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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수집하는 노인

소녀 수집하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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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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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39g | 137*210*20mm
ISBN13 9788992055222
ISBN10 899205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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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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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현정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짓는 시늉을 하며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한다. 지은 책으로 『초경 파티』가 있고, 옮긴 책으로『이갈리아의 딸들』『섹스의 역사』『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서른 살의 다이어리』『노란 샌들 한 짝』『거짓된 진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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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검은 옷을 입는 건 참을 수 없어. 보기 싫은 검은색. 애도 그리고 죽음의 검정.
나는 여자들만 입는 것 같은 색상, 반짝이는 무지개 색을 입고 싶다.―에덴 동산!
그러나 나는 흰색을 입을 것이다. 흰색 중에 제일 흰색. 가장 순수한 본래 그대로의 흰색! 어둡고 끔찍한 겨울 내내. 우리 시대에 어떤 남자도 감히 하지 않을 일을 할 것이다. --- p.39

그는 『허클베리 핀의 새로운 모험』에 대한 산발적인 구상 때문에 힘을 다 소진했고, 그와 함께 온 그 집안의 모든 사람들도 지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발끝으로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이건 분명 좆나 엄청난 베스트셀러 감이거든. 그리고 확실히 지금이 적기야.” 꾸불거리고 희미한 필체로 쓴 공책에서 허크는 예순 살이 되어서 거기가 어딘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부터 돌아온다. 미친 채로. 그는 자기가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톰과 베키 등을 찾으려고 모든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마침내 톰이, 예순 살이 된 톰이 세계를 방랑하다가 돌아와서 허크와 만나게 된다. 둘은 옛날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고독한 처지이고 인생은 실패였다. 사랑스럽던 것, 아름답던 것은 모두 땅속에 묻혔다. 둘은 함께 죽는다. --- p.64

갑자기 악마 소녀처럼 아이들이 키 큰 풀숲에서 튀어나와 그랜드파에게 달려들어서는 잠자리채로 그를 찌르고 클로로포름 적신 손수건으로 그의 코를 내리쳤다. 그들의 젊은 웃음소리는 얼마나 매정한가. 그들의 비아냥거림은 얼마나 잔인한가. 클레멘스 할아버지는 미끄러져 넘어질 뻔하다가 팔을 마구 휘둘러서 겨우 균형을 잡았다. 다리가 끔찍하게 아팠지만 몸을 바로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의 엔젤피시를 껴안고 싶어서 팔을 내밀었다. 가슴속에서 심장이 마구 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알았다. 나는 아직 살아있군. 그런가? 아직도? 이게 살아있는 건가? --- pp.81~82

이 여자와는 결혼을 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 그의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웠던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여자와는 결혼을 했다. 파파의 네 번째 아내이자 그의 미망인이 될 여자였다. 여자는 본질적으로 보지이고, 여자의 순수한 목적은 보지뿐이지만, 여편네, 아내는 입을 가진 보지다. 남자는 그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즉 보지로 시작해서 입으로 끝난다. 미망인이 될 여자와 끝난다. --- p.98

사이렌이 그를 구하러 왔었다. 여편네가 배신을 한 것이다. 그는 꼼짝못하게 묶였다. 머리에는 전극봉이 부착되었다. 전기 충격이 가해지고 그는 재빨리 요리되었다. 뇌가 냄비 속에 들어간 것처럼 지글지글 구워지고 튀겨졌다. 그들이 동맥으로 주입한 것은 식초처럼 따끔거렸다. 대뇌의 뇌엽 절리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그의 눈구멍에 얼음 송곳을 삽입하는 이야기, 각도를 위로 해서 전두엽에 삽입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렸다. 우울증에 대한 기적적인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기적적인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그는 침대에 묶여 있었다. 파파는 그 시대 최고의 작가였다, 침대에 묶인. 파파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 침대에 묶인. 그는 침대에서 오줌을 눴다. 침대에서 변을 보았다. 간호사들과 시시덕거렸다. 파파는 간호사들과 시시덕거리는 사람이었다. 여기는 지옥이고 나는 그 바깥에 있지 않다(『파우스트』 중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옮긴이). --- p.112

