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일분일초가 전부 행복하지 않은 거지?’
‘다른 엄마들은 어째서 육아의 모든 순간이 즐겁다는 거야?’
‘나, 어디가 잘못된 거 아닐까? 엄마 자격이 없는 걸까?’
‘내가 생각한 육아는 이런 게 아니었다고!’
새벽 3시에 우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휴대폰으로 ‘아이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검색했다가 검색 기록을 완전히 삭제한 적도 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이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었다. 머리숱도 별로 없는 귀여운 아들이 태어나서 말할 수 없이 행복했고,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지만 가끔--- pp.밤중에 아이가 네 번이나 깨거나 난데없이 구토를 할 때 등)은 ‘겁도 없이 부모가 되다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가끔씩 남편의 얼굴에 대고 “더 이상 못해먹겠어, 지긋지긋해!”라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남편은 자기도 육아가 이런 것일 줄 미처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pp.12~13
“좋은 하루 보내.” 아니꼬운 목소리로 남편에게 출근 인사를 건넨다.
남편은 시간 맞춰 출근한다. 유모차 겸용 카시트를 차에 밀어 넣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물티슈가 충분한지, 치즈 냄새 안 나는 깨끗한 가제 손수건이 있는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끔씩 아이팟으로 음악도 듣는다. 좋겠다, 나쁜 놈.
남편이 떠나면 거실에서 둘 중 한 녀석이 꼭 징징거린다. 그럼 나는 아침 8시 35분이 「토이 스토리」를 틀어주기에 이른 시간일지 고민한다. 무엇보다 매일 하루의 난제가 기다린다.
‘하루 종일 저 녀석이들이랑 뭘 하지?’ --- pp.78~79
예전에 어떤 여자가 ‘내 자식 똥은 냄새만 맡아도 안다’라고 쓴 글을 봤을 때 그녀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져서 픽 웃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나는 강력한 냄새를 풍기는 스무 개의 기저귀 중에서 우리 주드의 기저귀를 한 번에 맞힐 거라 장담한다. 「더 큐브The Cube」--- pp.영국의 퀴즈 프로)에도 ‘우리 아이 똥 냄새 맞히기’ 코너가 들어가야 한다. --- pp.118~119
얼마 전 내 친구는 페이스북에 ‘정말 지친다’라는 제목으로 세 살 아이와의 대화를 올렸다.
“아빠는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았어?” “응.” “난 어디 있었어?” “넌 없었어.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든.” “그때 난 컸어?” “아니.” “그럼 작았어?” “아니.” “난 정글에 있었어?” “응, 그래. 넌 정글에 있었어.” --- p.120
“할 수만 있다면 좋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내가 한때 전업맘을 두고 했던 말이다. “월요병도 없고 플레이 데이트와 공원 나들이를 계획하고 코스타에서 베이비치노도 마시고. 생각만 해도 죽이는데?”
할 수만 있다면 도로 입속으로 주워담고 싶은 말이다. 그때는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전업맘들이여, 지금 이 순간 나는 ‘나 따위가 감히’라는 비굴한 몸짓으로 존경심을 표현하는 바다. 전업맘은 더 인정받아야 한다. 그들은 한때 전업맘을 팔자 좋게 여긴 나 같은 바보천치들에게 마땅히 사과받아야 한다. --- p.160
“엄마, 난 리버풀 팀, 엄마는 첼시 팀이야.”
좋았어, 진짜 게임이다. 골대를 만들고 충격을 막기 위해 아이를 점퍼루에 넣는다. 엄마가 어깨와 엉덩이를 흔들며 골대 근처에도 닿지 않는 슈팅을 ‘막으려고’ 하자 아이는 울기 시작한다.
“엄마, 공 막으면 안 돼! 공이 들어가야 돼.”
아무리 경기 규칙을 설명해줘도 소귀에 경 읽기라 결국 엄마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된다. 그냥 가만히 서 있으면서 아이가 10센티 거리에서 골키퍼 없는 골대에 넣은 ‘골’을 마구 칭찬해준다. 요즘 나는 좀 더 요란스럽게 주드의 공을 막는 척 연기한다 .물론 진짜로 막으면 곤란하니까 적당히). --- pp.181
죄책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와인 몇 모금 마신다고, 비타민 챙겨 먹는 것 좀 까먹는다고 배 속 아기에게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무통 주사 좀 맞았다고 아이가 커서 마약쟁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휴대폰 좀 덜 보고 아이들과 놀아주면 좋겠지만, 늘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받아봤자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미술 놀이 같은 건 놀이 수업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에게 스팽글과 반짝이를 주는 순간, 평소 잘 놀아주지 않는다는 죄책감은 후회로 변할 것이다. --- pp.233~234
괜찮지 않은 날이 있어도 괜찮다. 더는 버티기 힘든 날, 또다시 저절로 ‘웬수덩어리’ 모드로 전환한 아이들과 영영 인연을 끊고 싶어질 때, 엄마가 삐걱거리는 날들 말이다. 그런 순간마다 자신을 고문하는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삐걱거린다고 나쁜 엄마는 아니다. 지극히 인간적일 뿐이다. 엄마들이여, 삐걱거려도 괜찮다. 당신들은 정말 잘하고 있다. --- p.245
내 인생에서 아이들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앞으로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허벅지의 튼 살 자국, 두 아이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막대한 계획, 그 외 헤아리지도 못할 만큼의 정서적 변화. 단언컨대 자식의 탄생에 영향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이제 인정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꽤 마음에 든다. 엄마의 삶은 정말 ‘죽여준다’.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