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서문
1장 구출대 2장 은루(銀淚) 3장 눈물처럼 흐르는 죽음 4장 왕 잡어먹는 괴물 5장 철혈(鐵血) |
저이영도
관심작가 알림신청이영도의 다른 상품
덧쌓이는 빗소리 속에서, 티나한과 비형, 그리고 륜은 케이건의 단조로운 목소리를 통해 하늘치를 사랑했던 낭만적인(하지만 영리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용 퀴도부리타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와 키탈저 사냥꾼들이 3대에 걸쳐 도전하여 가까스로 쓰러뜨린 대호(大虎) 별비에 대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이야깃거리를 선책하는 것에 특별한 기준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세 사람은 똑같은 목소리를 통해 역사상 가장 잔인한 인간들이었던 아라짓 전사들의 어둡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여자는 모두 죽이고, 남자는 모두 겁탈했소." 륜은 약간 놀랐지만 비형과 티나한은 대단히 당황했다. "어, 그거 앞뒤가 바뀐 것 아닙니까?" "아니오. 좀 기괴하게 느껴지리라는 것 짐작되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소. 아라짓 전사들은 왕의 허락 없이는 자식을 만들 수 없었소. 그래서 그렇게 한 거요. 상대가 남자라면 자식이 태어날 일은 없으니까." 세 사람은 신음을 흘렸다. 어쨌든 케이건은 그런 식으로 다른 동행들에게 식량과 안전, 그리고 여흥까지 제공했다. 알지 못하는 새 그들은 케이건이 없는 상황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을 사랑하거나 신뢰, 혹은 의존 심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전부이거나. 닷새째 저녁. 밤이 깊을 때까지도 케이건은 돌아오지 않았을 때 세 사람이 끔찍한 기분에 빠져버린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pp. 274∼275 |
"심장을 가지고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등뒤로 도깨비 일개 군단이 행진해도 알아듣기 어려운 나가의 청력이지만, 하텐그라쥬의 비정상적인 고요함때문에 화리트는 친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화리트는 당황했고 친구의 무례를 탓할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심장을 가지고 사는 것? 매일매일 죽을까봐 두려워하며 사는 것이지.> 륜 페이는 화리트의 니름이 몹시 혼란스러운 것을 감지했다. 친구를 더 이상 당혹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륜은 입을 다물고 닐렀다. <매일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니름도 되잖아?> 그리고 륜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보였다. 똑같은 행동을 취한다면 화리트 역시 자신의 가슴속에서 뛰고 있을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겠지만 화리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무 창피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러지 않겠지?> <그러다니, 뭐?> <가슴을 만지지는 않겠지? 그러지 마. 무례한 짓이야.> 화리트는 자신이 너무 딱딱하게 닐렀다고 느끼고는 덧붙여 닐렀다. <어차피 열흘 후에는 그런 행동 그만두게 되겠지만.> 륜은 오른손을 내렸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하텐그라쥬의 중심부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심장탑이 하텐그라쥬의 가장 높은 건물들의 수십 배 높이로 솟아 있었다. 심장탑을 바라보는 륜의 눈동자에는 혐오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발코니의 난간을 움켜쥔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기까지 했다. --- pp. 20∼21 |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된 세계는 나가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세계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나가들의 사회에 일단의 소요가 발생하고, 성인 의식 도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 뒤를 쫓는 추격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인간과 레콘, 그리고 도깨비로 구성된 구출대가 그들의 추격전에 난입하면서 세계의 위기에 관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
팬사이트에서 심층 연구되는 작품
『눈물을 마시는 새』는 『반지의 제왕』처럼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이 독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활발한 팬사이트는 ‘눈물을 마시는 새 위키(http://cgi.chollian.net/~hspia/wiki/tearbird/wiki.pl)’다. 이곳에서는 작품의 등장인물과 지명, 사물 및 속담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인샤 대사원’이 ‘해인사’에서 나왔다든가, ‘갈바마리’가 ‘갈바쓰다 - 같이 쓰다’라는 옛말에서 나온 말이라든가, 도깨비들이 인간을 부를 때 ‘킴’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 민담 중 도깨비들이 보통 ‘김 서방’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발생된 것이라든가 하는 종류의 추리와 연구 등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수백여 곳의 인터넷 분석 사이트와 수십 종의 분석집이 나오는 해외의 판타지 소설 시장을 생각해 볼 때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이러한 독자들의 연구는 그동안 정체되어 왔다고 알려진 한국 환상 소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평가될 수 있다.