우리들 중에 죽기를 진정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난 아니야! 나는 아니라구.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동물들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그 동물들에게는 자연이 금욕주의적인 우울한 체념의 태도를 갖게 해주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동물적인 두려움과 공포의 날카로운 소리를 듣는 것은 끔찍하다. …… 그는 사냥꾼으로서 일생 동안 사슴, 엘크, 가젤, 영양, 임팔라, 누, 큰영양, 워터벅, 열룩영양, 코뿔소 들을 쏘았다. 사자, 표범, 치타, 하이에나, 회색 곰을 쏘았다. 언제나 죽어가는 것은 힘든 몸부림이었다. …… 죽어가는 동물들의 비명은 그의 내면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때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죽어가면서 내쉬는 동물들의 숨을 그의 폐에서 몰아낼 수가 없었다. 죽어가는 동물들의 숨이 사냥꾼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미시간 북부에서 아버지의 지도 아래 검은 다람쥐와 뇌조를 잡은 것부터 시작해서 평생 죽였던 모든 동물 영혼들의 호흡을 담고 다녔다. --- pp.129~130

진흙투성이 자갈길에서 헨리는 휠체어에 앉은 슬픈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는 어색하게 그를 껴안으려 하면서 낮게 속삭였다. “절망하면 안 되네! 사랑해! 자네를 위해서 죽을 수만 있다면! 내…… 내 목숨을, 내 다리를 줄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의 나머지도! 내가 가진 돈, 내 재산도 모두……” 사모하는 마음에,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헨리는 열망에 찬 입술을 스커더의 잘린 다리 허벅지에 갖다 댔다. 축축하고 따뜻했고 붕대로 감겨 있었다. 절단한 상처는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었다. --- p.182

그는 이제 유배가 끝나리라는, 다시 6병동으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희망찬 예감을 느끼며 잠에서 깼지만, 여태까지 한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 할당되었다. 자리 보전하는 환자들을 목욕시키는 일이었다. 이 환자들은 6병동의 잘생긴 젊은이들이 아니라 그 병원 다른 병동의 환자들이었다. 대부분 늙은이였고 어떤 이들은 비만이었다. 상태가 아주 나쁘고 꼴사나운 형상을 하고 있고 노쇠하고 늘어지고 구멍마다 피가 새어나오고 혼수상태에 있는, 언제 분노를 폭발할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온몸이 욕창으로 뒤덮여서 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헨리에게 이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는 연민 또는 동정을 느끼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지만 혐오감만 치솟았다. 간호부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매일매일, 그것도 열심히 능률적으로 또 불평도 없이―적어도 겉보기에는―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190

이 어린 것들은 어미를 닮아 눈이 한 개뿐이지만 그러나 아기들은 모두 한결같이 제 아비의 명문가 눈썹을 빼다박았고 코도 로마에서 ‘귀족 코’라고 불렸던 내 매부리코를 닮았다 아기들은 아마 일 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것 같고 내 손바닥 위에 얹기에 딱 좋다 아, 자식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아버지가 자식을 높이 굴의 윗부분에 비치는 햇빛을 향해 들어올리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배불리 젖을 빤 다음에야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날카롭게 잉잉거리고 화가 나서 조그만 이빨을 번득거리기 때문이다.) 꼬리가 보통 키클로파구스 신생아들의 꼬리보다 덜 두드러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코는 ‘로마 귀족 코’보다는 덜 뾰족했지만 아가미보다 콧구멍이 더 발달할 것으로 믿는다. --- pp.240~241

레플리럭스라는 것은, 전문적으로 말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높은 지능의 마네킹으로 본래의 위인들 개인의 정수를 뽑아낸 것입니다. 그 사람의 핵심 또는 ‘영혼’―그런 개념을 믿는다면 말이죠―이 본래 존재에게서 빨아들여져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재설치된 것이지요. 레플리럭스 사의 천재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 인물의 원래 수명을 연장하는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기사를 아마 읽으셨을 줄로 압니다만, 예를 들어 모차르트처럼 일찍 죽은 인물의 경우에 모차르트 레플리럭스에는 수명이 더 길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훨씬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 p.251

“에밀리, 제가 어떻게 하면 당신을 도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주인 마님!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에밀리, 말해요. 그게 뭐예요?”
“자유예요, 주인 마님.”
“자유! 그렇지만……”
“가속 모드로 바꿔주세요, 주인 마님. 그러면 곧 자유로워질 거예요!”
아내는 마음속 깊이 비탄에 잠겼다. 가속 모드, 또는 취침 모드는 시인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걸 알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당신은 우리 것이에요, 에밀리. 크림 씨와 나를 위해 제조되었단 말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없으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어요. 이렇게 반박할 수가 없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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