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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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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334g | 128*188*30mm
ISBN13 9788979190090
ISBN10 897919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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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 부부가 아파트 임대계약을 체결한 날도 강풍이 거칠게 휘몰아쳤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진이라면 몰라도 바람은 아무리 세게 불어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이 집을 얻었을 것이다. 도쿄 만(灣) 옆에 우뚝 솟은 타워 아파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면 꼭 이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남편인 슌페이에게 선언하고, 지금의 집을 찾아낸 것도 그녀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처럼 타워 아파트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강풍이 휘몰아치는 밤에는 몇 시간씩 음침한 바람 소리에 시달리느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p.12

이부 엄마 그룹은 불과 다섯 명밖에 되지 않지만 이부 엄마와 메구 엄마, 마코 엄마는 BT(베이 타워 아파트) 중에서도 더 고급으로 꼽히는 웨스트 타워 아파트(BWT)에 살며 남편도 일류 기업에 다닌다. 그래서 세 명은 항상 같이 행동한다. 반면에 전철역 앞의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미우 엄마와 한 등급 떨어지는 BET, 그것도 임대인 자신을 똑같이 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마음이 뒤틀린 탓일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쿡쿡 쑤셨다.
미우 엄마의 남편은 음식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그녀의 미모는 멀리에서도 눈에 띄어서, 그 사람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클럽에서 통할 거라고 쑥덕거리는 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서른 살이 넘었다. 클럽에 간다면 비웃음을 당하는 나이다. --- p.27

아리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한때의 불장난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다. 지금까지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서 상처를 받곤 했다. 어쩌면 남편도 상처를 받은 게 아닐까. 불현듯 남편의 아연한 얼굴이 떠올라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남편에게 상처를 주고 되돌릴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가정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 p.121

차가운 비가 쏟아진 어젯밤과 달리 이튿날 아침은 더할 수 없이 쾌청했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발코니의 유리문을 열자 습기를 머금은 차가운 공기와 함께 바다 내음이 밀려왔다. 아리사는 한껏 공기를 들이마셨다. 날씨가 맑아짐과 동시에 그녀의 마음도 상쾌해졌다.
고개를 돌려 서쪽에 우뚝 솟은 BWT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부 엄마로부터 모이라는 메일이 올까? 메일이 오지 않으면 하루 종일 딸과 둘이 무엇을 하며 보낼까?
문득 자기가 먼저 만나자는 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항상 누군가가 밥상을 차려주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신. --- p.193

얼마 안 있으면 12월인데, 자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미우 엄마와의 말다툼도, 딸의 유치원을 정하지 못한 것도, 딸을 데리러 시댁에 가야 하는 것도 모두 아리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높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그녀는 마스크를 쓴 채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전철역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추켜 올라가는 것은 온몸에 힘을 넣은 탓일까.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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