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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 옛길박물관이 추천하는 걷고 싶은 우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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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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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73g | 128*188*30mm
ISBN13 9788939206113
ISBN10 893920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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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많이 걸었다. 마석리에서 고치령을 지나 부석사에 닿았고 칠족령을 넘으며 동강의 물빛을 바라보기도 했다. 제주 용눈이오름을 지나 다랑쉬오름에도 올랐고 우도의 돌담을 하염없이 걷기도 했다. 올해 봄에는 함께 정선 화절령을 넘었다. 그와 함께 걸으니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길가에는 민들레가 수줍게 피어 있었고, 길이 끝나는 곳에는 미루나무 한 그루가 기분 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은 높았고 새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저녁이면 새가 사라진 자리에서 별이 떴다. 그는 걸음을 멈추었고 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는 미소 짓곤 했다.
가끔 삶이 우리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그를 따라 길을 나섰다. 낯선 길을 여행하는 그의 삶에 내가 가진 며칠을 슬며시 밀어 넣었다. 인생에 그런 날 며칠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주 걸음을 멈추었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그 모습은 길 위에서 우리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지 하고 말하는 듯했다. 그것은 어쩌면 삶에 대한 위로를 말하는 그만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책으로 그는, 길에게서 그가 받았던 모든 위로를 다른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려 하고 있다.
최갑수(시인,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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