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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연애 감정

원재훈 편역 | 박하 | 2016년 11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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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516g | 145*200*30mm
ISBN13 9791195823079
ISBN10 11958230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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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새를 닮았다. 모래사장에 난 새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쫓아가도 결국에는 새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새의 발자국이 지상에서 끊어지는 이유는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날개가 있어 지상에서 계속 이어지지 않는 발자국.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새의 발자국은 계속 하늘로 이어진다. 바로 저기 저 하늘이다.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별이 빛나서가 아니라, 새가 있어서였다.
--- p.58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응달진 골목길에는 아직 차가운 바람이 잔설을 날리면서 맴돌고 있었다. 한겨울에는 건물의 울타리처럼 보였던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올랐고, 갈라진 길바닥의 돌 틈에서도 민들레가 고개를 내밀며 올라오고 있었다. 꽃이 피어오르자 나무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은행나무도 그랬다. 꽃은 나무의 이름표처럼 보였다.
--- p.66

섬에서 보이는 불빛은 모두가 신호이다. 저기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안심등’과 같은 것이었다. 마을에 떠오르는 불빛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별빛으로 보였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쏟아질 듯이 떠올랐다. 바다의 어둠은 그 푸른 기운으로 더 깊어진다. 한없이 깊다는 말은 바로 바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빛깔 역시 마찬가지였다. 섬에 우뚝 솟아 있는 등대와 등대 근무원들이 내보내는 등불이 간헐적으로 번쩍 움직이면서 섬을 마치 항해 중인 배처럼 보이게 했다. 문을 열면 이곳이 섬인지 배 위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 p.235

고라니라는 글자를 만지니 고라니의 눈빛이 떠오르고, 눈이라는 글자를 만지니 차다. 산이라는 글자를 만지니 높고, 물이라는 글자를 만지니 낮다. 물고기라는 글자를 만지니 퍼덕거리고, 가시라는 글자를 만지니 따끔하다. 암자라는 글자를 만지니 조용하고 적막하다. 그런 모든 감각들이 문자에서 그녀의 몸으로 변화된다. 결국 사랑은 몸을 만지는 것이다.
--- p.316

그 뜻을 알 수는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들. 우리의 청춘과 연애 감정의 시간들. 미당 선생의 시처럼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오빠, 제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꽃으로 문지르던 기억을 이젠 하나둘 펼쳐 보일게요.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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