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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남자

사슴남자

: The fantastic Deer-Man

[ 양장 ]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2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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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580g | 132*193*30mm
ISBN13 9788972883449
ISBN10 897288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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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좀 신경과민인 것 같아. 연구실 사람들도 그런 이야기를 두세 차례 하더군.”
“누가 그런 소릴 했습니까?”
“잠시 학교를 쉬는 건 어떻겠나?”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사로 일할 생각은 없느냐며 느닷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교사요?”
뜻밖의 이야기에 그만 내 목소리가 커졌다.
“나라에 있는 고등학교야.”
“나라?”
“그리고 그 학굔 여학교야.”
“여, 여자 고등학교입니까?”

“나라 사람들은 사슴을 탑니다.”
“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나도 모르게 둥근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언성을 높였다.
“요즘은 줄었지만 지금도 나라공원이나 가스가타이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주변 슈퍼마켓에 갈 때 사슴을 타죠.”
“노, 놀리면 못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왠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마치 낯선 나라에 흘러들어온 여행자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출석부를 덮고 쏜살같이 문으로 향했다. 문을 나선 순간, 교실 안에서 와아, 하는 큰 함성이 울려 퍼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교무실로 갔다. 아니, 교무실 바로 앞에 있는 남자 교사용 화장실로 갔다.

“‘삼각’을 손에 넣지 못하면 이 나라는 끝장이야.”
내가 진짜 신경쇠약에라도 걸린 걸까?
“할 수 없군. 이 멍텅구리 선생을 정신 차리게 하려면.”
“이봐 사슴 씨. 부탁이니 이제 제발 좀 그만 나타나주겠어? 사슴 센베이 일 년 치 사줄게. 제발!”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사슴 귀가 생긴 걸까.
“저어…… 제 얼굴, 어떻습니까?”
“무슨 소리야? 선생 얼굴이지. 대체 아침부터 왜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요?”
“이상하냐고?”
“이거 말이에요.”
할머니의 반응이 너무 둔해서 나는 사슴 귀를 힘껏 잡아당겨 보였다.
“제 귀는 어디 있죠?”
“거기 있잖아.”
“거기라니, 어디요?”
“늦잠을 자더니, 오늘은 이상하네.”
“미안하지만 내 귀를 잡아당겨주시겠어요?”
“왜 그래, 선생? 아직 술이 덜 깼나?”

나와 홋타는 다시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화면에는 사슴 두 마리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바보처럼 서 있는 모습이 비쳤다.
넌 대체 뭐냐? 내가 중얼거리자 홋타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슴의 ‘심부름꾼’이에요.”

“홋타!”
나는 차량 안에, 홋타는 플랫폼에 서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너, 너 학교는 어떻게 했어?”
발차를 알리는 벨소리가 플랫폼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홋타가 외쳤다.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선생님.”
다음 순간 홋타가 갑자기 내 셔츠를 잡아당겼다.
홋타의 얼굴이 갑자기 가까워지더니, 홋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안녕, 선생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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