134 「세 자매」 중에서

소냐  바냐 아저씨, 우린 살아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들을 끝까지 살아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 주는 시련을 꾹 참아 나가는 거예요. 우리, 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해요. 앞으로도, 늙어서도. 그러다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우리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요. 그리고 무덤 너머 저세상으로 가서 말하기로 해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울었고 슬퍼했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실 테죠. 아,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아저씨, 우리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될 거예요.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겪었던 우리의 슬픔을 돌아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우린 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믿어요,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얹고는 지친 목소리로) 그곳에서 우린 쉴 수 있어요.
--- p.220 「바냐 아저씨」 중에서

에피호도프  나는 지식인이고 여러 가지 수준 높은 책들을 읽었지만, 내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야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어. 이대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자살을 해야 할지조차도 모르겠다고. 사실 난 늘 권총을 갖고 다니지. 자, 이거야…… (권총을 꺼내 보인다)
샤를로타  난 그만 하고 가겠어. (총을 멘다) 에피호도프, 당신은 영리하고 끔찍한 인간이야. 여자들이 당신에게 줄줄이 목을 맬 테지. 아아, 소름끼쳐! (그 자리를 떠난다) 똑똑하다는 인간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바보들뿐이야.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언제나 난 외톨이, 외톨이일 뿐이야……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어……. (천천히 퇴장)
--- p.247 「벚꽃 동산」 중에서

트로피모프  그래, 달이 떴군. (사이) 행복이야. 행복이 다가오고 있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니까. 내 귀에는 벌써 그 발소리가 들려. 설령 우리가 끝끝내 행복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그게 뭐가 문제겠어?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이 반드시 찾아낼 거야!
--- p.261 「벚꽃 동산」 중에서

포포바  이런 어리석고 무례한…….
스미르노프  (놀리는 듯이) 어리석고 무례하다고요? 여자 앞에서 제대로 처신할 줄 모른다고요? 부인, 나도 한창 땐 부인이 평생 본 참새보다 더 많은 여자를 만났습니다! 여자 때문에 결투를 세 번이나 했고, 열두 명의 여자를 버렸고, 아홉 명의 여자에게 버림받았지요! 네, 그럼요! 내게도 얼간이 흉내를 내던 시절이 있었죠. 몸에 향수를 뿌리고, 옷은 보석으로 치장하고, 달콤한 말을 늘어놓으며 우아하게 인사할 줄도 알았죠……. 사랑도 해보고, 사랑 때문에 괴로워도 보고, 달 보며 한숨 쉴 때도, 시큰둥해질 때도, 기분이 풀어질 때도, 얼음처럼 차가워질 때도 있었답니다…… 나는 늘 뜨겁게, 미친 듯이 사랑했지요. 빌어먹을, 그 시절엔 해방이니 뭐니 잘도 떠들어대고 다니며, 그깟 말랑말랑한 감정을 위해 내 재산의 절반을 쏟아 부었답니다. 미안하지만 이제 그런 건 질색입니다! 암, 그렇고말고! 검은 눈동자, 열정적인 두 눈, 루비처럼 붉은 입술, 보조개 파인 뺨, 달, 속삭임, 수줍은 숨결―부인, 이제 난 이런 것들에 대해 단 한 푼도 쓸 생각이 없습니다!
--- p.302 「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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