|
『퓨처워커』,『폴라리스 랩소디』를 통해 환상 장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던 작가 이영도의 신작 『눈물을 마시는 새』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J.R.R. 톨킨이 지은『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던 한국의 다른 환상 소설들과는 달리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해 내는 환상 소설의 완성된 틀을 갖추었다. 특히 기존의 작품들이 단지 환상 세계에 국한된 꿈같은 이야기였던 것에 반하여 『눈물을 마시는 새』는 대하 사극과 같은 장대한 스케일을 바탕으로 현대적 제왕의 틀을 제시하는 진일보된 형태의 대하 환상 소설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였다. 이뿐 아니라 톨킨이 창조해 낸 <중간대륙(MiddleEarth)>처럼 작품 속의 전체 세계의 구성, 즉 언어, 생활 방식과 각 종족 간의 특성까지 모두 작가 이영도가 순수 창조하였다. 이는 독창적이고 완성된 판타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미국과 일본의 판타지 소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 환상 소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배자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환상 소설 2차 세계 대전 중에 절대 악과 그 악에 맞서서 권력을 좌지우지해야 했던 권력자들의 갈등을 소설로 담아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독자에게 읽혀진 이유는 권력의 상징인 ‘왕’과 그 주변 권력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칠 수 있는 봉건 시대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 소설만이 가진 이 독특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권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다룰 새로운 화두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그러한 화두에 대한 도전작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인 ‘왕’이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왕’에 대한 일방적인 숙원(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거나 혹은 왕의 추종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키거나, 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추리함으로써 ‘지배자 계급이란 무엇인가?’라고 독자에게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풀어낸다.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뜻은 작품 속에서 ‘백성들이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마시는 왕’을 뜻한다. 이 뜻은 군왕의 조건은 많은 병력이나 부, 혹은 재능이 아니라 백성들이 슬픔이나 죄책감 등 수많은 고통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왕이 대신 마셔주는 눈물 덕에 백성들은 잔인해질 수 있고, 얼마든지 남을 핍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물’은 인간이 해롭기에 몸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고, 이를 마신 왕은 오래 살 수도 없다. 작가는 제목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권력자 ‘왕’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있는 인간에게 ‘왕-지배자’라는 것이 갖는 무거움과 본연의 뜻,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상징물로 내세워진 ‘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환상 소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한다. 동양적 사상을 바탕으로 창조해 낸 새로운 대하 환상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기존 한국 환상 소설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또 하나가 있다. 기존의 한국 환상 소설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판타지 소설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중세 유럽만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눈물을 마시는 새』는 동양적 색채, 특히 한국적 정서를 기본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등장하는 주요 네 종족 중 하나인 ‘도깨비’ 경우가 이를 대표하는데, 씨름과 윷놀이를 좋아하며, 도깨비감투를 쓰고 남을 놀라게 하는 것을 즐기지만 피를 두려워하고 폭력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의 도깨비와 흡사한 면을 갖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고대 왕국의 언어는 우리의 옛말(조선 중기에 사용되던 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등장하는 생명체의 이름 역시 ‘두억시니’, ‘마루나래’ 등 순 우리말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성당의 신부나 성직자, 대주교 등만 다루던 기존 판타지 소설과 달리 사원과 스님, 그리고 주지 등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점이다. 이영도 식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진행.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이전의 작품처럼 이영도 식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넷으로 구분된 색다른 종족들은 작품의 스토리와 부합되어 사건의 요소요소에서 새로운 반전을 일으키게 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종족은 역시 현대의 인간과 흡사한 인간족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제왕병자들이 가득하고, 저마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만 정작 네 종족 중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는 점은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른 종족도 이와 비슷한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닭의 모습을 닮은 레콘 족은 3미터에 이르는 큰 키와 강인한 체력, 그리고 신의 선물인 무기를 갖고 있기에 네 종족 중 개인의 무력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철저히 자신의 숙원만을 이루려는 개인주의 때문에 종족이 단합할 수 없고 언제나 홀로 싸우는 약점을 갖고 있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도깨비는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수십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폭력과 피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뱀처럼 비늘이 있고 변온 체질인 나가는 인간의 ‘말’이 아닌 정신적 교감인 ‘니름’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으며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半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변온 체질이어서 북부 지방의 저온을 이겨내지 못하는 체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작품 전체의 종족들 중 그 어떠한 종족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한다. 작품 속에 사용되는 속담이나 격언 등도 종족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물을 두려워하는 특성을 가진 레콘의 경우 ‘붕어 저택에 빠져 죽을’, ‘녹은 얼음을 뒤집어 쓸’과 같은 욕설이 나오기도 하며, 말 대신 니름이라는 정신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가들은 ‘니름도 안 된다(말도 안 된다)’, ‘니름 잘라먹지 마라(말 잘라먹지 마라)’ 같은 변종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종족을 초월하여 등장하는 ‘군령자’나 ‘유료 도로당’ 또한 독특한 이영도 식의 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군령자는 한 육체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이와 비슷한 육체를 목격할 수 있다. 영생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욕구로 인해 탄생한 이 군령자는 항시 ‘더 이상 전령하지 않고 죽겠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영생을 위해 남에게 전령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료 도로당’이라는 단체는 작품 속에서 길을 정비하는 대신 통행세를 받는 이들로서, 돈을 지불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고객이며, 무임으로 이용하는 여행객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독특한 단체이다. 하지만 그 철저한 규정으로 인해 인간 전체의 적조차도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고객으로 규정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